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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민병훈 감독 인터뷰
2002-11-21

지난 17일 그리스 테살로니케영화제에서 예술공헌상ㆍ특별상ㆍ아시아유럽파운데이션상을 받은 「괜찮아, 울지마」(제작 서울영상벤처사업단)의 민병훈(33ㆍ한서대 영상연출학과 교수) 감독이 20일 오후 귀국했다. 뿌듯한 성과였지만 마음은 무거웠다. 영화를 만든 지 1년이 넘었으나 아직까지도 개봉 일정을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화장실 다녀오면서 뒤를 닦지 않은 기분이에요. 영화관을 구하지 못하면 대학 구내에서 무료상영이라도 할 작정입니다. 그래야 홀가분한 마음으로 다음 작품에 들어갈 수 있거든요."98년 데뷔작인 <벌이 날다>로 이탈리아 토리노영화제 대상과 테살로니케 영화제 은상을 차지한 민병훈 감독은 지난해 11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괜찮아, 울지마>를 선보여 호평을 받았고 지난 7월 체코 카를로비바리영화제에서도 특별언급됐다.우즈베키스탄을 배경으로 한 <괜찮아, 울지마>는 도시에서 빚에 쪼들려 낙향한 청년이 20년 동안 산에서 돌만 깨는 할아버지로부터 우화를 듣고 난 뒤 삶의 지혜를 깨닫고 가족과 화해한다는 줄거리를 담고 있다."첫 영화가 땅을 파는 이야기라면 두번째는 산으로 올라가는 이야기지요. 세번째는 사후세계를 주제로 사람과 신의 관계를 보여주고 싶습니다. 두번째 작품까지는 중앙아시아에서 찍었지만 세번째는 한국에서 찍을 거예요. 강원도 태백시 철암의 탄광촌까지 물색해놓았지요. 테살로니케에서 만난 제 정신적 스승 압바스 키아로스타미도 '어렵더라도 도망치지 말고 한국에서 네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라'고 당부하더군요."민병훈 감독은 이단아가 많은 충무로에서도 별종으로 꼽힌다. 대일외국어고 졸업 후 영화계 스태프로 활동하면서 자신이 있을 곳은 충무로가 아니란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국내 대학의 영화과에서도 배울 것이 없을 것 같았다.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를 비롯해 동구권 영화에 빠져 있던 그는 92년 혈혈단신으로 러시아로 날아가 상트페테르부르크 렌필름 등에서 스태프로 일하다가 그를 초청해준 알렉세이 게르망 감독의 권유로 모스크바의 러시아 국립영화대에서 수학했다.유학파 감독들도 첫 영화로 주목을 받고난 뒤에는 부와 명성을 얻기 위해 충무로 주류 상업영화에 도전하는 게 통례. 그러나 그는 작가주의 영화를 하겠다는 고집을 꺾을 생각이 전혀 없다."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로 어떻게 관객과 소통할 수 있겠어요? 제가 3년에 한편씩 영화를 만든다고 치면 많이 만들어야 10편을 넘지 않을텐데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자신있는 어조로 말하는 그의 표정에서도 그늘이 비친다. 99년 <벌이 날다>의 흥행성적은 4천500명. <괜찮아, 울지마>는 언제 관객과 만날 수 있을지 기약이 없다."모스크바나 파리처럼 흥행과 상관없이 아무때나 좋은 작품을 볼 수 있는 시네마테크가 곳곳에 들어서야 다양한 영화가 살아남을 수 있고 관객들도 할리우드 영화에만 길들여진 시각을 바로잡을 수 있습니다. 제가 영화제용 영화를 만드는 게 아니라 달리 소통의 수단이 없기 때문이지요."(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