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News & Report > Report > 해외통신원
[런던] 외로운 두 남자, 런던의 사랑을 얻다

4주째 좋은 반응 얻고 있는 파트리스 르콩트 감독의 <기차를 타고 온 남자>

할리우드영화는 말할 것도 없고, 다양한 비영어권 영화들이 한주가 다르게 개봉하며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곳이 런던이다. 최근에는 알렉산더 소쿠로프의 <러시아 방주>, 화제를 모으고 있는 스페인영화 <인택토>가 개봉했고, 아톰 에고이얀의 <아라라트>, 루카스 ‘투게더’ 무디슨의 <천상의 릴리아>가 곧 개봉할 예정이다. 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 상대적으로 ‘조용히’ 개봉해서 4주가 넘게 꾸준히 인기를 모으고 있는 프랑스영화 <기차를 타고 온 남자>(L'Homme Du Train)는 오히려 평범하게만 보여서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 영화다.

이 영화는 실제로는 좀처럼 마주칠 일이 없을 것 같은 두 남자의 만남에 관한 이야기다. 둘 다 이성애자에, 인생의 막다른 끝에 다다른 중년, 노년의 이 두 남자의 이야기는, 프랑스의 베테랑 감독인 파트리스 르콩트의 손끝에서 숙련되고 섬세하게, 그러나 과장되지 않게 엮인다.

기차로 프랑스의 작은 타운에 도착한, 외롭고 거친 얼굴의 남자를 연기한 조니 할리데이는 올해 59살의, 프랑스의 엘비스 프레슬리라고 불릴 만한 메가톤급 팝 스타다. 그러나 재미있는 것은, 그의 인기가 프랑스에서는 절대적이지만 프랑스 밖에서는 별다른 주목을 받은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12살부터 가수 생활을 했다는 그의 얼굴은, 이제 주름지고 인생의 거친 풍파가 새겨진 얼굴을 하고 있지만, 생기있고 깊이있는 두눈은 그의 카리스마를 유감없이 발한다. 그의 영화 출연은 물론,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가수로서 인기가 높았던 만큼, 그는 젊을 때부터 이런저런 프랑스영화에 출연해왔다. 영화 속에서 시종일관 말이 없는 그는, 중년의 클린트 이스트우드 캐릭터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조니 할리데이와 앙상블을 이루는 배우는 프랑스의 잘 알려진 배우 장 로슈포르다. 테리 길리엄의 영화에서 돈키호테 역으로 캐스팅됐지만, 결국은 이 영화를 만들지 못하는 상황들을 담은 다큐멘터리 <로스트 인 라만차>에서 온갖 좌절적인 상황을 맞으면서 고생하는 모습만 비쳐지게 된 그 배우. 그는 이 영화에서, 작은 타운, 부모님과 함께 살던 옛날 집에서 계속 살아가는 60대의 은퇴한 문학 교사를 연기한다. 언제나 자신이 동경했으나 살아보지 못한 삶- 거칠고 떠도는 삶을 갈망해온 그가, 우연히 자신의 집에 머물게 된 이 떠돌이 손님의 가죽 재킷에서 권총을 발견했을 때 느끼는 즐거운 흥분이란….

이 영화는, ‘웃기면서도 수준있고, 세속적인 듯하면서도 여전히 순수한’ 영화라는 평을 받았다. 극장 안에서 은빛 머리칼의 관객이 때로 파안대소를 하고, 또 마지막에는 눈물로 그렁그렁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그리고 그 감정들을 고스란히 같이 느끼게 하는 것도 이 영화가 가진 미덕이다. 런던=이지연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