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컬처잼 > 애니비전
함께 가니 더 좋네요,젊은 애니를 껴안다 ⑦ - 김기표

애니메이션 제작사 ‘로딩’(Loading)은 ‘어린’ 회사다. 2003년 3월 사업자등록증을 받았으니 이제 넉달이 지난 ‘갓난아기’인 셈이다. 그렇다고 만드는 사람까지 초보자는 아니다. 이 분야에서 각자 6년 넘게 작업해온 베테랑 3명이 주축이 돼 만든 회사가 ‘로딩’이다. 감독이자 대표로 있는 김기표(31·사진)씨는 <마리이야기> 조감독 출신. PD로 있는 이준엽씨는 선우엔터테인먼트에서 ‘스페이스 힙합 덕’팀에 있었다. 아트디렉터 이주석씨는 양철집에서 <원더풀 데이즈> 차기 프로젝트 기획에 참가한 경력이 있다. 김 감독과 이 PD는 ‘미메시스’에서 활동하면서 알게 됐고, 김 감독과 이주석씨는 장편애니메이션 <비너스>의 기획작업을 함께했다.

이들을 한데 묶은 것은 만화가 이익선씨가 잡지 <영챔프>에 연재한 화제작 <밀가루 커넥션>. ‘물건이 되겠다’ 싶어 무작정 만화가를 찾아갔다.

“너무 좋아하시더라고요. 이제 애니메이션에서 비주얼은 기본이고 스토리와 캐릭터가 남달라야 하는데 이 작품은 캐릭터가 아주 좋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모두 좋은 예감을 갖고 있어요.”

떡볶이, 송편, 오뎅, 수제비, 피자, 만두, 라면 등 분식점에 등장하는 온갖 메뉴가 처절한 조직간 싸움을 벌이는 조직폭력배로 등장하는 <밀가루 커넥션>은 작품의 독특함을 인정받아 지난 봄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으로부터 파일럿 필름 제작 지원작으로도 선정됐다.

“이제 스토리가 끝났고요. 11월 말까지 파일럿을 만들어야 하니까 요즘 좀 바빠요.”

김 감독은 이 작품을 모바일 콘텐츠용으로 내놓을 생각이다. 조직폭력배 이야기인 만큼 TV로는 어려울 것 같고 웹에 올려놓자니 수익성을 낼 길이 없어서다. 만화책 단행본은 6권까지 나와 있지만 만화와 차별성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다. 현재로서는 3분짜리 20편 정도를 만들고 싶다고.

“관객의 코드를 잘 읽어야겠죠. 2∼3년 뒤에도 인기를 끌 수 있을지도 생각해야겠고. 같이 일하는 친구들과 ‘타협’도 많이 하고 있어요. 하하.”

이 말을 들은 이주엽씨가 한마디 거든다.

“다들 생각이 너무 튀어요. 그래서 걷잡을 수 없을 때도 많아요. 하지만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아이디어가 모아지는 걸 느끼죠.”

1998년부터 3년간 애니메이션 창작집단 ‘반지하’에서 작품활동을 해온 김 감독은 <악몽>과 <콜라> 등의 단편을 만들었다. <콜라>는 스너프필름을 연상시키는 8분짜리 하드코어 스플래터물. 한 여성에 대해 무자비한 성적 폭력을 휘두르는 한 남자를 통해 교류가 단절된 사회의 억눌림을 소름끼치는 영상으로 표현했다. “왜 만들었냐”고 물으니 “당시 상황이 그랬다” 고 덤덤히 말한다. <마리이야기> 이후로는 이성강 감독의 HD TV용 3부작 <원천강 오늘이>의 편집 및 특수효과를 맡기도 했다. <밀가루 커넥션>이 원작이 있는 작품이라면 야심차게 기획 중인 <팔미호뎐>은 순수 창작물이다. ‘구미호’의 이미지를 응용한 이 작품은 TV시리즈로 선보일 생각이다.

“한번 보실래요” 하며 자랑하듯 보여준 데모필름의 인트로는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의 그것의 코믹버전을 연상시켰다.

현재 7명의 직원에게 월급을 주면서 회사를 운용하고 있다는 김 감독은 “광고도 좀 했고 다른 회사의 의뢰를 받은 것도 있지만, 가능한 모든 여력을 창작에 쏟아부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말한다. “그래도 혼자 쭈그리고 단편 만들 때보다는 훨씬 좋다”고 덧붙이면서. 정형모/ <중앙일보> 메트로부 기자 hy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