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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세기 영국에서,힙합을 전도하다 <흑기사,중세로 가다>
2003-01-09

Black Knight, 2001년감독 길 정거출연 마틴 로렌스, 마샤 토마슨, 톰 윌킨슨빈센트 리간, 대릴 미첼장르 코미디 (SKC)

현대인이 과거로 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지팡구>라는 만화는 현대의 구축함이 2차대전 당시로 타임슬립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그들에게는 고성능의 레이더와 미사일 등을 비롯한 초현대식 무기들이 적재된 구축함이 있기 때문에 압도적인 힘의 우위를 보여준다. 갖가지 생존장비와 무기를 갖춘 특수부대원이라면 홀로 과거에 떨어져도 충분히 살아남을 것이다. 아니 신이나 마법사 정도는 충분히 될 것이다. 마크 트웨인의 <아서왕을 만난 사나이>에서 역사상의 사건과 근대의 과학지식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가진 남자는 멀린을 압도하는 마법사로 추앙받는다.

하지만 현대인이 무조건 과거의 사람들보다 우월하다고 할 수는 없다. 아무런 도구없이 과거로 떨어진다면, 게다가 아무런 ‘서바이벌’ 지식을 갖추지 못한 도시인이라면 그런 경우라면 생존조차 힘들다고 할 수 있다. 현대인은 과거 어떤 시대의 사람들보다 자연에서의 독자적인 생존능력이 떨어진다. 하지만 임기응변과 유머감각이 있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자말(마틴 로렌스)의 경우가 그렇다. 자말은 손님이 없어 그럭저럭 꾸려가는 중세시대 테마파크에서 일하고 있다. 일에 열성을 보이지도 않고, 주로 말을 앞세우며 살아가는 소시민이다. 근처에 경쟁업체인 캐슬월드가 생겼다는 소식을 들은 자말은 바로 직장을 옮길 생각을 한다. 성 주변을 청소하던 자말은 도랑에서 발견한 목걸이를 주우려다가 빠져버린다.

호수에서 허우적거리며 기어나온 자말은 거대한 성을 발견한다. 캐슬월드라고 생각한 자말은 거리낌없이 안으로 들어간다. 사장을 만나 취직을 부탁하려는 자말은 어디서 왔냐는 문지기의 말에 ‘노르망디’에서 왔다고 답한다. 자말이 사는 곳이 마침 노르망디 거리였던 것. 노르망디의 사신을 기다리고 있던 성주는 자말을 받아들이고, 자말은 한동안 그곳을 캐슬 월드라고 생각하며 지낸다. 하지만 이벤트라고 생각한 반역자 처형에서 목을 집어든 자말은 바로 기절을 하고, 자신이 14세기 영국에 있음을 알게 된다.

자말이 14세기 영국인보다 우월한 것은 두 가지다. 힙합과 스포츠. 자말은 힙합으로 사람들의 호감을 얻고 농구와 미식축구, 레슬링 같은 스포츠로 반란군을 훈련시킨다. <흑기사, 중세로 가다>는 과학적 상식이나 논리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마틴 로렌스의 입담으로 끌어가는 코미디다. 마틴 로렌스를 좋아했다면 이 영화도 그럭저럭 즐길 만하다.김봉석/ 영화평론가 lotusid@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