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컬처잼 > e-윈도우
<오스틴 파워 골드멤버>의 비욘세 놀즈와 데스티니스 차일드
2002-12-05

운명의 여인(들)

정확하게 이름이 기억나지는 않지만, 한동안 TV 쇼 프로그램에는 미국의 흑인여성 보컬그룹을 흉내내는 어설픈 보컬그룹들이 많이 등장했었다. ‘가이’(GUY)라는 이름의 3인조가 그 대표적인 예였는데, TV 속에 비친 그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가관이었다. 흑인여성이 풍기는 섹시함을 흉내낸 어색한 화장에, 전혀 어울리지 않은 검정색 가죽옷을 입은 모습이 황당한 수준이었던 것. 서태지와 아이들 이후 밀려온 랩과 힙합의 물결이, 이른바 흑인풍의 여성 보컬그룹에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한 제작자의 설익은 작품이었다고밖에는 해석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 아무리 미국 시장에서 흑인여성 보컬그룹들이 득세를 해도 전혀 꿈쩍하지 않았던 우리나라 음반 시장에서, 어설픈 흉내내기가 통할 리는 만무했던 것이다.

비록 그렇게 한국 시장에서는 외면을 받았지만,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이른바 팝 시장에서 흑인여성 보컬그룹은 그야말로 전성기를 구가해왔다. TLC, SWV, Xscape, 데스티니스 차일드가 대표적인 예. 그들은 ‘스스로 섹시하다고 믿으면서 남자를 밝히고 돈을 쫓는’ 이른바 흑인 Bitch의 이미지와 뛰어난 가창력을 무기로 그런 성공을 거두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이 쓰레기야. 넌 아무 짝에도 써먹을 구석이 없어. 내가 바보지, 다른 사람을 찾아야겠어. 네가 내 카드대금 낼 수 있어 네가 내 전화요금 내줄 수 있어 네가 내 차 할부대금 내줄 수 있어’(Bills, Bills, Bills의 가사)를 외치며 최고의 Bitch 이미지를 만들어낸 데스티니스 차일드만큼 성공한 그룹은 없었다. 재미있는 것은 얼마 전 개봉된 <오스틴 파워스 골드멤버>에서 여주인공 폭시 클레오파트라를 연기한 배우가 바로 그 데스티니스 차일드의 리드싱어인 비욘세 놀즈였다는 사실이다.

어쩌면 미국 밖에서는 가수이기보다는 배우서 더 강한 인상을 남기게 될지도 모르는 비욘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데스티니스 차일드라는 보컬 팀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비욘세 놀즈=데스티니스 차일드’라는 공식이 성립될 정도이기 때문이다. 그 시작은 1981년생인 그녀가 처음으로 공식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1991년이었다. 한 어린이 합창단의 오디션 때 만난 다른 흑인소녀 라타비아, 사촌인 켈리와 함께 3인조 보컬그룹을 결성하게 된 것. 중요한 것은 비욘세의 아버지이자 가수 매니지먼트 회사를 운영하던 매튜 놀즈가 그 어린 소녀들에게 대형가수로서 요구되는 수련을 쌓게 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 시작은 그리 쉽지 않았다. 1992년 한 신인 발굴 콘테스트에서 떨어진 이후 1996년까지, 음반사의 눈에 띄지 못하고 준비만 해야 했던 것.

마침내 컬럼비아사와의 계약이 체결되고 지나 라토냐라는 새로운 맴버를 받아들여 본격적으로 데스티니스 차일드라는 이름의 4인조 보컬그룹으로 활동하기 시작하면서, 맴버들은 최대한 ‘Bitch’로 보일 수 있도록 철저한 이미지 관리를 받았다. 그러면서도 미성년자임을 잊지 않기 위해 무대 밖에서는 절대로 술을 마시거나 욕설을 하지 못하게 통제되기도 했다. 한편 음반사에서는 그들의 가능성을 높이 사 당시 최고 잘 나가던 프로듀서들을 투입해 음반작업을 시켰다. 그런 노력의 결과가 바로 1998년 출시된 첫 번째 앨범 <Destiny’s Child>. 그 앨범에서 싱글 컷된 <No, No, No>는 플래티넘 히트를 기록했고, 그들에게는 이런저런 상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팬들이 고대하던 차세대 흑인여성 보컬그룹이 탄생했다는 평가와 함께 말이다. 다음해에 선보인 그들의 두 번째 앨범 <The Writing’s On The Wall>도 수록곡 세곡을 빌보드 R&B 싱글차트 Top 10에 올리면서 그들의 인기를 지속시켰다. 그중에서도 앞서 언급한 <Bills, Bills, Bills>는 무려 9주간 1위를 차지하면서, 그해 최고의 R&B로 인정을 받았을 정도.

하지만 그런 성공 뒤에는 어두운 면이 있었다. 성공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프로듀서들이 줄줄이 그들의 곁을 떠난 것. 그 이유는 팀을 이끄는 매튜 놀즈가 자신의 딸 비욘세만을 너무 챙긴다는 것이었다. 그때부터 데스티니스 차일드는 미국 연예계에서 엄청난 입방아의 대상이 되었다. 팀의 리더인 비욘세를 필두로 아버지 매튜는 물론 헤어스타일리스트로 어머니 티나 그리고 백 댄서로 동생 솔랜지가 함께 일하는 것이 곱게 비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 상황은 2000년 봄, 비욘세와 사촌인 켈리를 제외한 나머지 두 맴버가 그룹을 떠난다고 선언하면서 진짜 위기를 만들어냈다.

떠나기로 결심한 이들이 ‘놀즈 가족이 합심해서 비욘세를 팝계의 여신으로 만드는 데만 혈안이 되어 있다’라는 내용의 불만을 노골적으로 터뜨리고, 법적소송까지 걸었던 것. 다행히 그런 상황에서도 새로운 멤버들을 영입한 데스티니스 차일드는 영화 <미녀 삼총사>의 주제곡 <Independent Women PartI>을 히트시키고, 세 번째 앨범 <Survivor>까지 대박을 만들어낸다.

그렇게 힘든 상황에서도 성공을 지속하게 만드는 원인은, 역시 비욘세의 존재라고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Survivor> 앨범을 직접 제작하고 작곡에까지 참여하면서 자신의 재능을 쏟아부은 그녀가 없었다면, 그런 상황에서의 성공은 상상하기 힘들었다는 것이 일반적 평가이다. 그래서 그녀가 음반계를 떠나 영화로 외도를 한다는 소식이 알려졌을 때, 대중이 의아해했던 것은 당연하다. 엘리자베스 헐리와 헤더 그레이엄 등이 ‘소비’되었던 <오스틴 파워> 시리즈에 출연함으로써, 그녀가 혹 재능을 낭비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영화가 완성된 뒤에 그런 반응은 깨끗이 사라졌다. 그녀가 배우로서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주었기 때문. 오히려 일부에선 이번 영화출연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아야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을 정도다. 이제 겨우 스물을 갓 넘긴 그녀에겐, 분명히 영화계와 음반계를 오가며 장수할 수 있는 대형스타로 클 수 있는 자질이 보였기 때문이다. 이철민/ 인터넷 칼럼니스트 chulmin@hipop.com

데스티니스 차일드 공식 홈페이지 : http://www.destinyschild.com비욘세 놀즈 공식 홈페이지 : http://www.beyonceonline.com<오스틴 파워 골드멤버> 한글 공식 홈페이지 : http://www.austin-gol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