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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2 리로디드>로 흥분하고 있는 네티즌

그야말로 ‘난리’다. <씨네21>에 약 8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인터넷과 영화가 만나 만들어지는 이야깃거리들을 찾아 글을 써왔지만, 이번과 같은 경우는 없었다. 1편이 개봉된 지 약 4년 만에 모습을 드러내는 <매트릭스2 리로디드>의 미국 개봉을 코앞에 두고, 인터넷이 온통 흥분의 도가니로 변해 있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런 흥분의 포화상태는 아주 다양한 방면에서 포착되고 있다. 우선 워너브러더스사의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서만 이 영화의 예고편이 무려 450만번이나 다운로드받아져, 역대 워너브라더스사가 개봉했던 모든 영화들의 예고편과는 엄청난 차이를 보였다. 또한 Yahoo!에서 운영되고 있는 개봉예정작 정보 코너인 ‘Upcoming Movies’는 <매트릭스2 리로디드>가 2000년 이후 지금까지 가장 많은 네티즌들이 방문한 영화라고 공식 발표하기도 했다. 더 나아가 <USA Today>는 <매트릭스2 리로디드>의 흥행성적이 전편의 1억7400만달러를 훌쩍 넘어서 최소 2억달러에서 최대 3억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3억달러면, 역대 흥행성적 약 15위 수준.

사실 <스타워즈 에피소드1>와 <반지의 제왕: 반지원정대>가 개봉되었을 때도 비슷한 분위기이긴 했지만, 그 강도면에서는 분명 큰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삼부작 대서사이고 엄청난 흥행결과를 몰고왔다는 공통점을 가진 이 작품들 중에서, <매트릭스2 리로디드>의 파장이 유독 큰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영화의 개봉뿐만 아니라 단편애니메이션 시리즈인 <애니매트릭스>와 게임인 <엔터 더 매트릭스>가 동시에 선을 보임에 따라, 다양한 네티즌들의 시선을 한꺼번에 끌고 있다는 사실이 가장 큰 이유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물론 <스타워즈>나 <반지의 제왕>도 게임이 출시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다지 독립적인 상품으로서의 매력이 떨어졌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매트릭스2 리로디드>의 경우 영화, 게임, 애니메이션이 서로 긴밀한 연관관계를 가짐과 동시에 철저히 독립적이라는 사실이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게임 <엔터 더 매트릭스>의 공식 포스터.

스미스 요원(휴고 위빙)을 전면에 내세워 화제가 된 <매트릭스2 리로디드>의 공식 포스터.

영화의 개봉일인 5월15일에 함께 출시될 예정인 게임 <엔터 더 매트릭스>의 경우, 영화의 감독인 워쇼스키 형제가 직접 제작에 참여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 큰 관심을 끌었다. 무엇보다 그들이 <매트릭스2 리로디드>와 스토리 라인상에서 평행을 유지하며 서로 교차되는 이야기구조를 약 244페이지 분량의 시나리오 형태로 썼다는 것이 게임 마니아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키아누 리브스와 캐리 앤 모스 등 영화 속의 주요 등장인물들이 약 1시간 분량의 동영상을 게임만을 위해 별도로 촬영했다는 소식은 영화의 팬들까지 게임에 대해 관심을 두게 만들기 충분했다. 그뿐 아니다. 워쇼스키 형제는 스스로 ‘시네랙티브’(Cineractive)라고 부른 약 1시간 분량의 컴퓨터애니메이션까지 추가함으로써, <엔터 더 매트릭스>가 단순히 영화에 기대어 만들어지는 게임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러한 새로운 시도들은 게임의 공식 홈페이지에서 개봉된 게임 예고편과 제작다큐멘터리 필름에서 잘 드러나 있다.

사실 지금까지 만들어졌던 대부분의 영화 기반의 게임들의 경우, 그저 영화 속 주요 장면들과 등장인물들을 가져다 쓰는 것 이외에 별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지 못했다. 심지어는 게임이 영화의 품격을 떨어뜨릴까봐 주인공들이 아닌 조연급 캐릭터만 쓰게 했던 때도 이었다. 아놀드 슈워제네거와 린다 헤밀턴의 캐릭터를 쓰지 못하게 하고 조연인 마이클 빈을 주인공을 내세워야 했던 <터미네이터>가 그 대표적인 예. 하지만 DVD를 기반으로 하는 ‘플레이스테이션2’, ‘엑스박스’의 출현은 커다란 변화를 불러일으켰고, 그러한 변화를 <엔터 더 매트릭스>가 끌고 가고 있는 것이다. 곧 개봉예정인 리안 감독의 <헐크>나 샘 레이미 감독이 직접 참여했던 <스파이더 맨>의 경우도 그런 변화를 잘 보여주는 다른 예들이라고 할 수 있다. 여하튼 그 결과, <엔터 더 매트릭스>는 엑스박스와 게임큐브용 게임으로는 역대 사전주문량 1위, 플레이스테이션과 PC용 게임으로는 3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Amazon.com은 밝혔다.

한편 <카우보이 비밥>의 극장판의 와타나베 신이치로 감독, <무사 쥬베이>의 가와지리 요시야키 감독, <이온 플럭스>의 피터 정 감독 등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감독들이 참여해 눈길을 끈 <애니매트릭스> 역시 그 기세가 만만치 않다. 총 9편이 공개될 <애니매트릭스> 중 4월 말 현재까지 <The Second Renaissance Part1> <Program> <Detective Story> 등 세편이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되어 있고, 5월 중으로 <The Second Renaissance Part2>가 공개될 예정이다. 공식적인 집계는 없지만 현재까지 이 단편애니메이션들은 약 100만번 이상 다운받아진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인터넷을 통해 공개된 애니메이션 중 최고 흥행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 지난 3월 미국에서 개봉된 <드림캐쳐> 앞에 상영되었던 <오시리스 최후의 비행>의 경우, 그저 그런 <드림캐쳐>와는 확실히 차별화되는 애니메이션이었다는 것이 관객들의 평가였다. 그런 소문이 전해져서인지, 국내에서도 <오시리스…>를 보기 위해 <드림캐쳐>를 봐야 하냐는 질문을 인터넷 게시판 여기저기서 볼 수 있다.

여하튼 이렇게 ‘난리’가 나 있는 네티즌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생각보다 즐겁다. 그것이 비록 고도화된 상술에 의해 조작되어지는 것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보다 더한 것을 보여준다’는 말을 자신있게 할 수 있는 영화라면, 그것이 눈에 보이는 상술이더라도 기꺼이 속아넘어가줄 용의가 있기 때문이다. 이철민/ 인터넷 칼럼니스트 chulmin@hipop.com

<매트릭스> 시리즈 공식 홈페이지 : http://whatisthematrix.warnerbros.com

<엔터 더 매트릭스> 공식 홈페이지 : http://www.enterthematrixgame.com

<애니매트릭스> 공식 홈페이지 : http://www.intothematrix.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