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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 연쇄살인, 그리고 모방범죄…<H>
2002-12-13

연쇄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여고생, 임산부….

바로 1년 전에도 6명의 연쇄살인 사건이 있었다. 22살의 미소년 같은 청년 신현(조승우)은 6번째 살인사건을 저지르고 담당인 한 형사를 찾아와 시체를 던져놓으며 자수했다. 한 형사는 신현의 재판 뒤 사건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한 죄책감에 자살한다. 한 형사의 약혼자였던 부산시경의 강력반 소속 형사인 미연(염정아), 그리고 새롭게 강력반에 합류한 강 형사(지진희)는 이번 사건이 신현 사건의 모방범죄임을 직감하고 교도소의 신현을 찾아가지만, ‘6명’을 향한 살인사건은 계속된다.

스릴러 영화 의 세 주인공 미연, 강, 신현은 모두 내면에 간직한 아픔으로 단단히 닫혀 있다. 강 형사와 신현은 모두 어머니가 원치 않았으나 세상에 태어난 인물들이다. 교도소에서 처음 만나 신현은 강 형사 이마의 상처(낙태수술로 인한)를 보고 그에게 동질감을 느낀다. 미연은 약혼자를 자살로 몰고 간 신현에 대한 증오와 형사로서 연쇄살인 사건을 해결하지 못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린다.

<양들의 침묵>, <세븐> 같은 할리우드 영화를 닮았다는 점을 부인하긴 어렵지만, 는 한국영화에선 보기 힘들던 감성의 스릴러를 엮어나간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잔인하고 섬뜩한 사건 뒤에 숨어 있는 인간의 악마성이나 이에 흔들리는 나약한 인간의 본성은 언제나 마음을 쑤신다. 잔인한 장면과 큰 반전을 ‘충격효과’에 의존하지 않고 절제하려 한 점도 돋보인다. 그렇기에 조이고 풀어주는 리듬감 없는 진행이나 카리스마 부족한 연기, 불친절한 이야기 전개가 더욱 아쉽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