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Culture > DVD > DVD 리뷰
오타쿠들의 경전,<신세기 에반게리온>
2002-12-05

김소연의 DVD

Neon Genesis Evangelion1995년 감독 안노 히데야키더빙+자막 일본어, 한국어화면포맷 4:3 오디오 돌비 디지털 2.0지역코드 3출시사 뉴타입DVD

<신세기 에반게리온>이 출시된다는 소식을 듣고는 ‘초호기의 그 우아하면서도 잔인한 폭주’를 드디어 DVD를 통해 볼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에 미리부터 감격해하고 있었다. 추천하는 친구에게 “정말 재미있어 유치하지 않아”라며 마구 의심쩍은 내색을 하면서 비디오가게에서 하나를 빌려 본 뒤, 곧바로 시리즈 전체를 빌려 감탄에 감탄을 거듭하며 본 개인사가 있기 때문이다. 정말이지 <신세기 에반게리온>은 그때까지 내가 가지고 있던 로봇애니메이션에 대한 고정관념을 단번에 허물어버리면서 나를 사로잡았던 것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번에 출시된 <신세기 에반게리온> DVD의 한국어 더빙이, 바로 그 비디오에 녹음되어 있던 옛날 것 그대로라는 점이다. ‘용감한 그대~’로 시작되는 한국어 오프닝송까지 고스란히 들어 있어, 일종의 친근감까지 느끼게 해준다. 그런데 바로 그 한국어 더빙이 새롭게 제작된 한글 자막과 상당 부분 일치하지 않아 약간 눈에 거슬리기도 한다. 아무래도 기존 더빙의 경우 어린 시청자들을 염두에 둔 것이라 매우 친절하다 못해 (다시 보니) 엄청난 수준의 완역과 오역이 많은 것에 비해, 이번에 새롭게 제작된 한글 자막의 경우는 대부분이 직역과 전문용어로 처리되어 있어 어렵고 딱딱한 느낌을 준다. 문제랄 수는 없지만 한국어 더빙과 자막을 동시에 지원해 보면 느낌이나 해석이 다른 부분이 있기 때문에 처음 접하는 사람이 내용에 혼선을 빚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진짜로 아쉬운 점은 출시 전부터 받았던 엄청난 주목과는 달리, DVD 시장에 나온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질이 여러모로 기대수준에 못 미쳤다는 사실이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장면이 바뀔 때마다 일어나는 순간적인 화면떨림 현상이다. 상하좌우 방향으로 순간적인 떨림을 보여주는 이 현상은, DVD의 고화질로 인해 더욱 거슬려 보이고 심지어는 약간의 두통까지 유발할 정도. 물론 1995년이라는 제작연도와 일본내수TV용 애니메이션이라는 제작사양을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원소스 자체가 가지고 있는 문제라 국내 출시사도 어쩔 수가 없었던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에 출시된 극장용 애니메이션 DVD들의 수준에 눈높이가 맞춰져 있는 많은 이들에게는 거슬리는 부분이었음에 틀림이 없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화제의 중심에 위치할 수밖에 없는 태생적 강점을 지닌 <신세기 에반게리온> DVD는 현재 2장의 타이틀이 출시되어 있는 상태이고, 연말까지 5장의 타이틀이 더 출시되어 하나의 박스 세트로 완성될 예정이다. 김소연/ DVD 칼럼니스트 soyoun@hipo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