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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더스 대표 차승재 [1]
문석 사진 조석환 2003-02-20

흥행부진, CJS 출범 등 이중고 겪고있는 싸이더스 대표 차승재

원칙 치키되, 좀더 상업적으로

2002년 한해 동안 차승재 싸이더스 대표는 좀처럼 인터뷰를 하지 않았다. 아니, 인터뷰를 할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는 편이 맞을 것이다. 2001년 개봉한 야심작 <봄날은 간다> <무사> <화산고>가 기대 이하의 흥행을 기록, 자존심에 타격을 입었을 뿐 아니라, 자신이 주도한 한국영화의 산업화 대열에서 싸이더스가 오히려 소외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모회사였던 로커스홀딩스가 시네마서비스를 합병, 플레너스엔터테인먼트를 창립하면서 산업의 중심에서 서서히 밀려나기 시작한 싸이더스는 음반, 매니지먼트 사업부문을 싸이더스HQ에 떼어주면서 2000년 창립 때 내걸었던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이라는 깃발을 내려야 했다. 여기에 자금난과 캐스팅난이 겹치면서 <정글쥬스> <결혼은, 미친 짓이다> <로드무비> 등 싸이더스 영화치곤 비교적 소품에 가까운 3편만을 제작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에게 CJ엔터테인먼트와 플레너스의 결합, 이른바 CJS연합은 더욱 큰 난관임에 틀림없다. 싸이더스 입장에서 CJS연합은 이중의 어려움을 가져다줄 공산이 크다. 그 첫째는 플레너스의 안방을 시네마서비스에 내준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추진 중이던 CJ와의 장기적 협력관계가 수포로 돌아갔다는 점이다. 둘째는 이로 인해 1년에 5∼6편의 영화를 만드는 대형 제작사 싸이더스를 안정적으로 지지해줄 파트너를 찾는 게 당분간 불가능해졌다는 사실이다. 설 연휴 이후로 그가 앓고 있던 감기몸살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았던 것도 이런 분위기 때문이다. 이처럼 심각하다면 심각한 국면에서 그가 딱 한번만 고사한 뒤 인터뷰에 응한 것은 다소 의외였다. 그동안 난관을 헤쳐나가면서 면역체계가 단단해졌다는 얘기일까, 아니면 말을 아낄 필요가 없을 정도로 코너에 몰렸다는 뜻일까.

-요즘 몸이 아프다고 들었다.

=그냥 몸살이 난 거다.

-누군가는 마음의 병이라고 하던데.

=누가 그러냐? (웃음) 마음의 병이 생길 이유가 뭐 있겠냐.

-그 사이에 CJS연합이 공식화되지 않았나.

=그럴지도 모르고….

-CJS연합이 싸이더스엔 악재로 보인다.

=아니다. 꼭 그렇지만은 않다. 장단점이 공히 있다고 본다.

-장단점이라면.

=한국영화 투자·배급만 놓고 보면 CJS가 차지하는 비중은 60∼70% 정도일 것으로 본다. 과점상태라는 얘긴데, 그 힘으로 한국영화계의 룰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즉, 지금 거품에 둘러싸여 있는 제작비를 내릴 수 있는 가능성이 많이 있다는 거다. 과열경쟁 속에서 치솟은 배우들의 개런티라든가 여러 가지 비용을 뺄 수 있으리라 본다. 만약 이런 식으로 된다면 우리 입장에서도 긍정적이다.

-단점은 뭔가.

=아까 말했듯 CJS는 과점 상태에서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노력을 할 것이다.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가 제작비 절감이라면 또 하나는 제작사에 대한 투자사의 수익 분배비율을 높이는 것이다. 7 대 3, 8 대 2, 심하면 9 대 1까지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 이것에 관해서 무슨 뾰족한 수가 있겠나. 없다. 왜? 저쪽은 너무 크고…. 웬만큼 커야지.

-CJS가 출범하게 된 배경이 무엇이라고 보는가.

=모르지. 자기들이 필요있으니 했겠지. CJ로선 현명한 기업적 판단을 했다고 본다. 만약 SK텔레콤이 영화계에 들어와 시네마서비스와 손잡는다면 거기에 경쟁하기 위해 지불해야 할 비용이 상당할 것이다. 게다가 시네마서비스를 빼곤 뛰어난 플레이어가 없다고 판단되는 상황이라면 경쟁에 들어갈 돈으로 사는 게 낫지 않겠냐.

-2000년 싸이더스를 출범하면서 영화계의 본격적 산업화를 이끈 장본인으로서, 지금의 상황을 보는 심경이 남다를 것 같다.

=(잠시 침묵) 열심히 시도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아 다음 스테이지로 못 간 거 아닌가, 하고 반성하고 있다.

-패착점, 그러니까 플레너스 안에서 입지가 좁아진 이유는 뭔가.

=영화가 흥행 안 된 거 아니겠냐.

-전문 영화기업이 아니라 종합 엔터테인먼트 업체라는 지향점의 문제는 아니었을까.

=아니다. 그 목표는 아직도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아직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각 기업 규모가 작고 수익 시스템이 미흡하다보니, 개별로 가면 리스크가 크다. 그것들이 하나의 포트폴리오 안으로 들어가 안정적인 수익을 취하는 게 기업으로서 가치있다고 판단한 거다. 결국 원점으로 돌아갔지만.

-당초 구상에서 안정적 수익원인 배급쪽을 생각하지 않았던 것 또한 문제였다는 생각이 든다.

=결과적으로 그런 반성을 할 수 있는 것 같다. 사실 배급을 하고 싶었지만, 당시 회사 체력이 배급할 정도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게다가 곧 시네마서비스도 합류해 우리가 굳이 배급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할 필요는 없었다.

-CJS 시대에 싸이더스가 가장 어려운 제작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근거는 싸이더스 영화의 성격이나 질의 문제가 아니라, 덩치가 크다는 것일 거다. 1년에 5∼6편 정도를 만든다면 한 배급사가 다루는 한국영화 편수의 절반 정도 되니….

=우리가 1년에 그 정도의 영화를 꼭 만들겠다는 의지가 있는 것은 아니다. 말이 되는 프로젝트가 6개라면 6편이 나오는 거고, 할 만한 게 1편이라면 1편만 하는 거고.

-이런 상황에서 싸이더스의 생존전략은 뭔가.

=CJS가 출범하면 한국영화의 나머지를 누군가 싹 통일한다 해도 30∼40%밖에 점유하지 못한다. 그러면 우리로선 경쟁력 있는 작은 나라로 위치를 정할 수밖에 없다. 경쟁력이란 뭐냐. 영화를 만드는 건 우리거든. 좋은 영화가 됐든 흥행영화가 됐든 영향력 있는 영화를 만드는 것 외엔 아무것도 없다. 그게 현재 내가 파악하고 있는 답이다. 최소한 CJS가 만들어낼 장점, 즉 제작비를 확 빼진 못하겠지만 최소한 상승 폭만큼은 확실히 줄일 것으로 본다. 일단 그거고, 그 다음 이야기는 지금 할 필요가 없다. 아직 그쪽에서 어떤 액션이 나온 게 아니니까. 결국 내가 살아남는 방법은 영화 잘 만드는 것말곤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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