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생이 여러분은 불쾌하실 수 있사오니 관람을 심가주십시오.” 홈페이지 입구에서 마주친 경고문구다. 신인감독 조근식의 데뷔작 <품행제로>는 80년대에 불량 청소년이라 불리던 아이들의 모습을 담은 영화다. 홈페이지는 온통 궁서체의 글자체와 촌스럽고 빛바랜 색깔 같이 복고적인 이미지들로 가득하다. 마치 다락방에서 옛날 교과서나 딱지같이 굴러다니는 잡동사니를 우연히 발견한 느낌이랄까. 공부한답시고 밑줄은 그었지만 한구석에선 딴짓하면서 유치찬란한 낙서를 끼적여놓았다. 주연인 류승범의 다채롭고 코믹한 표정들이 곳곳에 콜라주된 것도 재밌지만, 시놉시스, 캐릭터 코너의 글을 읽으려고 하면 장난스러운 낙서들이 집중을 방해하는 등 불량스러운 자세를 고수한 것이 독특하다. 영화스틸을 소개하면서 “장당 500원! 알아서 계산해라!”하는 식이다. 아지트 코너는 가장 코믹한 코너 중 하나로, 80년대 추억의 ‘춤’들을 정리해서 알려준다. 조금만 더 세심하게 살펴보면 의외의 곳에서 은근히 웃음을 자아내는 코드들을 발견하는 기쁨도 누릴 수 있다. 영화는 12월27일 개봉예정.윤효진

품행제로 공식 홈페이지 : www.manner0.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