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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가부>의 한동일 감독이 만드는 <도리도리 숲의 잼잼요정>

도리도리 숲으로 놀러오세요!

7년 동안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자고 결심했을 때, 가장 마음에 걸렸던 것 중 하나가 ‘가가멜 아저씨’를 더이상 볼 수 없다는 점이었다. 선배에게서 후배로 전해져 내려오는 이 별명은 수위 아저씨를 부르는 애칭이었다. 회사에 들어설 때마다 <스머프>를 떠올릴 수 있었던 덕분에, 사회생활이 다소나마 풍요로워졌으니, 성격은 파파 스머프 같은 가가멜 아저씨에게는 이만저만 신세를 진 게 아니다.

마르크시즘의 이상을 구현했다느니 동성애를 평등하게 묘사했다느니 하지만 <스머프>가 좋았던 것은 그렇게 복잡한 이유가 아니었다. 풀숲을 지나칠 때마다 어쩌면 저기에도 요정들이 살고 있을지 모른다는 상상을 하게 만들어줬기 때문이다. DR face가 기획 중인 52부작 3분 시리즈 <도리도리 숲의 잼잼요정> 역시 숲에서 벌어지는 요정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붕가부> <게으른 고양이 딩가>를 만든 한동일 감독의 작품답게 역시 3D애니메이션이다. 초기부터 3D 분야를 개척해온 그의 영상에는 따스한 질감이 숨쉬고 있다. 동물의 털은 물론이요 피부도 살아 있는 것처럼 보인다.

4살에서 7살을 타깃으로 하고 있는 만큼, <도리도리 숲의 잼잼요정>에서는 일단 동화 같은 색감이 눈에 띈다. 주인공은 고깔모자와 큰 코가 인상적인 소심한 잼잼요정. 호기심이 많지만 매사 자신감 없는 그는 조금 바보스럽지만 열심히 사는 노력파다.

그가 사는 도리도리 숲에는 각자 신비한 능력을 지닌 요정들이 살고 있다. 그러나 태어날 때부터 재능을 부여받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특기를 찾아 연마하면서 능력을 지니게 되는 것이다. 잼잼요정 역시 자신의 능력을 찾아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 그러나 실수만 연발하는 그로서는 앞날이 막막하기만 하다.

3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담아내야 하기에 서사적인 이야기보다는 예쁜 영상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 작품에서 소품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요정들의 탈것은 특히 눈에 띄는 점. 도리도리 숲의 요정들은 동화 속에 나올 법한 지팡이는 물론, 곤충이나 동물, 비행정, 로봇 같은 걸 타고 다닌다. 메커닉, 로봇이라고는 해도 자연과 전혀 위화감 없는 것들이다. 탈것이 아니어도 이 마을 요정들은 우산, 목발, 약초 등 재미있는 소품들을 하나씩 지니고 있다.

정신없이 쏟아지는 귀여운 요정들도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요소. 비의 요정, 이슬의 요정, 꽃의 요정, 바람의 요정 등 보기만 해도 깜찍한 아이들이 등장한다.

초기부터 3분 시리즈를 개척해온 한동일 감독은 인지도를 넓히기 위해서는 짧더라도 길게 노출되어야 한다는 전략을 이번에도 고수, 노하우를 쏟아붓고 있다. “애니메이션을 보고 캐릭터 상품을 사는 사람도 있지만, 캐릭터 상품을 보고 애니메이션을 보게 되는 경우도 무시할 수 없어요. 유아층을 노리고 제작하지만 구매층은 20대 여성이라는 점이 신기하다면 신기한 점이랄까요. 이유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만.”10여년 넘게 이 일을 해온 한 감독의 분석력은 조만간 시장을 제패할 것 같다.

그러나 <도리도리 숲의 잼잼요정>이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산업적으로 무장한 기획력보다는 한동일 감독의 맑은 눈빛에 있다. 자신의 상상을 영상으로 풀어내면서 진심으로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이만저만 귀여운 아이들이 태어날 것 같지 않다. 업데이트되는 소식은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http://www.face-dfp.co.kr). 김일림/ 애니메이션 칼럼니스트 illim@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