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Culture > 비디오 > 신작비디오
예술이란,사랑이란 <거장의 장례식>

Big Shot’s Funeral, 2001년감독 풍소강 출연 갈우, 관지림, 도널드 서덜런드, 폴 마주르스키 장르 코미디 (콜럼비아)

<거장의 장례식>은, 그 이상한 제목만큼이나 기묘한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광기에 사로잡힌 조역 연기로는 뒤따를 자가 없었던 도널드 서덜런드가 중국 흥행영화의 첨단을 달리는 풍소강 감독과 국민배우 갈우 콤비와 함께 영화를 만들었다. 여기에 <황비홍>으로 서구 관객에게도 알려진 관지림이 능숙한 영어 실력을 선보이며 갈우와 도널드 서덜런드의 교량 역할을 한다. 갈우는 장이모의 <인생>에서 중국의 현대사를 몸으로 굴러온 주인공을 맡아 국내에도 알려진 배우다. <패왕별희> <진송>과 풍소강의 흥행작 <올 때까지 기다려줘>(不見不散), <몰완몰료>(沒完沒了) 등에 출연했다. 이들이 한데 뭉친 <거장의 장례식>의 제작비를 댄 곳은 콜럼비아다. 일찌감치 현지화 전략을 펴온 소니 콜럼비아와 중국 최고의 흥행감독 풍소강이 손을 잡고 서구 관객에게도 먹힐 만한 코미디를 시도한 것이 바로 <거장의 장례식>이다.

<마지막 황제>를 리메이크하기 위하여 베이징으로 온 거장 타일러 감독(도널드 서덜런드). 루시(관지림)는 타일러의 영화 만드는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만들기 위해 요요(갈우)를 채용한다. 요요는 타일러의 일거수일투족을 카메라에 담아낸다. 하지만 타일러가 요요에게 원하는 것은 대화다. 예술과 인생, 그리고 죽음에 대해. 영감이 사라진 타일러는 결국 혼돈 속에서 촬영을 포기한다. 제작자는 타일러를 물러나게 하고, 다른 감독을 투입시켜 대신 촬영을 마치려고 한다. 통고를 받은 타일러는 요요를 불러 자신이 죽으면 ‘코미디 장례식’을 치러달라고 부탁한다. 중국에서는 윤회를 믿으며, 70이 넘으면 ‘호상’이라고 하여 조문객들도 즐거워한다는 요요의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유언을 끝으로 타일러는 혼절하고, 병원에서는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진단한다.

이야기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타일러의 유언을 따라, 루시는 요요에게 장례식을 부탁한다. 요요는 프로모터인 친구를 끌어들여 위대한 이벤트를 준비한다. 오프닝으로 장이모의 <투란도트>를 공연하고, 첸카이거와 공리에게 공로상을 수여하는 등등. 타일러가 이미 파산했다는 것을 알게 된 요요는 광고주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한다. 극심하게 자본주의화하면서 썩은 내를 내고 있는 중국사회를 비판하면서, 예술과 사랑의 의미를 진지하게 캐묻는 풍소강의 연출력은 탄탄하다. 하지만 <거장의 장례식>의 일차 관객이 서구인이라는 것도 분명하다.김봉석/ 영화평론가 lotusid@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