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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가 선택한 검은 별
2001-05-10

<엑시트 운즈>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힙합래퍼 DMX

DMX 공식 홈페이지

http://www.defjam.com/artists/dmx/

MTV의 DMX 특집

http://www.mtv.com/news/gallery/d/dmx00/index.html

<엑시트 운즈> 공식 홈페이지

http://www.exitwounds.net/

흑인 가수들의 배우겸업은 이제 미국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선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분위기다. 그 대표적인 예라면, 이제는 최고의 스타로 군림하고 있는 윌 스미스, 한때 한국에 대한 반감을 표시한 로 화제가 되기도 했던 <보이즈 앤 후드>와 시리즈의 아이스 큐브 그리고 우리에겐 코믹한 영화배우로 더 친숙한 <딥 블루 Tl>의 L. L. 쿨 제이 등을 들 수 있다. 물론 코미디언으로 시작해 가수에 배우까지 겸업을 하고 있는 <리셀웨폰4> <너스 베티>의 크리스 록 같은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재미있는 것은 가수 출신이건 아니건 이들 대부분이 코믹한 연기로 인기를 끌고 있다는 사실. 리듬감이 잘 발달한 랩퍼 출신에겐 코믹연기가 적격이라는 주장이 꽤 설득력 있게 들리는 것도 아마 이런 실질적인 예들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배우로 점차 인정받고 있으면서도 코믹연기와는 거리가 먼 흑인 랩퍼 한명이 있다. 이미 미국 최고의 힙합랩퍼 중 한명으로 손꼽히고 있는 DMX가 그 주인공. 얼마 전 개봉된 스티븐 시걸의 영화 <엑시트 운즈>에서 부패한 경찰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 찬 라트렐 워커를 연기한 이가 바로 DMX다. 그 영화 속에서 DMX는 마약 조직의 일원이기는 하지만 오린(스티븐 시걸)을 도와 마약조직과 부패한 경찰간의 커넥션을 파헤쳐 나가는 역할을 인상적으로 연기했다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물론 <엑시트 운즈>가 그의 첫 번째 영화는 아니다. 98년 유명 뮤직비디오 감독출신인 하이프 윌리엄스의 블랙스플로테이션영화 에서 주인공 토미를 연기한 것이 그의 첫 번째 영화 출연. 비록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뉴욕 롱 아일랜드의 퀸스에서 자라난 흑인 갱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연기했다는 개인적인 찬사를 들었다.

그러나 그가 본격적으로 대중에게 실력있는 영화배우로 인식되게 된 계기는, 지난해 개봉되었던 이연걸 주연의 <로미오 머스트 다이>에 출연한 것이었다. 물론 여주인공 트리쉬의 친구로 나이트 클럽을 운영하는 실크라는 인물을 맡아 겨우 5분 정도만 스크린에 등장하지만, ‘총이 사람을 죽이는 게 아니야.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것이지’라는 인상적인 대사를 남기면서 주목을 받았던 것. 결국 이를 계기로 할리우드의 제작자들로부터 코미디언이 아닌 진지한 연기를 할 수 있는 차세대 흑인배우로 주목받게 되었고, 결국 스티븐 시걸과 버디가 되어 <엑시트 운즈>에 출연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Dark Man X’라는 뜻의 DMX를 이름으로 쓰고 있는 것에서도 드러나듯이, 그는 98년까지만 해도 대중에게 잘 알려진 존재가 아니었다. 그가 주로 활동하고 있는 음악계에서조차 약 15년간 언더그라운드 랩퍼로 활동하며, L. L. 쿨 제이, 아이스 큐브를 비롯해 다양한 랩퍼들의 음반작업에만 참여했을 뿐, 정작 자신의 앨범을 발표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98년 5월 첫 번째 앨범 을 내놓았는데, 이게 예상치 못한 빅히트가 되어 약 300만장이 팔려나가게 되면서 일약 스타덤에 오르게 된 것이다. 놀라운 것은 빌보드 앨범차트에서 1위를 기록한 그 첫 번째 앨범을 내놓은 지 몇달이 채 지나지 않은 그해 12월에 두 번째 앨범 를 내놓으면서 다시 한번 빌보드를 점령했다는 사실이다. 같은 해 그의 첫 번째 영화 가 개봉되기까지 했으니, DMX 개인적으로는 생애 최고의 해를 맞이했던 셈.

99년에 발표되어 역시 큰 반향을 일으킨 그의 가장 최근 앨범 까지, 그는 폭력적인 가사로 무장한 힙합랩을 구사해 오고 있다. 그의 앨범재킷 또한 폭력적이며 심지어는 혐오스럽기까지 하다는 비판도 받았을 정도다. 그가 이런 성향을 띠게 된 것은, 다른 흑인랩퍼들이 대부분 그렇듯 아주 불우한 어린 시절의 기억을 가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홀어머니, 할머니 혹은 단체 보육시설을 전전하며 자라는 동안 가지게 된 어두운 내면을 힙합랩을 통해 거침없이 표현하고 있다는 것. 인기를 얻게 된 이후에도 그가 두번이나 폭력사건에 연루되었던 것도 이런 성향의 일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2집 앨범이 발매되기 직전에는 강간혐의를 받다가 한 증인의 증언으로 풀려날 수 있었고, 현재도 경찰관을 폭행한 사건에 연루되어 가끔 엔터테인먼트 관련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는 것. 물론 그런 폭력적인 성향이 DMX의 전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의 음악과 연기 세계를 이해하는 데 기반이 되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는 사실.

여하튼 DMX를 보고 있으면, 오랜만에 재능 있는 흑인배우 한명을 만나게 된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진다. 미국에서도 힙합랩퍼로서 혹은 배우로서 그의 인기가 높은 이유도 아마 그 때문일 것이다. 미국 야후!에서 ‘Full Coverage’라는 특집 코너를 통해 관련된 뉴스와 정보들을 계속 업데이트해주는 가수가 10여명에 불과한데, 마이클 잭슨, 브리트니 스피어스, 엔싱크, 에미넴 등과 함께 DMX가 당당히 끼어 있다는 사실이 그의 인기도를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과연 그가 어떤 배우로 성장할 수 있을지가 더욱더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이철민/ 인터넷 칼럼니스트 chulmin@hipo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