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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녀` 마돈나에 대한 오마주,<Do It With Madonna>

마돈나라는 아이콘이 대중문화 시대에 끼친 영향력은, 십대 소녀들의 귀고리에서부터 성담론과 페미니즘 논쟁에까지 걸쳐 있는, 실로 거대하고 광범위한 것이다. 특히 뮤직비디오의 일천한 역사 속에서 그녀의 저력은 긴 자취를 남기고 있는데, 화젯거리와 스캔들의 수위를 넘나들며 아슬아슬한 곡예를 하는 이미지 메이커로서의 탁월함은 그녀를 영상시대의 최고경영자로 자리매김했다. 마돈나를 향해 대중음악산업의 패러다임이 급변하던 전환기의 혼란이 탄생시킨 ‘비디오 영웅’이라고 칭하는 것도 결국은 같은 말일 터다.

요컨대, 마돈나가 보여준 것은 뮤직비디오가 판매하는 게 음악뿐만이 아니라는 명료한 선언이다. 오히려 그것이 유포하는 이미지의 파괴력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매체가 바로 비디오라는 것이다. 따라서 MTV의 개국은 뮤지션들이 더이상 ‘예술가 같은’ 우아한 표정으로 앨범 커버에만 머물러 있을 수 없다는 걸 의미했고, 마돈나는 뮤지션들이 이제 음악을 만드는 일만큼이나 패션과 헤어스타일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는 걸 입증한 장본인이었다.

동시대의 슈퍼스타 마이클 잭슨이 비디오클립의 수준과 규모를 블록버스터영화의 그것에 필적하는 스펙터클로 근접시킴으로써 뮤직비디오라는 신매체를 정착시키는 ‘업적’을 남긴 것에 비해, 마돈나는 자신의 몸을 상품화함으로써 이미지의 판매를 통해 좀더 경제적이면서도 훨씬 효과적으로 차별화된 비디오 정체성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여기 안드로이즈(Androids)의 비디오 <Do It With Madonna>는 지난 20여년 동안 구축된 그 마돈나의 이미지가 얼마나 강렬하게 대중의 뇌리에 각인되어 있는지를 확인시켜주는 또 하나의 사례로 제시된다. 이 비디오는 무엇보다도 마돈나라는 프리즘을 통해 뮤직비디오와 그것이 판매하는 이미지를 팬덤에 비추어 패러디하고 있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제목이 내포하고 있는 성적인 뉘앙스는 마돈나가 팔아치운 ‘창녀’ 이미지의 물신과 그것이 파생시킨 자극적 이미지의 군상을 수용하는 대중의 태도가 어떤 것인 지를 보여주고 있는데, 마돈나의 비교 대상으로 등장하는 이미지들은 현재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젊은 스타들의 명단으로 구성되어 있다.

크리스티나 아길레라는 그저 어린 소녀이고 핑크는 선머슴 같고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언제나 엄마랑 붙어다니는 애일 뿐이라고 불평하는 안드로이즈의 멤버들은 카일리 미노그가 뜨거운 여자란 걸 알지만 그래도 마돈나와 하고 싶다고까지 거침없이 얘기해버리는데, 노래말에서 언급된 각각의 스타들이 비디오를 통해 그들 스스로 유포해온 이미지로 패러디되고 있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특히, 주인공격인 마돈나의 경우, 초기 히트곡 <Holiday> 비디오에서의 검은 브라톱에서부터 근작 <American Pie>에서의 카우보이 복장까지 자신의 연대기를 반영하고 있으며, 후반부의 코러스 파트에서 안드로이즈의 멤버들이 <Vogue>에서의 그녀의 춤동작을 따라하는 장면은 패러디 행진의 절정을 이루고 있다.

물론, 이 곡의 노래말은 ‘연상의 여인 콤플렉스’라 할 만한 사춘기 환상의 일면이 반영되어 있다고 할 여지가 다분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각적 이미지와의 결합을 통해 드러나는 그 효과는 개인적 취향의 범주를 넘어서는 의미 해석을 가능케 해준다.

그렇기에, 여기 이름도 생경한 신인 밴드에게 주어진 스포트라이트가(적어도 아직까지는) 마돈나의 후광에 힘입은 바가 절대적이라고 얘기하는 것도 역시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게다가 <Do It With Madonna>란 곡이 안드로이즈가 발표한 처녀작이란 사실을 감안한다면, 뮤직비디오를 통해 이미지를 판매하고 그에 힘입어 스타덤으로 도약한다는 그들의 전략이 곧 마돈나라는 전범의 사례를 창조적으로 변용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또한 이 비디오가 스타 이미지의 패러디인 동시에 마돈나라는 멘토에 대한 오마주이기도 하다는 것을 드러내 보이는 부분이기도 하다. 뮤직비디오가 효과적인 광고라는 전제하에, 그것이 판매하는 상품은 이미지라고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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