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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여자와 한 남자, 곡절많은 ‘부부’ 되기 <철없는 아내와..>
2002-11-29

2030년 달나라, 결혼식의 주례가 한 하객에게 신랑의 세 부모 이야기를 들려준다.

‘세’ 부모라고 일부일처제의 신화가 굳건한 2002년 한국사회에선 상상하기 힘든 이야기다. 하지만 이무영 감독은 천연덕스럽게 <철없는 아내와 파란만장한 남편 그리고 태권소녀>를 통해 파란만장한 시간을 거쳐 그지없는 평화를 찾은 남자 하나, 여자 둘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태권소녀 황금숙(공효진)은 여고시절 선생님과 연애하다 학교에서 잘리고(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여기엔 ‘음모’가 있다!) 전학온 완벽한 외모의 배은희(조은지)에게 애정을 느낀다. 이들은 이내 짝궁이 되고, 금숙은 은희의 유방확대수술을 위해, 은희의 아들을 살리기 위해 어떤 일도 서슴지 않는다. 하지만 금숙이 교도소에 있는 사이, ‘철없는’ 은희는 탤런트를 시켜준다는 약속에 인기 개그맨 오두찬(최광일)과 덜컥 결혼하고 만다. 돈 좋아하는 아내를 위해 밤업소는 물론 작은 행사까지 몸이 뽀개지도록 뛰는 오두찬. 어느날 은희와 금숙의 정사 장면을 목격하고 나름대로 ‘복수’를 계획한다.

아마도 한국영화 사상 가장 긴 제목일 이 작품의 재미는 만화같은 상상력을 무한대로 펼친 듯한 캐릭터들이다. 현실의 완고한 잣대로선 ‘용서받기’ 어려운 이야기일지 몰라도 ‘이런 삶도 있다’라고 편하게 보기 시작하면, 두 여자와 한 남자의 한 지붕 삶은 그리 불쾌하지 않다. 감독은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남이 나와 다르다는 걸 인정하고 조금씩 희생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라고 말했다. 고대 로마인 같은 복장에 로마의 욕탕을 상상케 하는 달나라 결혼식장 세트, 공중을 나는 금숙의 발차기, 내러티브에 개입하는 화자들… 각종 영화들을 짬뽕한 듯한 느낌이지만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영화스타일은 때로는 발랄하며, 세 주인공의 연기도 신선하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이야기와 스타일의 궁합은 잘 맞지 않는다. 도발적일 수 있는 이야기가 가벼운 장난 같은 스타일에 희화화됐다고 할까. 스타일의 실험이라 넘어가기엔 늘어지거나 반복되는 부분이 심하다. 역시 ‘도발’은 힘든 것인가 보다. 배창호·박찬욱·이무영·곽재용·이영재 등 5명의 감독이 만든 에그필름의 첫 작품이다. 다음달 6일 개봉.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