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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신작 <8마일>
2002-11-06

‘8마일’은 디트로이트시 경계 도로의 이름이다. 역사나 대중음악에 비쳐진 이 전통적인 공업도시의 이미지는 67년 흑인폭동이나, 이 폭동을 지지했던 전투적 그룹 MC5에서 연상되듯 어딘가 억압적이면서도 강렬하다. 과격한 욕설을 퍼부어대는 백인 래퍼 에미넴(30)도 디트로이트 출신이다. 영화 <8마일>은 디트로이트에서 태어난 한 청년이 래퍼로 성공하는, 달리 말해 랩을 통해 세상과 자신과 싸워가는 이야기이다. 에미넴의 배우 데뷔작인 이 영화는 에미넴의 실제 삶과 공통점이 많은, 반자전적 요소를 지닌 픽션이다.

95년의 디트로이트. 공업도시의 성공신화가 무너지면서 인종적, 계층적 양극화가 심해졌다. ‘8마일’은 도시와 교외를 가르는 데에 그치지 않고 흑과 백을 나누는 경계선이 됐다. 그건 또한 청년 지미 스미스 주니어(에미넴)의 삶을 구획 짓고 가두는 경계의 상징이기도 하다. 지미의 세 친구는 낮에는 밑바닥 일을 전전하면서 밤이면 그룹 ‘3⅓’을 만들어 힙합클럽에 나간다. 스미스에게 힙합은 삶의 경계를 뚫고나가기 위한 유일한 출구이다. 온유한 사랑을 노래하는 다른 래퍼들과 달리, 스미스와 친구들은 음악에 분노를 실어나른다.

엘피 <슬림 쉐이디> 700만장을 팔아치운 스타 래퍼 에미넴은 촬영 전에 6주간 연기 리허설을 했다. <돈 세이 워드>의 브리트니 머피가 상대역을 맡았다. 감독은 <요람을 흔드는 손> <L.A.컨피덴셜>의 커티스 핸슨. “<8마일>은 이제까지 영화가 비추지 않았던, 도시 한가운데를 파고드는 황폐한 미국의 모습을 다룬다. 이건 힙합에 관한 영화가 아니다.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끈기와 인내에 관한 영화다.”임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