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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 날개를 달다
2001-05-02

천진한 상상력의 시인, 김창완의 <아빠의 선물>

<아빠의 선물> | 포니 캐년 발매

우리나라의 가장 위대한 동요 작곡가는 누구일까. 윤극영, 윤석중, 홍난파… 여러 사람이 거론될 것이다. 그런데 내 생각으로 20세기 후반에 존재하는 최고의 동요 작곡가를 꼽으려고 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후보 한 사람이 있다. 바로 산울림의 리더 김창완이다.

어떤 면에서는 그의 모든 노래가 동요적이다. 어른을 위한 동요라고나 할까. 반대로 특별히 그가 지은 동요라 하여 다른 노래들과 특별히 구별되지도 않는다. “꼬마야 꽃신 신고…” 하는 노래는 동요인가 아닌가. 퇴폐적이라고 하여 금지곡까지 되었던, 그의 가장 사이키델릭한 넘버에 속하는 “시계 소리 멈추고 커튼을 내려요” 하는 노래에서마저도 그는 약간은 동요적이다. 우선은 ‘∼∼요’ 하는 어미를 말할 때 김창완이 들려주는 특유의 귀여운 발음이 그렇다. 또 그의 앳된 하이톤의 목소리가 그렇다. 다음으로는 특유의 단순하고 진솔한 멜로디가 그렇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그의 모든 노래를 동요로 만드는 것은 ‘투명함’일 것이다. 음악 못 배운 사람 특유의 그 천진한 다가옴. 읊조림의 일상성. 그 모든 것이 꾸밈없고 가식없고 직접적인, 아이의 투명한 시선 같은 말끔함을 간직하고 있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는 작곡한 노래의 양이 꽤 되는 동요 작곡가이다. 이미 2집 <내마음에 주단을 깔고>를 내던 시절에 ‘동요 1집’인 <개구장이>를 발표한 것이 1978년. 그 유명한 <산할아버지>가 나온 것이 80년대 초. 또 세 번째 동요집 <운동회날>이 나온 건 1982년. 이어 1984년엔 동요집 <동심의 노래>를 발표했다. 세상이 그렇게도 흉흉하던 그 시절에 산울림은 <내 마음은 황무지> <청춘> <내게 사랑은 너무 써> 같은 우울한 노래들과 함께 맑고 밝은 어린이의 감성 세계를 보여주는 동요를 발표해온 것이다. 흉흉하던 때에 산울림의 맑음이라도 없었으면 어땠을까. 정말 죽고 싶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90년대 들어서 조금 뜸하던 김창완은 1995년에 ‘어린이를 사랑하는 가수상’을 받았고 1998년에도 <초록색 대문> <하늘색 꽃병>을 발매, 동요 작곡가로서의 면모를 지속시키고 있다.

이번에 어린이날에 맞추어 <아빠의 선물>이라는 동요집을 다시 냈다. 옛날 노래들을 포함, 모두 스무곡이 들어 있는 앨범이다. 그는 사십대 후반. 그러나 여전히 천진하다. “병아리 물을 먹고 하늘을 바라보니/ 나무 위로 다리 건너 꼬마 인형 날아가네”(<꼬마 인형에 날개를 달자>) 같은 가사의 환상적인 상상력은 꼭 아이의 것 같다. 하긴 그의 상상력은 늘 일상의 것들에 날개를 달아주는 식이었다. 일상적인 것이 빠진 적도 없고 날개가 빠진 적도 없다. 그러나 그 울림의 바탕에는 역시 ‘일상성’이 있다. 가요 사상 최초로 일상성의 창법과 멜로디를 본격화시킨 사람답게 이번에도 일상에 대한 세심한 관찰이 바탕에 깔려 있다. ‘앞집에 이사 온 세살쯤 돼보이는 어린아이/ (…)친구가 없는지 혼자서 하루종일 놀고 있네”(<앞집에 이사 온 아이>) 같은 가사에서 드러나는 대로이다. 약간 어리벙벙한 아저씨 역할로 드라마에도 쏠쏠히 출연하는 종합 엔터테이너지만 그는 아직도 끊임없이 자기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열심히 관찰하고 거기서부터 무언가를 길어내는 일상의 시인, 음악가이다.성기완 | 대중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