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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 어나더데이>의 릭 윤
2002-12-03

의 개봉(31일)을 앞두고 지난달 30일 한국을 찾은 한국계 할리우드 배우 릭 윤(31)이 2일 오후 서울 신라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릭 윤은 007 시리즈 20탄이자 40주년 기념작인 이 영화에서 북한군 강경파 특수요원 자오로 등장해 주인공 제임스 본드(피어스 브로스넌)와 목숨을 건 혈투를 벌인다. 다음은 기자들과의 일문일답.

--맡은 역할에 대해 설명해달라.

▲영화 속 악당인 구스타프 그레이브즈(토비 스티븐스)의 오른팔로 한반도 통일이라는 목표를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물이다. 그러나 중국식 이름에서도 느껴지듯이 국적은 모호하게 등장한다. 그래서 더 흥미가 느껴진다.

--동양권 출신으로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며 어떤 마음가짐을 갖고 있는가.

▲어릴 적 리샤오룽(李小龍)의 연기를 보며 꿈을 키워왔다. 한국 출신으로서 할리우드 스타의 자리에 오른 것은 사실상 처음이기 때문에 나도 민간 외교관이라는 책임감을 느낀다.

--북한을 ‘악의 축’으로 등장시킨 영화가 남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생각해보지 않았는가.

▲아직 영화를 보지 않아서 그런 질문을 하는 것 같다. 이제는 특정 국가가 아니라 개인이 적이다. 반테러전쟁의 적이 아프가니스탄이 아니듯 이 영화도 마찬가지다. 4년에 걸쳐 시나리오를 다듬는 과정에서 잘못된 인식이 심어진 모양이다. 여기에서는 제임스 본드도 범법자로 등장한다. 직속상관인 M(주디 덴치)이 본드에게 “이제는 더이상 흑과 백으로 나뉘지 않는다”고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 평화를 위협하는 적이 반대 쪽에서 보면 자유를 위해 투쟁하는 전사일 수도 있다.

--한국의 유명 배우가 북한군 역을 거절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가(차인표가 거절한 문대령 역은 또다른 한국계 배우 윌 윤 리가 맡았다).

▲그것은 개인적인 결정이어서 내가 언급할 입장이 아니다.

--폭격기에서 자동차가 떨어지는 장면에서는 소를 끌고 가는 농부가 등장하는데 지금의 한국 실정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지금 한국에 그런 농촌이 없는가? 아마도 자동차를 도시 한복판에 떨어뜨릴 수 없어 리 타마호리 감독이 그곳을 선택했을 것이다. 물론 내 생각에 불과하지만.

--미군 장갑차 사고와 재판을 계기로 반미 감정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이 때문에 당신이 출연한 영화를 보지 말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는데…

▲나도 그 얘기를 들었다. 너무너무 안타깝다. 만일 내 동생이나 조카가 그런 일을 당했다면 어떻게 행동했을지 모른다. 깊은 애도를 표한다. 이 영화가 논쟁거리가 되고 있는데 나도 아이들에게 창피하지 않은 영화를 남기려고 한다.

71년 서울에서 태어난 릭 윤은 72년 가족을 따라 미국으로 이주했으며 세인트존스 군사학교를 졸업하고 펜실베이니아대 와튼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과정을 이수했다. 99년 <삼나무 숲에 내리는 눈>으로 할리우드에 데뷔하자마자 차세대 유망주로 꼽혔다. 그가 한국을 찾은 것은 부천국제영화제 심사위원으로 초청됐던 99년과 한일월드컵 조추첨 사회자를 맡았던 2001년에 이어 세번째.

4일까지 한국에 머물며 각종 매체에 출연해 홍보활동을 벌일 예정인데 KBS2 「행복채널」이 반미 감정을 들어 초청 계획을 취소하는 등 차질을 빚고 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