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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 열리는 장 뤽 고다르,그 여백의 영화세계 <1>
2002-12-12

썩은 세상,나는 영화를 가지고 싸운다

누벨바그의 살아 있는 기념비 장 뤽 고다르 감독의 작품 열여섯편이 12월13일부터 26일까지 서울 하이퍼텍 나다(www.dsartcenter.co.kr, 02-766-3390)와 시네마테크 부산(www.piff.org/cinema, 051-742-5377)에서 동시에 상영된다. 1960년 <네 멋대로 해라!>라는 담대한 구호로 영화를 선동한 이후 급진주의자이자 근본주의자로서 ‘래디컬’의 두 가지 의미를 실천해온 장 뤽 고다르. 영화의 심장을 동경하는 우리는 왜 자꾸 그를 맴돌 수밖에 없는가?

1. 그의 영화, 괴상하다

고다르의 영화는 어쩐지 이상하다. 그것은 일반적인 영화와는 너무나 다르며, 그런 것들에 비해서 특별히 더 나은 것도 없어 보인다. 차라리, 그것은 형편없다. 우리가 아는 상식의 수준에서는 말이다. 이것은 전혀 틀린 말이 아니다. 지금 극장들을 떠돌아다니는 영화들을 보라. 아주 민감한 표피를 손으로 훑는 듯이 살살 건드리는 흥미진진한 코미디, 그런가 하면, 온갖 정서를 오직 하나의 꼭지점, 눈물이 살금살금 눈샘을 비집고 나오도록 그 극적인 포인트를 향해 돌진하는 감동의 드라마, 도대체 더이상 다른 상상을 한다는 것이 불가능할 만큼, 모험과 액션들로 가득 찬 환상극들… 예컨대 대한민국은 선별의 왕이다 ! 어쩌면 그렇게 수많은 전세계의 영화들 안에서 그렇게 정점을 달리는 영화들만을 골라왔는가 게다가, 만들어지는 영화들은 또 어떻고… 이들 영화들에게는 미덕이 있다. 가슴을 달래주는 것, 카타르시스, 삶을 잠시 잊어버리고, 그 지치고 굴곡진 삶의 채무들을 내려놓고 아주 편하게 거의 눕듯 앉아서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 다시 말해, 긴장과 엄습의 시간을 잠재우고 지나가는 것, 그렇게 삶의 빈 시간을 채우기, 망각하기 등등… 이것은 분명히, 미덕이다. 영웅들이 없다면, 이야기가 없다면, 사람들은 이 세상에서 더더욱 지치고 난감한 인생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우리를 잠시 세상의 반대편으로 여행하게 해주는 것. 이것이야말로 영화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역할이며, 이러한 역할에 의해서 그는 예술이 되어간 것이 아닌가 반 - 면 - 에 -

대체 고다르의 영화들은 뭐란 말인가 미덕이라 부를 만한 것이 있기라도 한가 오히려 영화에 있던 미덕을 파괴한다, 그것은. 보면 볼수록 감각은 오히려 무디어져 가고 건조해지기 이루 말할 수 없으며, 거칠고, 생경하다. 마치, 카메라라고는 어떻게 만지는지도 모르는 자가 혼자서 뚝딱거리며 만든 영화같이 말이다. 그래, 까짓거, 80년대에는 그래도 젊고, 따라서 한참은 과거사니까 그랬다고 치자. 하지만, 이 90년대, 2000년대에는 나아지기라도 했다는 말인가 색채가 화려해지고 선명하며, 사진처럼 구도잡힌 장면들이 나오는 것이 다를 뿐,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오히려 더하면 더했지. 주절주절 떠들기- 갑자기 나타나서 별로 좋지도 않은 덜덜덜 트랙터 돌아가듯 떨리는 목소리로 응얼응얼 거리고, 느닷없이 자막을 집어넣고 깜빡깜빡거리는가 하면, 카메라, 언제나 매혹적인, 간섭과 이탈의 거리감각을 적절히 유지하면서 우리를 극 안으로 끌어들이는 카메라를 이제는 60년대보다 한발 더 나아가 아예 정지시켜버리고, 이럴 수가, 이럴 수가 !

하지만, 이상하기는 하다. 이런 흥미라고는 터럭도 안 되는 영화를 격찬한다. 처음에는 봐주려니 했는데, 한번이면 됐지, 잊어버릴 만하면, 가끔씩 이런 식으로 끌어내서 보라고 떠들기까지! 정말이지, 이해할 수가 없다. 그런 태도들을… 그리고 불편하다. 마치 내가 영화를 모르고 있는 듯이 나를 마구 자격지심에 싸이게 만든다. 뭐, 무식하다고 고다르를 모르니, 누벨바그를 모르니, 예술영화들을 모르니 하면서 전부가 다 계급주의적인 발상 아닌가 지식을 무기삼아 은근히 나누어버리는 문화적 계층 구별. 그들은 내가 보는 영화들을 폄하하고 자신들이 보는 영화들을 부추긴다 ! 그래, 아무렴 마음대로 하라지, 나는 내가 좋으면 그만이다. 영화는 재미가 있으면 그만이다. 공연히 예술, 예술 하며 난리를 쳐봤자 말이다 !

하이퍼텍 나다 상영시간표

부산시네마테크 상영시간표

영화제 열리는 장 뤽 고다르,그 여백의 영화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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