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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정 “정말 돈 많이 벌어 많이 나눠쓰고 싶어”
2002-12-10

십여 편의 영화에 출연한 배우, 9장의 앨범을 내논 가수, 드림팀 단골 1등선수는 물론 온갖 프로그램의 단골 엔터테이너… 임창정씨, 그가 오랜 시간 사람들의 곁에서 쌓아온 이미지는 이를테면 이렇다. 아무리 험하고 나쁜 소리를 해도 ‘속내는 다를 거야’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사람.

<색즉시공>엔 수영복을 입은 여자 포스터의 ‘민감한’ 부분에 묻은 케첩을 핥는 장면이 있다. 상당히 불쾌(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한 장면이지만 그가 임씨라면 웬지 밉지 않다. 그런 점에서 ‘풍기문란 섹시코미디’를 내세운 이 영화에서 임씨의 캐스팅은 적격이다. 그가 맡은 은식은 ‘세상엔 없을 것 같은’ 지고지순한 사랑을 주는 남자. 다른 남자 때문에 낙태수술을 받은 여자를 위해 미역국을 끓여주며 차력쇼를 해주는 이다.

“처음엔 섹스코드가 너무 많아 안 하겠다고 했어요. 근데 윤제균 감독을 만나 그 센스와 정열에 반했죠.”

다음부턴 일사천리. 임씨는 10여 차례 시나리오 수정에 함께 참여했다. 에어로빅팀원이었던 남자출연자들이 피겨스케이팅, 수영 등의 별별 아이디어 끝에 차력동아리원으로 바뀌었다. “무엇보다 먼저 생각한 건 일상의 리얼리티에요. 언뜻 더럽고 엽기적이라 여길지 몰라도 사람들이 혼자 있으면 어떤 행동을 할까.”

임씨는 “윤제균 감독과 진짜 코믹코드가 잘 통했다”고 한다. 그의 애드립이 빛나는 ‘파리’ 장면도 그랬다. “통곡을 할 정도로 슬픈데 파리가 달려든다. 난 그 파리에 화내며 억눌린 감정을 폭발시키고 싶다… 이런 얘기 반만 하니까 감독이 ‘바로 그거야’ 하더라고요.” 촬영개시 한달 전부터 엠티가고 술마시며 작품 얘기를 하며 호흡을 맞춰온 스텝과 출연진은 꼭 자랑하고 싶은 부분이다. ‘대역은 없다’라는 감독의 방침에 온 출연진들이 에어로빅과 차력에 매달렸다. “깨진 병 위에 눕는 것, 세바퀴 뒤로 돈 것, 쌍절곤 돌리는 거 다 진짜에요.”

임씨에게도 90년 <남부군> 출연이후 97년 <비트>로 ‘뜨기까지’ 가스배달하고 신문돌리며 힘들게 보낸 시간이 있었다. “불행하진 않았어요. 물론 서러웠죠. 하지만 꿈과 목표가 있는 사람만이 서러움도 느끼는 거에요. 그게 바로 오기고 그래야 성공할 수 있지않나요” 그렇다면 앞으로의 꿈은 “모두들 변신 안하냐고 묻는데 전 변신이란 걸 어떻게 하는건지 몰라요. 하지만 10년쯤 뒤엔 아, 내가 변신했구나 자연스레 느껴지길 바래요. 분명 지금보단 멋진 놈이 되어있을 거에요. 전 정말 돈 많이 벌어서 많이 나눠쓰고 싶어요.” 영화감독도 그 꿈 가운데 하나다. “한 5년쯤 뒤 하지만 코미디는 안할 것 같아요.”

인터뷰할 때 임씨는 매우 프로페셔널해 보였다. 그러면서도 미군 장갑차 사건이나 대통령 선거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땐 30살 대한민국 젊은이의 모습 그대로였다. ‘스타’지만 따뜻하고 평범한 개구쟁이 삼촌 같은 이, 그가 임창정이다.

글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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