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News & Report > Report > 기획리포트
짧은 상상력의 세상 속으로, 제2회 미쟝센단편영화제
문석 2003-06-16

5개 장르별로 국내외 75편 상영, 제2회 미쟝센단편영화제 6월25일 개막

제2회 미쟝센단편영화제 ‘장르의 상상력展’이 6월25일부터 30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린다. 토털 헤어패션 브랜드 ‘미쟝센’의 후원으로 열리는 이 행사는 기존 독립영화 행사와 달리 작품들을 멜로, 공포판타지, 액션스릴러, 코미디 등 5개 장르로 구분해 개최한다는 특성을 갖고 있다. “기존의 엄숙주의와 아마추어리즘을 탈피하고, 장르의 특징을 표출하는 단편영화의 ‘발칙함’을 존중”하기 위해 장르별로 구성한다는 영화제 집행위의 의도는 지난해 첫 행사에서 좋은 성과로 드러났다. 제1회 행사는 지난해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린 행사 중 최다 관객 수를 기록했을 정도.

송강호 등 배우 7명 명예심사위원 참여

단편영화의 ‘독립성’보다는 주류영화와의 연관성, 또는 대중과의 호흡 가능성에 주목하는 영화제답게 충무로의 젊은 감독들이 집행위원과 심사위원으로 대거 참여한다. 집행위원장은 지난해에 이어 이현승 감독이, 부집행위원장은 박찬욱 감독이 맡게 된다. 집행위원으로는 지난해의 김지운, 허진호, 봉준호, 류승완 감독 외에 김대승, 김성수, 송해성, 오승욱, 장준환 감독이 가세했다. 비정성시(사회드라마) 부문은 봉준호, 박찬욱 감독이,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멜로) 부문은 김대승 감독이, 절대악몽(공포판타지) 부문은 김지운, 장준환 감독이, 4만번의 구타(액션스릴러) 부문은 오승욱, 류승완 감독이 맡아 심사도 담당하게 된다. 희극지왕(코미디) 부문에선 특이하게 허진호 감독과 김성수 감독이 심사를 할 예정이다. 올해 행사의 또 다른 특징은 각 부문에 어울리는 배우들이 명예심사위원으로 참여한다는 점. 설문조사를 통해 명예심사위원으로 뽑힌 배우들은 송강호, 문소리, 박해일, 장진영, 김윤진, 유지태, 하지원 등이다.

제2회 미쟝센단편영화제의 슬로건은 ‘익숙함보다 낯선!’. 장르의 컨벤션을 활용하되 이를 휘저어 뒤트는 단편영화 고유의 힘을 복원하기를 희망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낯선 상상력으로 관객의 허를 찌르고 현재의 장르에 안주하기보다 미래의 장르를 개척할 영화를 발굴한다는 얘기다. 또 올해 행사에서 영화제쪽은 ‘짧음의 상상력’을 강조한다. 이는 단지 러닝타임의 ‘짧음’만을 지적하는 것은 아니다. 매끄럽게 다듬어진 단편영화는 늘어나는 반면 제작비의 물리적 한계를 풍부한 상상력으로 돌파하는 영화는 그만큼 드물어지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개막작으로 5분 이내의 해외 단편영화 11편을 모아놓은 이 선정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410편 중에서 세 차례의 예심을 거쳐 선정된 국내 경쟁작 57편과 해외초청작 18편이 상영되는 이번 영화제에서 각 부문 최우수 작품은 500만원의 상금을 받게 되며, 장르를 불문하고 한 작품에 주어지는 대상작은 1천만원의 상금을 수상하게 된다(문의: 02-927-5696, http://www.mjsen.co.kr).

개막작, 해외초청작

개막작인 은 러닝타임이 5분 미만인 ‘초단편영화’ 11편을 한데 묶은 프로그램이다. 프랑스, 멕시코, 네덜란드, 독일 등의 감독들이 보여주는 촌철살인 미학이 그야말로 허를 찌른다. <다음 역에 내리겠어요>는 한 남자가 지하철 열차 안으로 들어와 사랑할 여인을 찾고 있다고 진지하게 외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한 여성이 그의 말에 넘어가지만 엉뚱한 결말이 기다리고 있다. <스미스씨의 장례식>은 죽은 새를 장례치러주는 한 소녀의 예쁜 마음을 보여주고, <천둥번개치던 밤>은 홀로 캠핑하던 여인의 과학적인 태도와 부조리한 현실을 그린다. 동성애 코드가 깜찍하게 소화된 <화장실에서>, 괴이한 운명에 관한 스릴러 <헌티드> 또한 눈길이 가는 작품들. 또 하나의 해외초청작인 <단편, 에로티시즘을 만나다>는 성을 주제로 한 7편의 단편영화를 엮었다. 최면으로 옆집 여자를 꼬시려는 한 남자의 이야기 <차 한잔 하시겠어요?>나 뉴욕의 독립영화작가 아리 골드의 알몸을 볼 수 있는 <나는야 수퍼맨> 등이 흥미롭다.

비정성시(사회드라마) 부문

<비둘기>

모두 13편이 선정된 이 부문의 영화들은 우리 사회의 문제들을 날카롭게 해부한다. 박인제 감독의 <여기가 끝이다>는 똑바로 살아보려고 하나 사회의 냉대 속에서 ‘삐끼’ 일을 하는 한 탈북자의 이야기다. 강만진 감독의 <비둘기>는 아버지를 잃은 앵벌이 소녀의 불안한 삶에 초점을 맞춘다. 잃어버린 강아지를 찾기 위해 골목을 헤매는 꼬마의 이야기 <나무들이 봤어>(노동석), 낙태수술을 받은 한 여성이 어두운 과거와 조우하는 순간을 그린 <맥도날드 소년>(김미진), 가사노동이라는 감옥에 갇힌 여성의 일상을 그리는 <먼지>(홍재희), 전쟁고아의 서글픈 이야기 <휴가>(이정표) 등도 사회의 어두운 구석에 또렷한 빛을 던지는 영화들이다.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멜로) 부문

<원더풀 데이>

본선에는 11편이 올랐다. 칸영화제 시네파운데이션 부문 진출작인 김현필 감독의 <원더풀 데이>는 30여년 동안 시골에서 함께 지내온 두 친구의 이야기를 담았다. 임병훈 감독의 <쥐구멍은 어디에 있나>는 갑갑한 일상에서 탈출하기 위해, 결정적인 순간마다 마스크를 쓰게 된 한 여인이 겪는 일을 유쾌하게 그리고, 권지연 감독의 <플롯>은 러시아를 배경으로 젊은 연인의 고달픈 사랑을 보여준다. 적적한 불법 운전교습소에서 일어나는 지지부진한 사랑을 그리는 이하 감독의 이나 상처주기와 화해하기를 반복하는 남녀의 이야기 <후회해도 소용없어>(박경목)도 주목할 만하다. 사춘기 소년의 예쁜 사랑 이야기인 <자전거 소년>은 유지태의 연출작으로 관심을 끈다.

절대악몽(공포판타지) 부문

12편의 작품이 선보인다. 제1회 행사에서 대상과 희극지왕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던 신재인 감독의 <그의 진실이 전진한다>는 병원, 법정, 교회 등에서 “나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모두 진실이니, 모두가 내 진실에 빠져 죽을 것이다”라고 떠들고 다니는 한 남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이 황당하기 짝이 없는 그의 ‘진실’은 불가해하게도 정말 진실로 증명된다. 한 소녀가 동생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그린 <우리 순이는 어디로 갔을까>(남다정), 빨간색을 좋아하는 한 여자아이의 이야기 <빨간모자>(이창석), 바로 지금 2차대전 때 일본 군인이 보낸 소포를 받으며 혼란에 빠지는 한 여성의 이야기 <기억, 발꿈치를 들다> 등도 섬뜩함을 전한다.

희극지왕(코미디) 부문

<신동양 수-퍼맨>

11편의 영화 중 임성운 감독의 <신동양 수-퍼맨>은 스스로를 슈퍼맨이라 착각하는 한 남성의 좌충우돌담. 한때 사회의 슬로건이었던 근대화 이데올로기를 날카롭게 비판한다. 지난해 전국청소년영화제 대상 수상작인 이성태 감독의 <우리 아버지는 간첩입니다>는 망상에 빠져 있는 한 대학원생의 짝사랑 이야기를 재미나게 보여준다. 김구 선생의 안경에서 다산 정약용까지 ‘야사’를 독파하는 <제목없는 이야기>(김진곤), 한 여성의 직장 면접 과정을 그린 (김인숙), 언론을 꼬집는 애니메이션 <The Newspaper>(방의석, 권택화) 등이 관객의 웃음을 기다린다.

4만번의 구타(액션스릴러) 부문

<무떼>

10편의 영화가 선정됐다. 고등학생인 김용천, 서민창 감독이 만든 <무떼>는 학교를 장악한 폭력 학생들과 이에 맞서는 전학생의 이야기를 코믹하면서 재치있게 보여주는 ‘정통’ 액션영화. 장재일 감독의 <최강남매 트레이닝기>는 부모의 재혼으로 함께 살게 된 두명의 10대를 그린다. 히치콕에게서 영감을 얻었다는 안일환 감독의 는 수상한 남자와 형사가 자동차에 동승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고, 오지선 감독의 <머리가 아프다>는 삶을 TV 시청에 빗댄 실험성 짙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