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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호테>(Don Quixote)
2002-11-27

당당한 순진무구함이여

Don Quixote2000년, 감독 피터 예이츠출연 존 리츠고, 밥 호스킨스, 이사벨라 로셀리니, 바네사 윌리엄스, 람베르 윌슨장르 코미디 (새롬)

<돈키호테>는 미구엘 데 세르반테스의 유명한 동명소설을 각색한 TV영화다. TV영화이긴 하지만 배우의 지명도나 스케일 등에서 극장용 영화에 별반 뒤지지 않는다. <클리프행어> <시빌 액션> 등에 출연했고, <솔로몬 가족은 외계인>에서 현란한 코미디 연기를 과시했던 존 리츠고는 몽상에 빠져 위대한 모험을 떠나는 영웅 돈키호테를 탁월하게 그려낸다. 산초 역에는 밥 호스킨스가 출연하여 존 리츠고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어낸다.

스페인의 작은 시골마을에 사는 알론조는 날마다 책을 읽다가 기사도 이야기에 빠져버린다. 용을 물리치고, 아름다운 미녀를 구하며, 폭군의 압정에서 백성을 구해내는 편력기사의 모험을 찬양하던 알론조는 마침내 분연히 떨쳐 일어난다. 자신을 라만차의 기사 돈키호테라 부르며 이웃의 소작농 산초 판자를 종자로 삼아 여행을 떠난다. 그뿐이 아니다. 자신의 애마를 로시난테라 부르고, 시골처녀 알돈자에게 둘시니아라는 이름을 붙여주며 상상 속의 여인으로 만든다. 풍차를 거인이라 부르며 돌진하고, 시골의 여관을 성이라 생각하여 여관주인에게 작위를 내려달라고 요청하는 등 돈키호테의 기행은 끊이지 않는다.

<브레이킹 어웨이> <누명> 등을 연출했던 피터 예이츠 감독은 충실하게 <돈키호테>를 연출한다. 새롭거나 기발한 해석 같은 것은 없다. 돈키호테의 모험을 따라가며 환상장면을 컴퓨터그래픽을 이용하여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정도다. <돈키호테>는 이미 영화로도 10여회 이상 만들어졌고, 각종 판본으로 다양하게 선보였다. 피터 예이츠의 <돈키호테>는 평범하지만, 여전히 재미있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원작 자체가 워낙 재미있다는 것이다. 레판토 해전에도 직접 참여했던 ‘무사’ 세르반테스는 애초에 기사를 단순한 농담거리나 황당한 모험의 인물로 그려내는 소설들을 비판하고 패러디할 목적으로 <돈키호테>를 시작했다. 하지만 곧 돈키호테와 산초의 화려한 모험에 빠져들었다. 위대한 몽상가 돈키호테에게는 거역할 수 없는 매력이 있었던 것이다. 세르반테스는 돈키호테의 내적인 변화와 심경들을 그려내면서 새로운 경지에 도달했다. 진정으로 ‘인간’을 그려낸 소설이란 평가까지 받게 되었다. 지금도 <돈키호테>의 이야기가 변함없이 즐거운 것은, 그 순진무구하면서도 당당한 자세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몽상을 인정하면서도 결코 현실에 굴복하지 않는다. 그것은 인간을 동물과 구분짓는 가장 중요한 ‘애티튜드’다.김봉석/ 영화평론가 lotusid@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