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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고 받는 인심 속에 싹트는 영화 사랑
2002-11-17

스무살 발로 쓰는 이야기

- 주고 받는 인심 속에 싹트는 영화 사랑

영화제가 한창인 남포동 PIFF광장은 이벤트에 참가하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다른 날과는 달리 16일에는 특히나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몰려들었다. 그런데 이상하다. 사람들이 광장에 설치된 7∼8개의 부스를 모두 들러가며 배급이라도 받듯 줄을 서서 물건을 받는 것이 아닌가! 사람들은 공짜로 주는 잡지와 가방을 끊임없이 손에 받아들었다. 그런데 유독 부산극장 모퉁이에 자리잡은 한 부스는 한산했다. 화려하게 치장된 다른 부스에 비해 이 부스엔 단지 티셔츠 두 장이 달랑 걸려있을 뿐이었다. 부스 안엔 앳된 얼굴을 한 두 명의 청소년들이 무료한 듯 서 있었다. 이 부스는 바로 ‘제4회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를 홍보하는 곳으로, 티셔츠를 판매하여 후원금을 모으고 있었다. 무슨 이벤트에 참여했는지 선물이 가득 든 가방을 무겁게 들고 가는 대학생 두 명을 만났다. 부산영화제에 자주 온다는 두 대학생은 청소년영화제엔 관심이 없냐는 질문에 “잘 몰라서 그다지 관심이 안 간다”며 “영화표를 살 돈도 빠듯한 학생인데 티셔츠를 사는 것은 조금 꺼려진다”고 말했다. 사람들의 후원이 필요한 영화인들은 물론 많다. 아마도 해마다 열리는 영화제에서 늘 마주치게 될 것이다. 공짜로 뭔가를 얻을 수 있는 이벤트에만 관심을 가지지 말고, 어려운 영화인들에게 뭔가 도움을 주는 건 어떨까. 대단한 물질적 도움이 아니더라도 영화팬들의 작은 관심이 열악한 환경에서 노력하는 영화인들에겐 커다란 힘이 될 것이다.

글/ 티티엘 심은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