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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이 발로 쓰는 이야기 - 영화제, 그들만의 축제?
2002-11-22

천안에서 온 현주(5)와 현동이(3) 가족은 영화제 기간에 부산에서 모임을 갖게되어 무척 기뻤다고 한다. 하지만 인터넷을 뒤져 상영작을 찾아본 현주 아빠는 영화 관람을 포기한 채 부산에 올 수밖에 없었다. 아이들과 함께 볼만한 영화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몇 안 되는 전체관람가 등급의 영화는 다큐이거나 아이들이 이해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작품인 경우가 많아서 12세 미만의 아이들이 볼만한 영화는 단 두 세 편에 지나지 않았다.

다양한 사람들이 섞여 지내고 있으면서도 우리는 서로의 입장에 대해 생각조차 못한 채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기자의 눈에는 부산국제영화제도 젊은이의, 그리고 비장애인의 축제로만 비춰졌다. 상영작 총 226편중에서 전체관람가 등급 영화가 단 11편뿐이라는 점, 영화를 보는 동안 아이를 돌보아 줄만한 시설이 전혀 없었다는 점, 젊은이가 아니라면 오래 머무를 수 없을 만큼 교통과 숙박 여건이 좋지 못했다는 점, 장애인을 배려한 시설을 찾아볼 수 없었다는 점 등이 이 영화제가 얼마나 소외된 사람들에 대해 관심이 없는지를 증명한다.

기자가 변영주 감독의 관객과의 대화에 가서 가장 놀랐던 것이 아줌마들의 열띤 질문 공세였다. 영화가 특정 다수, 특히 젊은이들만의 문화라고 생각하는 것이 얼마나 편협한 생각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올해로 7년째 열리고 있다. 이제는 모두의 축제가 될 수 있도록 주위를 둘러봐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든다. 나이든 사람이나 장애인을 외면하고 있는 영화라는 문화를 그들에게 되돌려 주기 위한 노력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시작되었으면 한다.

글/유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