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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필름 대표 심재명 인터뷰 [3]

지난해 흥행성적이 부진했지만 명필름에 별다른 변화가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올해 개봉할 편수만 해도 이미 3편이 확정됐다. 지난해 제작을 끝낸 김응수 감독의 <욕망>과 박찬옥 감독의 <질투는 나의 힘>을 시작으로 지난 연말부터 촬영에 들어간 <바람난 가족>이 늦어도 올 추석에는 극장에 걸릴 예정이다. 세편 모두 스타 캐스팅에 기댄 영화는 아니어서 제3자의 눈으로 보기엔 흥행하는 게 만만찮은 일처럼 보이는데 정작 심재명 대표는 담담하다. <섬>이 흥행에서 실패한 뒤 상심해서 앓아 누웠던 적이 있는 사람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맷집이 좋아지셨나봐요”라고 묻자 그는 “그럼요. 그때는 첫 경험이었으니까 파장이 컸죠. 지금 생각해보면 <섬>은 해피한 케이스였어요”라며 웃는다.

-임상수 감독과 <바람난 가족>을 같이 하게 된 계기는.

=감독에 대한 신뢰가 제일 컸었고. <처녀들의 저녁식사>나 <눈물>을 봤을 때 좋았고 감독으로서 프로가 아니겠나 싶었고.

-<바람난 가족> 출연계약 문제로 김혜수씨와 시끄러웠는데 어떤 생각이 드나.

=계약서를 잘 써야겠다, 다. 김혜수씨는 영화와 TV를 둘 다 할 수 있다는 거였고, 우린 그럴 수 없다는 거였으니까. 손해배상소송까지 간 건 이런 문제가 사적으로 끝나서는 안 되겠다 싶어서였다. 또 이런 일이 닥칠 텐데 공론화하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다. 방송사든 영화사든 캐스팅 때문에 애를 먹고 이런 일은 비일비재할 거니까. 사실 우리 입장에선 이런 소송을 내면 매니지먼트사한테 깐깐한 제작사라는 인상을 줄 거고 득볼 게 없는데 5억원 손해배상을 하라고 요구한 것도 돈을 받겠다는 얘기가 아니라 공론화하는 계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거다. 계약금을 돌려받는 걸로 정리가 됐고. 이젠 서로 조심하지 않을까 싶다.

-올해 가장 먼저 개봉할 영화는 <질투는 나의 힘>인가.

=아니다. <욕망>을 먼저 하게 될 거 같다. 배급방식을 고민 중인데 CJ랑 의논 중이다. 예술영화전용관에 풀 것인지, 일반상영 방식을 택할 것인지. 그 형태가 정해지면 개봉일자도 정해진다. 3∼4월에는 할 거 같은데….

-<섬> <와이키키 브라더스> <버스, 정류장>처럼 이런 영화를 몇 차례 개봉해봤는데… 어떤 대안이 있다고 보나.

=무엇보다 이런 영화는 예산을 줄여야 한다. 4억∼5억원 정도로 제작하면 크게 돈을 벌 순 없겠지만 리스크는 줄일 수 있다. 저예산으로 해야 하는데 <욕망>도 제작비 9억원이 들었으니까 리스크가 있을 거 같다. 작가주의영화들의 경쟁력은 따로 있고 그런 영화를 만드는 프로듀서나 감독도 따로 있는 거 같다.

-2001년엔 신인 감독 영화 중에 <소름>을 인상적인 영화로 꼽았는데 지난해 영화 중에는 무엇이었나.

=<품행제로>다. <씨네21> 베스트5는 뭐였나

-<생활의 발견> <오아시스> <복수는 나의 것> <죽어도 좋아> <취화선>이었다.

=<죽어도 좋아>를 아직 못 봤다.

-<품행제로>는 어떤 면이 좋았나.

=대중영화로서 쿨한, 감정 과잉이 별로 없고 만듦새나 형식에 대해 공을 많이 들인 거 같다. 시나리오나 이야기 구조에선 허술한 점이 있지만 영화가 표방하는 캐릭터나 캐스팅이라든가 연기라든가,난 깜짝 놀랐다. 대중영화로서 미덕이 많은 거 같다. 요즘에 과잉의 영화를 많이 봐와서, 그렇지 않은 게 너무 좋더라. 처음엔 류승범이 싸움하면서 난리나잖나. 그런데 그게 다 거짓말이었던 게 너무 좋았다. 완전히 개싸움이 돼버리잖나. 진실은 이런 거고 결국 무용담 좋아하는 고삐리들의 과장된 그걸 완전히 뒤집어버리더라구. 그런 사고 자체가 쿨하면서도, 영화를 대하는 태도나 사고방식에서 진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화도 자주 보나 최근 영화 중에 좋았던 건 뭐였나.

=아주 최근 영화는 별로 없고 <어바웃 어 보이> 좋게 봤다. <피아니스트>, 미하엘 하네케의 <피아니스트> 있잖나. 이자벨 위페르의 연기는 정말 대단하더라.

-<어바웃 어 보이> 얘기하니까 생각나는데 워킹타이틀의 작품이잖나. 당신이 꿈꾸는 영화가 워킹타이틀의 영화와 비슷한 거 아닌가.

=지금도 워킹타이틀영화처럼 만들 자신있다. (웃음) 그런데 워킹타이틀은 작가, 감독, 배우, 네트워킹이 정말 좋다. 휴 그랜트가 나오고. 음악 쓰는 타이밍도 비슷하고. 그걸로 영국뿐 아니라 할리우드도 점령했잖나.

-지난해 작품들이 흥행이 안 되고 투자여건도 나빠져서 위축되진 않나 싸이더스 차승재 대표는 대단한 위기감을 느끼는 거 같던데.

=위기감이나 그런 건 별로 없다. 정말 위기라서 일부러 내색을 안 하는 걸로 보이는지는 모르겠지만. 즐겁게 좋은 감독을 만나서 일하면 되는 거다. 뭐, 지난해엔 시장에 민감하게 대처하지 못했으니까 좀더 발빠르게 움직이고. <바람난 가족>도 잘 찍히고 있고. 심보경 이사가 <바람난 가족> 프로듀서를 맡고 있는데 문소리씨에 대해 ‘괴물’이라고 하더라. 문소리씨 연기에 놀라나보다. 올해 괜찮을 거 같다. 난.

인터뷰를 마치고 점심식사를 하러 나왔을 때 소복이 쌓일 만큼 눈이 내리고 있었다. 눈을 맞으며 언덕길을 걸어올라 국밥집에서 식사를 하면서 요즘 시사회를 한 영화들, <이중간첩> <클래식> <디 아워스> 등에 대한 얘기를 했다. 그러면서 들려준 비사 한 가지. <와이키키 브라더스>도 실은 창대한 프로젝트였단다. 한석규와 송강호를 캐스팅하려고 매니저에게 시나리오를 보냈던. 정말 두 배우를 써서 만들었다면 어떤 영화가 나왔을까 관객은 얼마나 들었을까 영화를 뜻대로 만드는 일은 감독에게나 프로듀서에게나 참으로 어려운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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