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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아나 엘리아나> 관객과의 대화
2002-11-21

대도시에서, 여성으로서 살아남기

첫 단편 <회전목마>로 오버하우젠 영화제에서 3등상을 수상한 바 있는 인도네시아 감독 리리 리자의 세 번째 장편인 <엘리아나 엘리아나>는 어머니와 딸의 관계를 통해 신·구 세대의 갈등을 묘사한 드라마다. 강제 결혼이 싫어 도망치듯 대도시로 나온 딸을 찾으러 자카르타에 온 어머니는 대도시의 뒷골목에서 부적응자로 떠도는 딸을 발견하고 집으로 돌아갈 것을 강력히 회유한다. “대도시에서 살아 남는 자세란 묻지 않고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말하는 리리 리자 감독은 해체된 가족, 변화된 인도네시아 여성상을 통해 우리의 서울과 비슷한 자카르타의 혼란한 이면을 조명한다. 그는 질문을 받기 앞서 “인도네시아의 영화산업은 급속히 위축되고 있고, 단지 서너 개의 영화사가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2년에 걸쳐 완성된 <엘리아나…> 은 제작비 해결과 새로운 형식에의 도전을 위해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작품이다”라고 간략한 제작 배경을 설명했다. 남성은 부재하고, 여성 캐릭터만 등장하는 데 대해서는 “특별히 여성들만 등장하는 이야기를 만들려던 것은 아니었지만, 실제 극중 엘리아나와 같이 꿈과 이상을 가지고 도시로 진출했다가 적응하지 못하고 좌절을 겪는 아가씨들을 너무나 많이 보았기 때문에 자연스레 그 이야기가 나온 것 같다“며, “이런 일들은 비단 인도네시아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기에 부산 관객들도 쉽게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엘리아나의 절친한 친구로 등장하는 헤니를 통해 겉보기엔 아름다우나 속은 텅 빈 대도시의 허상을 비유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카메라의 사용과 과감한 앵글, 조명의 사용은 리리 리자 감독을 인도네시아의 특별한 신인으로 규정하는 데 별 무리 없어 보인다는 칭찬에는 “인도네시아의 영화 산업 침체에 영향을 받겠지만, 영화 한 편에 몇 년이 걸리든 새로운 시도가 담긴 영화들을 계속 만들어갈 것”이라고 포부를 다졌다.

글/심지현 사진/윤미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