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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개봉을 앞둔 디카프리오의 신작 2편
2002-10-31

`갱스터` 레오,`고딩` 레오

가끔 아주 늦은 시간에 케이블TV를 보다보면, 생각보다 재미있는 프로그램들을 만나게 된다. 무비플러스 채널에서 방영되고 있는 <특종! 파파라치>가 그 대표적인 경우. ‘유명세만큼이나 스캔들, 이혼, 폭력, 마약 등의 사건도 많은 할리우드 스타들의 어두운 뒷모습을 다룬 인물 다큐. 영화클립, 인터뷰, 그리고 파파라치들이 찍은 사건화면 등으로 구성된다’는 프로그램 소개문구가 잘 설명해주듯이, 우리나라에서는 접하기 어려웠던 스타들의 사생활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파멜라 앤더슨 편’에서 그녀와 토미 리 커플의 엽기적인 행각들을 바로 옆에서 지켜본 파파라치들의 생생한 인터뷰를 보는 것은, 웬만한 영화 한편을 보는 것만큼이나 흥미로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그 프로그램에서 만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모습은 다소 의외였다. 파멜라 앤더슨이나 마돈나 또는 브레드 핏이나 니콜라스 케이지의 경우처럼 흥미로운 볼거리를 제공해주지 못했기 때문. 밤이면 친구들과 떠들썩한 파티를 벌이기는 하지만 다른 스타들의 파티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문제들을 전혀 일으키지 않고, 지극히 평범하다 못해 남루하기까지 해보이는 복장으로 밤거리를 활보하는 그의 모습은 다른 스타들과는 많이 달랐던 것이다. 그런 그의 일상을 항상 쫓아다닌다는 한 파파라치는 ‘<타이타닉>으로 어린 나이에 모든 것을 다 가져버린 뒤, 오히려 전형적인 스타와는 다른 길을 가려고 하는 것처럼 보인다’라고 나름대로의 해석을 내렸다. 그리고 그런 현상이 <비치>의 실패 이후 더 심해졌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최고의 자리에서는 내려오는 일만 남았다는 것을 일깨워준 그 영화 <비치> 이후, 약 2년간 대중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던 디카프리오가 다시 인터넷을 들끓게 하고 있는 중이다. 그의 신작 영화 두편이 크리스마스 시즌에 동시에 개봉되는 것으로 결정되었기 때문. 게다가 두 작품 모두가 과거 <타이타닉>의 영광을 그에게 다시 가져다줄 가능성을 갖춘 만만치 않은 작품이라는 사실은,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있는 중이다. 그의 공식 홈페이지를 비롯해 헤아릴 수 없는 그의 팬사이트들이, 일제히 두 영화에 대한 정보와 사진들로 도배되고 있는 것은 그런 상황을 잘 드러내 준다. 그런 팬들의 움직임을 재빨리 포착한 Movies.com과 같은 영화정보 서비스는, 10월 들어 연속으로 그 두 영화들을 ‘최고로 화제가 되고 있는 개봉예정작’으로 소개했을 정도다.

그 두 작품 중 12월20일에 먼저 개봉될 영화는 마틴 스코시즈 감독이 <비상근무>이후 3년 만에 선보이는 야심작 <갱스 오브 뉴욕>(Gangs of New York)이다. 대니얼 데이 루이스와 카메론 디아즈라는 든든한 스타 배우들이 디카프리오를 지원사격하는 이 영화는, 1860년대 뉴욕을 장악하고 있던 아이리시계 갱들과 새로 이민을 온 이탈리아계 갱들이 충돌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리고 있다. 디카프리오는 아이리시계 갱단 두목의 아들로 아버지가 살해되고 조직이 와해되자 상대편 두목(대니얼 데이 루이스)에게 복수를 다짐하는 청년으로 등장하고, 카메론 디아즈는 그를 도와주는 소매치기로 등장한다. 동명 원작소설을 영화로 만들면서 당시 뉴욕의 분위기를 만들어내기 위해 로마의 스튜디오에서 촬영을 할 정도로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는 지금까지 매우 긍정적인 반응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지난 5월 칸영화제에서는 약 20분 분량이 상영되어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갱스 오브 뉴욕>이 개봉한 5일 뒤인 크리스마스에 개봉예정인 재미있는 제목의 영화 <Catch Me If You Can>은 스코시즈에 뒤지지 않는 명성에 흥행력까지 갖춘 스티븐 스필버그의 작품이다. 게다가 스필버그 예하의 부대원들(로버트 저메키스, 샘 맨데스 등)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톰 행크스까지 출연하기 때문에, 케스팅에서는 <갱스 오브 뉴욕>을 앞지른다고 할 수 있다. FBI 역사상 최악의 사기범으로 알려졌던 프랭크 앱빅네일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한 이 영화는, 의사, 항공기 조종사, 변호사 그리고 심지어 FBI요원까지 사칭하고 다니면서 엄청난 금액의 불량 수표를 사용하는 한 고등학생(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과 그를 잡으려는 FBI 요원(톰 행크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인터넷에 공개된 예고편은 다소 무겁게 느껴지는 시놉시스와는 달리 아주 밝고 경쾌한 영화의 분위기를 잘 전달해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렇게 어디 하나 빠지는 부분이 없는 두 영화가 불과 5일 차이로 개봉되는 것은, 디카프리오의 입장에서 보면 그리 좋은 상황은 아니다. 어느 한쪽에 편중해 홍보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다가, 만약 양쪽 다 흥행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이 나오면 결국 <비치> 이후의 내리막길을 가속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디카프리오 개인의 난처한 상황과 전혀 상관없이, 그의 팬들은 신작영화 두편을 연달아 볼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큰 기대감에 부풀어 있는 중이다. 두 영화의 잘 만들어진 예고편들이, <반지의 제왕>과 <해리 포터> 신작들의 예고편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사실은 그런 상황을 아주 잘 드러내주고 있는 것이다. 이철민/ 인터넷 칼럼니스트 chulmin@hipop.com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공식 홈페이지 : http://www.leonardodicaprio.com

<Catch Me If You Can> 공식 홈페이지 : http://www.dreamworks.com/catchthem

<Gangs of New York> 공식 홈페이지 : http://www.gangsofnewyor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