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스페셜 > 스페셜1
<친구>를 둘러싼 4가지 의문
2001-04-13

<친구>, 두가지 시선, 네가지 의문

<친구>가 흥행 폭풍을 일으키면서, 다소 모호하기 처리된 장면에 대한 네티즌들의 문제제기와 갖가지 해석이 인터넷과 PC통신을

뒤덮고 있다. 오해가 있으면 ‘친구’가 아니다. 각본까지 쓴 곽경택 감독의 조언을 얻어 이 의문들에 대한 답을 마련했다.

의문 1. 준석의 아버지는 동수가 죽였다?

중국집에서 차상곤이 “이기 바로 의린기라”며 동수에게 칼과 수표를 건네는 장면 바로 다음에 준석 아버지의 장례식장이 이어붙다보니 이 관련없는

두 시퀀스의 충돌은 묘한 연상작용을 낳았다. 그것은 바로 동수가 준석의 아버지를 죽였을 거라는 추측. 그러나 앞서 준석의 아버지가 형두(기주봉)에게

“내는 더 미련도 없다”하는 말은 간암으로 죽을 날짜를 받아놓고 있던 상태에서 나온 말이다. 원래 시나리오에는 “그래도 한 몇 개월 더

간다 카드라…”라는 말이 있었다. 감독은 장례식장에서 동수가 준석에게 애정어린 눈빛과 말을 전달하는 것으로 그 시점까지는 둘 사이가 ‘친구’사이였음을

표현했다.

의문 2. 동수의 마지막 대사는 무엇인가?

비오는 거리, 시퍼런 사시미칼에 수도 없이 찔리던 동수가 미친 듯이 자신을 찌르고 있는 준석 조직의 막내와 눈이 마주치자 힘겹게 내뱉는

말. 듣는 이에 따라서는 ‘허파부터 아이가’(허파를 찔러야 말을 못한다는 ‘살인강습’ 장면이 앞에 있다) 혹은 ‘나이를 이만큼 먹은 사람은

그만큼만 찔러도 죽는다’식으로 제각기의 해석을 내리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로 장동건의 입에서 나온 말은 “고마… 해라, 마이 묵었다

아이가…”. ‘많이 찔렸으니 그만해도 죽는다’는 이 말은 칼을 ‘먹는다’는 것이 ‘찔린다’라는 건달식 표현을 알아차린 사람이 그다지

많지 않았고, 사투리에 죽어가는 신음소리, 게다가 빗소리와 어우러진 장중한 음악까지 함께 흐르는 바람에 여러 가지 창의적인(?) 해석을

낳게 되었다.

의문 3. 마지막 장면에서 준석은 죽는 것이다?

친구와의 면회를 끝내고 준석이 감옥의 복도를 걸어가는 장면은 보는 이로 하여금 사형장으로 걸어가는 참담한 느낌으로 다가올 수도 있었을 것이다.

게다가 헨드핼드로 흔들리는 화면은 그런 의문을 증폭시켰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실제 준석은 10여년의 형을 받고 복역중이고 영화 속 준석

또한 죽는 것은 아니다. 감독의 말에 따르면 “처음에는 죽이자는 의견도 많았다. 그러나 멀쩡히 살아 있는 내 친구를 아무리 영화지만 죽이기는

싫었다”고 한다. 그저 감독은 면회를 끝내고 돌아가는 길에 어린 시절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고 “준석이도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준석의 얼굴이 화이트 아웃되며 유년 시절의 해변가로 마무리지었다고 한다.

의문 4. 동수는 준석이가 죽였나?

가장 많은 논란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동수는 누가 죽였나” 하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동수 살해를 지시한 건 준석이다.

동수의 죽음과 연관된 몇 가지 부가 의문들을 풀어가면 해답은 분명해진다.

▶부가의문

1. 소주잔은 왜 3개인가?

도루코가 죽고 난 뒤, 준석의 표정은 계속 굳어 있다. 아버지 산소 앞에 준석은 소주잔을 올린다. 한잔은 아버지를 위해 한잔은 어머니를

위해,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올리는 잔은 무엇일까? 이미 이 시점부터 준석은 도루코를 살해한 동수를 제거하라는 지시를 상부로부터 받은 상태.

아버지의 산소 앞에서 조심스럽게 올리는 마지막 소주잔은 ‘동수를 위한 잔’이다. 이 장면은 영화상에서는 준석이 나이트클럽을 찾아가기 전에

나오지만 시나리오상에는 동수의 죽음과 교차편집되어 있다. 감독은 “시나리오대로 붙여보니 동수의 죽음의 긴장감이 떨어져” 이 신을 앞에 배치했다고

한다.

▶부가의문

2. ‘아버지 돌아가셨을 때 했던 말’은 무엇인가?

동수를 죽이기로 결심한 준석은 동수와의 마지막 협상을 위해 나이트클럽으로 찾아간다. 그리고 준석은 동수에게 “아버지 돌아가셨을 때 니가

내보고 했던 말 생각나나” 하고 묻는다. 아버지 돌아가셨을 때 했던 말은 바로 이것. “내는 이제 고아다”라며 비통해 하던 준석의 말에

동수는 “니는, 어른이다 아니가”라며 따뜻하게 위로해주었다. 준석은 이런 식으로 어린 시절을 상기시키면 혹시 동수가 “하와이로 가라”는

자신의 제안을 받아들일까 하는 기대를 품은 것. 또한 이런 환기는 준석의 제안을 거절한 동수로 하여금 방심하게 만드는 효과도 있다. 그렇게

가까웠던 친구인데 설마 어떻게 하랴 하고 동수도 관객도 마음을 풀 때, 준석의 무서운 지시가 떨어지는 것이다.

▶부가의문

3. 떨어지는 담배는 왜 클로즈업되나?

담배꽁초를 떨어뜨리는 것은 협상의 성패 여부에 따라 동수를 제거하라는 신호라고 보면 된다. 이 지시에 따라 동수를 배신하고 은기는 동수의

목을 조르고 행동대원들의 공격은 시작된다. 원래 동수의 수하에 있었던 은기는 이미 준석의 조직으로 돌아선 상태. 준석이 소지품검사를 당하던

장면에서 불안하게 담배를 피워대던 은기의 모습에서 배신을 앞둔 초조한 심경이 드러난다. 나이트클럽에서 나오던 준석을 마치 멀리서 지켜보는

듯 처리되었던 신은 보통 가해자의 시점으로 공격할 대상을 지켜보는 방식을 리버스함으로서 관객에게 앞으로 일어날 일에 혼란을 가져다 준다.

▶부가의문

4. 그렇다면 ‘왜 쪽팔리나’?

면회실, 상택은 준석에게 왜 법정에서 동수의 죽음을 사주한 사실을 인정했냐며 ‘니, 와그랬노’라고 울먹이며 묻는다. 그때 준석의 입에서

무심하게 흘러나온 말 “쪽팔리서…”. 이 말은 ‘정의감에 불타는 아줌마의 남편’의 경우 ‘준석이 동수를 지켜주지 못한 것에 대한 부끄러움’이라는

자의적인 해석을 내리며 준석이 동수의 죽음을 사주하지 않았다는 증거로 제시하기도 했다지만, ‘쪽팔리다’의 가장 적절한 해석은 본인이 사주한

일들을 시인하지 않았을 경우 행동에 옮긴 ‘동생’에게 모든 죄가 떠맡겨질 경우 그렇다는 것이다. 게다가 ‘건달 비즈니스적’으로 생각한다면

부인하는 것이 상례이겠지만 동수라는 ‘친구’를 죽인 것에 대한 죄책감은 그에게 ‘쪽팔려선 안 된다’라는 생각을 부채질한 것.

백은하 기자

▶ <친구>

지지론 - 아픈 시절, 아름다운 녀석들

▶ <친구>

비판론 - 맹목적 우정, 눈먼 신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