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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명 프로듀서 3인전(傳)-하비 웨인스타인 [2]
김혜리 2003-03-14

마케팅의 천재

하비 웨인스타인이 다혈질이라는 사실은 비즈니스 스타일에 대한 은유만이 아니다. 작가 켄 올레타는 <뉴요커>에 기고한 글에서 “그는 자기통제력 결핍이다. 그의 목소리 톤과 보디 랭귀지는 때로 위험스럽다. 꼭 쥔 주먹과 앙다문 이는 분노로 터질 것 같고 참기라도 할라치면 커다란 머리가 부들부들 떨린다”라고 문인답게 묘사했다. 따라서 미라맥스는 사무실 분위기가 썩 화기애애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함도 울음도 잦고 긴장이 높다보니 퇴사한 직원들은 마치 알코올 중독자 회복 프로그램 참가자들처럼 정기적으로 만나 서로의 마음을 다독인다고 한다. 그러나 하비 웨인스타인은 이 모든 고발에 대해 감독들이 계약의 확정 요소를 잘못 알아서, 젊은 직원들이 업계의 현실을 파악 못해서 나온 오해라고 일축한다.

그러나 우리가 제작자 하비 웨인스타인의 본령을 이해하기 위해 주목해야 할 점은 개인의 퍼스낼리티가 투박하고 고약하다는 점이 아니라, 할리우드에서 가장 교묘하고 악명높은 네고시에이터라는 사실이다. 영화광적 지식을 자랑하고 위트를 과시하는 웨인스타인은 회계사 출신의 세련된 메이저의 간부들이 지배하는 할리우드에서 고풍스러운 인물. 그는 <델리카트슨>의 배급권을 따내기 위해 푸줏간 주인으로 분장한 적이 있고 마이클 무어의 다큐멘터리 <로저와 나>를 흥정할 때는 스케이트를 소포로 부치고 “당신은 지금 얇은 얼음장을 지치는 중이다”라고 협박성 경고를 보내기도 했다. 협상은 종종 조작과 통한다. 르네 젤위거에게 웨인스타인은 <브리짓 존스의 일기> 캐스팅에 힘써준 과거와 앤서니 밍겔라 감독의 <콜드 마운틴> 캐스팅에 힘써줄 미래를 담보로 <시카고> 출연 약속을 얻어냈다고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프로듀서라기보다 제작 총지휘자인 하비 웨인스타인이 천재성을 발휘하는 분야는 마케팅이다. 가난했던 미라맥스 초창기 웨인스타인 형제는 영화의 논쟁거리를 발굴해 돈 안 들이고 영화를 광고하는 묘기로 할리우드를 놀라게 했다. <스캔들>과 <욕망의 낮과 밤>은 X등급을 둘러싼 삭제와 소송으로, <나의 왼발>은 대니얼 데이 루이스의 미국 의회 장애자 법안지지 증언으로, <크라잉 게임>은 마지막 반전의 비밀 유지에 관객을 공범으로 끌어들이는 캠페인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러나 미디어 노출을 환영하는 하비 웨인스타인도 돈보다 명예라고 여긴 <갱스 오브 뉴욕>에서 불거진 스코시즈와의 불화설에 대해서는 민감하게 반발했다. 세트에서 스코시즈 감독을 압박했다는 비판에 대해 웨인스타인은 2002년 4월26일치 <가디언>에 “영화를 보호하고 영화에 봉사하는 일에 진력하고 살인마처럼 묘사되는 일에 질렸다. 뭐라 쓰든 화내지 않지만 이번만은 다르다”며 다른 감독의 영화를 공동제작했을 때 그와 스코시즈가 제안한 재편집본이 일치했다는 일화까지 들어 마찰설을 진화하려 애썼다.

연간 7억달러 예산에 대해 전권을 행사하는 계약을 디즈니와 맺은 미라맥스는 2005년 중간 점검을 거쳐 2009년까지 관계를 유지한다. 지난해 미라맥스의 박스오피스 성적은 평년 수준이지만 오스카 이후가 변수고, <토크> 매거진이 망한 대신 DVD와 출판 부문이 성업 중이다. “잘못되면 딴 직장 소개시켜달라”고 말하고 다니는 하비 웨인스타인은 현재 바르샤바 게토를 무대로 한 <밀라18>로 감독 데뷔를 준비하고 있다. 이에 반색하는 인물은 마틴 스코시즈와 <콜드 마운틴>의 앤서니 밍겔라. 제작과 편집을 자청하며 “다섯 시간 찍어오면 10분으로 잘라주겠다”고 뼈있는 농담을 던지고 있다. 갈등을 인정하면서도 스코시즈는 웨인스타인과 관계를 지속할 것을 의심치 않는다. “콜럼비아의 전설적인 지독한 제작자 해리 콘처럼 옛날 스튜디오에는 하비와 비교할 수 있는 제작자가 많았다. 미라맥스 친구들은 확실히 일하기 고약하다. 그러나 애초에 이런 영화 제작에 손대서 그들이 감수한 위험을 무릅쓸 회사가 또 어디에 있겠는가?” 웨인스타인은 미라맥스의 막대한 오스카 캠페인 비용을 이렇게 정당화한다. “<시카고>가 (오스카에 힘입어) 1억5천만달러까지 벌 수 있으면 사람들은 멍청한 블록버스터만 만들지 않게 될지도 모른다. 슈퍼히어로 영화 대신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같은 블록버스터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 서로를 부지런히 이용하고 때로는 감상에 빠지고 배신감에 떨지만 ‘헐크’ 하비 웨인스타인도, 그와 계약을 맺는 영화인들도 결국은 자신이 어떤 말판 위에 놓인 장기말인지 마음 깊은 곳에서는 냉정하게 이해하고 있다. 김혜리 vermeer@hani.co.kr

하비 웨인스타인을 말한다“마케팅의 마지막 한방울까지 짜낸다”

“하비는 지구상 누구보다 영화에 대해 많이 안다. 수많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그는 영화를 사랑하는 인간이며, 좋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 열심히 일할 것이다.” - <시카고> 제작지휘 크레이그 제이단

“웨인스타인 형제는 마케팅 오렌지에서 마지막 한 방울의 주스까지 짜내는 일에 천재다.” - 파라마운트 전 사장 브랜든 타티코프

“그건(<데드맨>에 대한 미라맥스의 배급은) 마치 ‘우리 말을 듣지 않은 것에 대한 벌을 어떻게 줄까?’ 하는 행동 같았다. 재편집을 거절하니까 ‘그럼 비디오로 직행하면 어떻겠소?’ 하는 식이었다. 하지만 나는 와인스타인에게 복수할 궁리를 하는 것보다 할 일이 많다.”- <데드맨> 감독 짐 자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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