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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뉴웨이브 총결산. 부산영화제 상영작 13편 미리보기(1)
2002-11-01

새로운 물결의 일대기

올 부산영화제의 ‘대만 신전영(新電影) 탄생 20주년 특별전’에선 모두 13편의 작품이 상영된다. 대만 뉴웨이브의 도래를 알렸던 <광음적고사>(1982)를 비롯해 뉴웨이브 1기를 대표하는 감독들의 작품인 <샌드위치 맨>(1983), <청매죽마>(1985) 등에서부터 2기 뉴웨이브 감독인 리안, 차이밍량, 린청셩 등의 영화가 포함돼 있다. 특히 대만 뉴웨이브 20주년을 기념하는 다큐멘터리 <우리의 시대, 우리의 이야기 - 신 대만 전영 20년>은 현재 대만영화계의 시선에서 지나온 20년을 바라보는 독특한 작품이 될 것이다.편집자

<광음적고사> 光陰的故事1982년 ┃ 106분 ┃ 감독 에드워드 양, 커이쳉, 타오더쳉, 장이

대만 뉴웨이브의 탄생을 알린 작품. 4개의 에피소드를 엮어놓은 옴니버스영화다. 이 4개의 에피소드는 각각 초등학생, 중학생, 대학생, 젊은 부부를 주인공을 내세우며 시대 또한 60년대, 70년대, 80년대로 바뀌어 나간다. 에드워드 양의 <갈망>은 두 번째 에피소드로, 주인공은 샤오펜이라는 여중생. 홀어머니, 재수생 언니와 함께 살고 있는 샤오펜의 집에 어느 날 한 남자 대학생이 셋방살이를 하게 된다. 샤오펜은 멋진 외모에 매너를 갖춘 대학생에게 첫눈에 반하고 그에 대한 소녀적 감정을 추스르지 못한다. 하지만 대학생은 이미 자유분방한 성격의 언니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이 영화는 사춘기에 접어들어 월경을 시작하는 소녀 샤오펜과 그의 남자친구 샤오화의 성장에 초점을 맞춘다. 샤오펜이 첫 월경을 한 뒤, 조용히 시트를 들고 침대를 바라보는 장면이나 자전거 타는 법을 배우게 된 샤오화가 “어디든 자유롭게 가고 싶어 자전거를 배웠는데, 이젠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고 속삭이는 모습은 인상적이다. 한편 첫 번째 에피소드는 외톨이 소년의 외롭지만 아름다운 이야기이고, 3번째 에피소드는 사랑을 쟁취하려는 한 남자 대학생의 분투기, 마지막 에피소드는 가볍지만은 않은 젊은 부부의 고생담을 그린다.

<샤오피 이야기> 小畢的故事 1983년 ┃ 95분 ┃ 감독 첸쿤호우

대만에서 흥행에 성공한 작품으로 초기 대만 뉴웨이브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성장영화의 모습을 갖고 있다. 사생아인 샤오피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불량스런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며 절도 등 나쁜 짓을 일삼는 문제아다. 마음이 넓은 양아버지는 샤오피를 친아들처럼 대하지만, 그는 좀처럼 바른길로 들어서려 하지 않는다. 나이가 들면서 서서히 마음을 잡아가려는 무렵, 샤오피의 친구가 불량 소년들의 칼에 찔리고, 병원비를 대기 위해 샤오피는 부모 돈에 손을 댄다. 샤오피는 이를 나무라는 양아버지에게 대들고, 이를 본 어머니는 아버지께 효도하라는 유서를 남기고 가스를 틀어 자살한다. <광음적고사> <샌드위치 맨> 등과 더불어 대만 뉴웨이브의 첫 물결을 가져온 작품이다.

<샌드위치 맨> 兒子的大琓偶 1983년 ┃ 108분 ┃ 감독 허우샤오시엔, 완렌, 증주양상

<광음적고사>에 이어 제작된 옴니버스 프로젝트. 미학적으로 네오 리얼리즘적 태도를 견지하면서 대만 현실에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 영화의 원제는 <아이의 커다란 장난감>이었지만 허우샤오시엔의 첫 번째 단편 제목을 따서 <샌드위치 맨>이라 부르고 있다. 첫 번째 에피소드인 <샌드위치 맨>은 62년 대만을 배경으로 한다. 빈민가에 살고 있는 가장은 아내와 아이를 위해 극장 간판을 몸에 걸친 채 사람들에게 홍보하는 샌드위치 맨으로 나선다. 화장실에 간 사이에 아이들이 옷을 가져가는 등 온갖 수모 속에서도 그는 꿋꿋하게 가족을 위해 사람들 앞에 나선다. 극장주의 제안으로 광대옷과 분장을 벗어던지고 삼륜 자전거에 홍보물을 싣고 돌아다니던 날, 그는 기쁨에 가득 차 집으로 돌아오지만 아이는 그를 알아보지 못한다. 증주양상의 <비키의 모자>는 일본제 압력밥솥을 판매하기 위해 어촌 마을에 들른 두 젊은이의 비극을, 완렌의 <사과맛>은 미군 장교의 자동차에 치인 아버지 덕분에 미군 부대에 들어가게 된 한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다.

<청매죽마> 靑梅竹馬 1985년 ┃ 105분 ┃ 감독 에드워드 양

<해탄적일천>(1983)에 이은 에드워드 양의 두 번째 장편영화로 <타이베이 스토리>로 불리기도 한다. 방직공장을 경영하는 아룽과 커리어우먼 슈첸은 오랜 연인. 하지만 슈첸은 같은 직장에 다니는 한 남성과도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다. 슈첸의 정부 때문이 아니더라도 둘의 관계는 권태와 염증으로 가득 차 있다. 어느 날 슈첸은 직장을 잃고 아룽은 오래 전 야구선수로 함께 뛰던 친구를 만난다. 아룽과 슈첸의 관계는 더더욱 멀어져만 보인다. 결국 둘의 관계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현대 도시로서의 타이베이를 지독하게 무미건조한 필치로 그려내는 이 영화는 전작에 이어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영향을 보여주는 듯하다. 특히 인물들을 도시 풍경 또는 현대적 주거공간인 아파트 내부의 기하하적 선으로 분절해 놓은 미장센이 돋보인다. 또 일본이나 미국문화 속에서 살고 있는 대만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도 엿보인다. 재미있는 것은 남자 주인공 아룽 역으로 양 감독의 친구였던 허우샤오시엔 감독이 출연했다는 점. 로카르노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기도 했다.

<쿵후 선생> 推手 1991년 ┃ 104분 ┃ 감독 리안

대만 뉴웨이브 2세대 감독 리안의 데뷔작이다. 대만의 전통적 가치관을 가진 아버지가 미국으로 건너가 아들 세대와 겪는 갈등을 묘사하는 이 영화는 이어지는 리안의 작품인 <결혼피로연> <음식남녀>와 유사한 느낌을 준다. 집단적 가치와 개인적 가치,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이라는 갈등이 유머러스하면서도 풍성하게 펼쳐진다. 태극권의 일종인 ‘추수’의 달인인 추 노인은 아들 알렉스가 살고 있는 뉴욕으로 건너간다. 하지만 파란 눈의 며느리와는 말이 통하지 않고, 사회며 문화며 할 것 없이 모두 추 노인이 살던 대만과 너무 차이가 난다. 그러던 어느 날 추 선생은 취미학교에서 쿵후를 가르치게 되고, 비슷한 처지의 요리 강사 진 여사를 알게 된다.

<태평천국> 太平天國 1995년 ┃ 109분 ┃ 감독 우닌지엔

<샌드위치 맨>을 기획하고 시나리오를 썼으며, <해탄적일천> <비정성시>의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하면서 대만 뉴웨이브의 숨은 산파 역할을 했던 우닌지엔의 두 번째 연출작.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에 출품되기도 했다.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던 브레인은 사상이 불순하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쫓겨난 뒤 시골에서 조용히 살아간다. 마을에서 군사훈련을 하려던 미군은 브레인을 이용해 주민들을 설득하지만, 마을은 이내 쑥대밭이 된다.

<우리의 시대, 우리의 이야기 - 신 대만 전영 20년>2002년 ┃ 103분 ┃ 감독 샤오추첸

1999년에 발표한 <홍엽 야구단 이야기>로 금마상과 타이베이영화제에서 최우수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했던 여성 다큐멘터리 감독 샤오추첸이 제작하는 대만 뉴웨이브 20주년 다큐멘터리. 허우샤오시엔을 비롯해 20년 동안 대만 뉴웨이브를 이끌어온 영화인들을 만나 인터뷰한 내용을 담고 있다. 11월1일부터 시작되는 대만 금마장영화제에서 첫 상영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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