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스페셜 > 스페셜1
안방으로 컴백한 콤비들,<대망> VS <고독>
2002-11-01

TV 앞에 앉자,황금콤비가 돌아왔다!

2002년 10월은 TV 드라마사에 있어 특별한 한달로 기억될 만하다. 지난 10월12일 <모래시계>의 콤비 송지나·김종학이 8년 만에 재회한 <대망>이 첫 전파를 탔고 이어지는 10월21일 <거짓말>의 콤비 표민수·노희경이 3년 만에 선보이는 <고독>이 그동안 기다려온 시청자들의 갈증을 달래주었다.

보통 “감독예술”로 표현되는 영화와 달리, “공무원 같은 PD와 일하는 작가예술”로 인정받는 대한민국 TV드라마는 그동안 김수현 작가를 위시해 수많은 스타작가를 생산해냈다. 그러나 서로의 120%를 이끌어내는 손발맞는 작가와 PD 콤비의 탄생은 그에 비해 매우 희박한 것이었다. <베스트셀러극장>과 몇몇의 미니시리즈를 통해 감성적인 호흡과 세련된 영상을 보여주었던 황인뢰·주찬옥 콤비 이후 92년 정신대부터 제주도 4 ·3항쟁, 한국전쟁까지 한국근대사의 폐부를 찌르는 가운데 세 젊은이들의 사랑과 삶을 훌륭히 녹아냈던 <여명의 눈동자>와 5, 6공의 포연 가득한 현대사 속에 내던져진 혜린과 우석, 태수의 얽혀진 삶 속으로 돋보기를 들이밀었던 95년작 <모래시계>로 이어지는 김종학·송지나 콤비의 탄생은 만만치 않은 규모의 드라마를 제작하면서도 어떻게 작품의 질적인 부분까지 잃지 않나를 보여주는 좋은 본보기였다. 또한 98년 아무런 주목도 끌지 못한 채 시작했지만 ‘<거짓말> 신드롬’까지 일으키며 열혈 마니아층을 생산해낸 표민수·노희경 콤비는 <거짓말>에 이어지는 <슬픈 유혹>(1999), <바보같은 사랑>(2000년)을 통해 때론 불륜이라 불리는 사랑을, 때론 너무 뒤늦게 찾아온 중년 혹은 노년의 사랑을, 때론 동성애자의 사랑까지 어우르며 그동안 TV드라마에서 외면받은 채 음지에서 존재하던 ‘소외받는 사랑’을 향해 따뜻한 빛을 내려주었다.

감성과 지성을 고르게 나눠 가진 쌍둥이남매 같은 표민수와 노희경, 같은 이데올로기를 품고 한길을 가는 동지 같은 김종학과 송지나. 그러나 이 두 콤비가 걸어온 길은 참 달랐다. 송지나·김종학이 만들어낸 작품들은 ‘귀가시계’가 되어 시청률과 작품성을 인정받으며 대중적인 환기를 이루어냈고 노희경·표민수의 드라마는 여전히 “볼 사람은 미친 듯이 보는” 마니아 드라마가 되어 쉬이 흔들리지 않을 고정팬을 확보하고 있다. 누군가의 말대로 “한팀은 메이저 정서로, 한팀은 마이너 정서로 일가를 이룬 사람들”인 셈이다. 결국 이들을 비교하는 것은 머리를 감겨주는 것과 귀를 파주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시원하냐고, 어느 쪽이 더 절실하냐고 묻는 것과 비슷하게 어리석은 일이다. 그저 올해 10월은 이 서비스를 동시에 받을 날이 왔다는 사실을 기뻐하는 편이 옳다. 게다가 방송날짜와 시간대도 다르니 어느 쪽을 봐야 하나 고민할 필요도 없다. 유명스타들만을 내세운 트렌디성 드라마와 건강한 역사의식이 상실된 사극의 홍수 속에서 이 두 콤비의 컴백은 그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뛰는 일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 즐거움을 배가시키기 위해 집필과 촬영에 쏟아도 모자랄 네 사람의 귀중한 시간을 빼앗았다. 노희경·표민수, 송지나·김종학은 기꺼이 기자수첩 앞으로 의자를 돌려앉아주었고 새로운 드라마 <고독>과 <대망>이 만들어지기까지와 이후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제, 기다림의 시간은 끝났다. 그들은 돌아왔고, 우리는 이야기를 들어야 할 때가 온 거다. 이들이 긴 시간, 긴 여정 속에 만들어낸 사람들과 그들의 사랑 이야기를, 밤이 새도록, 눈이 붉어지도록.백은하 lucie@hani.co.kr

<<< 이전 페이지

기사처음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