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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뜨거운 퀴어가 좋다

뉴욕 레즈비언 앤드 게이 필름 페스티벌

자극적인 영화에만 관심 쏟아져

퀴어영화제에도 성차별이 있다? 올해로 15회를 맞은‘뉴욕 레즈비언 앤드 게이 필름 페스티벌: 뉴페스트’에는 100여편의 장·단편 극영화와 다큐멘터리가 출품됐다. 그러나 관객이나 미디어의 관심을 모은 작품들은 자극적이거나 충격적인 내용을 다룬 게이영화나 다큐멘터리가 대부분이었다.

지난 6월5일부터 10일간 계속된 이번 페스티벌에서 눈길을 끈 작품 중에는 에이즈에 대한 잘못된 환상을 가지고 H.I.V. 바이러스에 스스로 감염되기 위해 보균자들을 찾아다니는 젊은 게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선물>, 이스라엘 군인들 사이의 사랑을 다룬 <야시와 제거>, 코소보 전쟁 직전 독일에서 불법체류하던 게이 세르비아인과 알바니아인 사이의 관계를 그린 <키키와 타이거> 등이 있다.

이 외에도 드라마 작가에서 라스베이거스 쇼보이로 전락한 젊은이의 이야기 <쇼보이>, 게이 인터넷 채팅을 소재로 한 <훅트>를 비롯, <불가리아 연인들> <콕 앤드 불 스토리> <보이스 브리프> 등 매진된 작품들 중 상당수가 선정적인 제목을 가진 게이영화와 다큐멘터리들이었다.

지난 몇년간 영화제를 참관해온 한 관객은“페스티벌에 나온 영화 중 미디어에서 소개된 것이나, 친구들과 재미로 볼 수 있는 영화들을 주로 찾게 된다”며 “레즈비언을 다룬 영화들은 대체적으로 따분한 느낌이 들어 피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따분하기 때문”에 관객에게 외면된 작품 중에는 50년대부터 동성애자들의 인권운동을 해온 전설적인 레즈비언 액티비스트 델 마틴과 필리스 라이언의 이야기를 그린 다큐멘터리 <더 이상의 비밀은 없다>(No Secret Anymore: The Times of Del Martin and Phyllis Lyon)가 있다. 이제는 80대 할머니가 되어버린 델과 필리스는 매카시즘이 팽배하던 1955년 샌프란시스코에서 레즈비언 인권단체인 ‘빌리티스의 딸들’을 시작으로 레즈비언 어머니들의 모임, 가정폭력상담소 등의 창설에 이어 미 전국의 동성애 단체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시키는 모태가 됐다. 이들의 이야기는 인터뷰와 사진, 신문과 방송보도 등의 자료를 통해 동성애 인권운동 초기의 어려움을 생생하게 전달해줬다. 이처럼 관객에게 한번 더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임에도 객석의 20% 정도만이 차는 데 그쳐 아쉬움을 남겼다.

한국 작품으로는 탐폰을 통해 여성과 레즈비언의 성적 욕망에 대한 즐거운 상상을 그린 성새론씨의 <탐폰설명서>가 7일 여성 실험비디오 단편들과 함께 <그녀 마음 속의 악마>(The Devil on Her Mind)라는 제목으로 소개됐다. <탐폰설명서>는 2002년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이며, 이번 영화제를 통해 뉴욕에서 첫 상영됐다. 지난해 영화제에는 한인 스탠드업 코미디언 마가렛 조의 콘서트영화 < 노토리어스 C.H.O >가 오프닝 작품으로 상영돼 큰 관심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