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News & Report > Report > 씨네스코프
해외신작 <베터 댄 섹스>
2002-11-27

‘섹스보다 좋은 것’이라고 제목을 붙여도 시선을 잡아끄는 단어는 섹스고, 이야기가 바퀴를 굴리기 시작하는 출발선도 섹스다. 시드니의 여피들이 삼삼오오 모여든 파티. 서로에게서 좀체 눈을 떼지 못하는 두명의 선남선녀가 있으니 여자는 드레스 디자이너 신시아, 남자는 야생 사진작가 조시다. 조시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의 로맨틱히어로 킨케이드와 똑같이 <내셔널 지오그래픽>을 위해 일한다. 그러나 신시아는 탈출을 꿈꿀 만한 어떤 울타리에도 갇혀 있지 않다. 두 도시남녀는 매력적이고 자기가 매력적임을 잘 알고 있으며 결혼해서 정착할 계획은 꿈에도 없다. 더군다나 조시는 사흘 뒤 런던으로 떠날 몸. 여운도 부작용도 있을 리 없는 완벽하게 산뜻한 기회를 두 사람은 굳이 사양하지 않는다. 그러나 조시가 아파트를 나서려고 할 때마다 그를 가로막는 통제불능의 리비도와 괴짜 택시기사는 원 나잇 스탠드를 사흘로 잡아 늘린다. 섹스 틈틈이 대화하기 시작하는 남녀. 급기야 신시아는 놀러온 친구들이 조시와 시시덕거리는 것이 거슬리기 시작한다.

호주영화 <베터 댄 섹스>는 연전에 소개된 <포르노그래픽 어페어>가 그랬듯 몸의 열기가 마음의 열정을 부르는 전주곡이 될 수 있다고 말하는 로맨틱코미디다. 진정으로 성인다운 관계는 100% 섹스만으로도 얼마든지 첫발을 뗄 수 있다고 믿는. 뮤직비디오와 CF를 거친 조너선 테플리츠키 감독은 정해진 인물과 아파트 공간에 따라오게 마련인 연극성을, 카메라의 부단한 운동과 내벽이 없는 열린 세트 설계로 극복하고자 했다. 그리고 <코스모폴리탄>에서 빌려온 듯한 섹스에 관한 인터뷰로 가장자리를 장식했다. 마음껏 이야기하고 뒹구는 따뜻하고 폭신한 침대. <베터 댄 섹스>는 꼭 그런 침대만큼 야트막한 눈높이의 야심을 가진 소품이다. 김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