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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잘 가라, 옛날 극장아
2003-06-30

전통의 도큐문화회관, 멀티플렉스로 탈바꿈한다

도쿄의 영화팬들에게 정든 극장인 시부야의 도큐문화회관이 6월30일에 폐관됐다. 1956년 당시 최신 시설로 개관한 도큐문화회관은 지상 8층 지하 1층 빌딩 안에 4개의 극장과 플라네타륨, 식당가, 미용실, 부티크, 서점 등이 있었다. 극장 중에서 제일 큰 판테온은 1119석 규모. 다른 세 스크린도 794석, 346석, 252석으로서 비교적 규모가 크며 50년대 후반엔 연간 관객 수가 현재의 10배를 넘어서기도 했다. 500석 규모의 두 스크린은 개관 당시 뉴스 전문관과 고전영화 전문관으로 활용됐다. 50년대 후반에는 일반 가정에 TV가 보급되지 않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뉴스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았던 것이다. TV의 보급과 함께 그 수요는 없어지고 현재는 4개관에서 모두 신작 영화를 상영하고 있다.

이 극장에서 역대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한 작품은 <E.T.> <플래쉬댄스> <백 투더 퓨처2>, 애니메이션 <안녕 우주 전함 야마토> 등이다. 도큐문화회관은 한때 도쿄를 주름잡는 영화문화 중심지였지만, 최근엔 관객의 외면을 당해왔다. 주요 상영작인 할리우드영화를 관객이 선호하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지만, 극장 시설이 많이 낡았고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 현재 시부야에는 16개 극장 28개 스크린이 있다. 대부분이 예술영화를 상영하는 좌석 수 200석 안팎의 소규모 극장이다. 관객은 시부야에서는 시부야에서만 볼 수 있는 영화를 보며, 어디서든 볼 수 있는 작품들은 가까운 멀티플렉스에서 보곤 하는 것이다.

비교적 경기가 좋았던 90년대에 시작된 도쿄 재개발 사업의 일환으로, 도쿄 중심부 번화가 재건이 이뤄지고 있다. 시부야에서 버스로 20분이면 갈 수 있는 전통의 번화가 록본기에도 호텔, 쇼핑센터, 레스토랑 등이 집결한 록본기 힐스가 4월에 개장돼 사흘 만에 95만명을 불러모았다. 록본기 힐스 안에는 9개 스크린, 총좌석 수 2105석의 버진시네마 록본기가 입점해 있다. 아직 멀티플렉스가 없는 시부야에서 어느 정도의 관객을 불러모을지가 관심사. 록본기 힐스 내부의 야외극장에서는 <매트릭스2 리로디드>와 <미녀 삼총사: 맥시멈 스피드>의 스타들이 방문해 기자회견을 갖는 등 일본의 새로운 영화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도큐문화회관이 있던 자리에도 2007년경 멀티플렉스가 포함된 복합 빌딩이 들어설 예정이다. 조만간 신주쿠에도 멀티플렉스가 들어설 전망. 이로써 도쿄의 극장 지도도 5년 이내에 완전히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