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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예술로 돈 벌었다

14개 복합관 개관시킨 작가영화 전문 제작, 배급사 MK2

예술(art)과 돈(argent), 영화에서 병행시키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진 두개의 축 중 어느 하나도 포기하지 않고 영화산업 내에서 상대적으로 독립적인 위치를 지키는 것으로 유명한 제작배급사 MK2가 또 극장을 확장시켜 화제를 모으고 있다. 프랑스와 미테랑 전 대통령의 이름을 딴 초현대식 건물의 국립도서관을 마주보는 파리 남동부에 이 도서관 이름을 딴 14개 복합관이 2월 말에 개관됐다.

‘마틴 카미츠’(Marin Karmitz)라는 대표의 이름을 딴 이 제작·배급사가 주목받는 것은 파리에서도 흔히 문화예술의 불모지로 치부되는 곳에 극장을 개관해 극장을 중심으로 지역문화 활성화에 기여하면서 동시에 사업적으로도 성공을 이뤄냈기 때문이다. MK2는 이미 파리 북동부의 우범지대로 알려진 빌레트 지역에 복합관을 개관해 지역 전체 이미지를 바꿔놓은 선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복합관 운영에도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MK2의 이같은 성공이 더욱 관심을 모으는 것은 그 배급 프로그램의 상당부분이 ‘Gaumont’나 ‘UGC’와 같은 거대 배급망을 탈 수 없는 작가영화들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새롭게 14개 복합관이 개관되기 전 지난해 파리의 44개 MK2 극장이 동원한 관객 수는 350만명에 달했다.

제작과 배급에서 작가영화를 표방하고 기존 배급망이 꺼리는 문화의 불모지에 극장을 신축하는 파격적인 사업 확장방식을 설명하는 데는 MK2 대표 마틴 카미츠의 경력이 도움을 준다. 현 국립영화학교 ‘Femis’의 전신인 ‘Idhec’에서 촬영을 전공했지만 감독을 꿈꾸었던 카미츠는 로셀리니 감독의 <이태리 여행>을 보고 평생 고민할 질문, 곧 영화의 모더니티란 무엇인가란 질문을 던진다. 그는 68년 5월혁명 때 극좌파운동의 일환으로 <동지들>과 같은 선전선동영화를 만들다 운동의 열기가 식은 뒤 기존 영화시스템에서 완전히 찍힌 인물로 통해 영화를 더이상 만들 수도 없고 만든 영화를 상영할 공간도 찾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한다. 이때의 경험으로 카미츠는 대안적인 영화를 만들고 지속적으로 상영할 수 있는 극장을 직접 세울 결심을 하고 1974년 프랑스혁명의 시발지인 바스티유에 7월14일이란 이름으로 첫 극장을 세운다.

사회운동의 일환이던 극장운동은 이후 극장 수가 늘어나면서 점차 퇴색되고 혁명가를 꿈꿨던 카미츠는 노련한 사업가로 변신했지만 선택한 작품 리스트를 보면 영화학도로서 던진 영화의 모더니티가 무엇인가란 질문은 평생 그를 따라다니는 것으로 보인다. 키에슬로프스키의 ‘삼색 시리즈’, 고다르의 <할 수 있는 자를 구하라>, 알랭 레네의 <멜로> 등 거장들의 작품과 최근작으로는 미카엘 하네케의 <피아니스트>, 키아로스타미의 <텐>(사진) 등이 MK2가 제작·배급한 작품이다. 작가영화들로 사업적인 성공까지 이뤄낸 MK2와 같은 제작·배급망 덕분에 파리는 여전히 가장 다양한 영화를 볼 수 있는 영화의 도시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