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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보고] 김현주·오건호 주연의 합작영화 <스타러너> 촬영현장
박혜명 2003-07-28

향기로운 항구의 풋내나는 연인

무기력한 홍콩의 기운은 무덥고 습한 날씨 때문이었다. 침사추이 번화가의 인파들이 풍기는 지릿한 땀냄새도 그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끈적하게 살에 달라붙는 이상한 기운이 낯설었던 진짜 이유는, 거리 한중간을 가로지르는 세련된 디자인의 곡선형 도로와 일관된 모양으로 빽빽히 땅에 꽂힌 서민아파트들 때문이다. 편리함과 효율성이란 목적만 살아남은 홍콩 도심의 또 다른 이미지는, 약간 과장한다면, 디스토피아의 운명을 타고 난 도시들의 미래 같았다.

영화 <스타러너>의 촬영세트장이 위치한 구룡반도 북서쪽의 골든코스트 해변은, 이 모순된 조화의 공간을 벗어난 사람들이 머물게 될 법한 곳이었다. 외지고 조용한 이곳이라고 인간에게 유별난 친절함을 보여줄 것 같지는 않았으나, 바다를 마주하고 우뚝 선 폐공장이 그나마 익숙한 사람냄새를 풍겼다. 불황으로 문을 닫은 폐수처리공장을 몇몇 영화사들이 스튜디오로 쓰고자 공동구매했다는 이 건물 안에, 이종격투기 세계 챔피언을 꿈꾸는 청년 ‘아빵’을 위한 경기장 세트가 있었다.

아빵은 목숨을 건 격투기장의 링 안에서 그리고 실연의 상처를 안고 홍콩으로 건너온 한국 여인 김미교와의 사랑에서 한층 성숙하게 되는 인물. 이 역할을 맡은 오건호는 대만 TV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꽃미남들’(일명 F4) 중 한명으로, 아시아 일부에서 이미 스타가 된 배우 겸 가수다. 그 증거인 듯 촬영장에는 타이,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지에서 먼저 찾아온 방송 취재진들이 주연배우 오건호와 김미교 역의 김현주를 인터뷰 중이었다.

TV드라마 <유리구두> 이후 활동이 뜸했던 김현주는 “일부러 길게 쉴 생각은 없었는데 <유리구두>가 쉽게 잊혀지지 않아서 다른 작품들이 잘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고 조금 늦게 기지개를 켠 이유를 설명했다. 드라마는 자신있어도 영화는 여전히 고민이 많이 된다는 그는, “한 템포 쉬어가는 기분”으로 타국 감독과의 작업을 즐겁게 그리고 새로운 경험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 폐공장 내에 설치된 격투기장 세트. 제작비만 10만달러가 들었다고.(사진 왼쪽)♣ <스타러너>의 연출을 맡은 이인항 감독(사진 오른쪽)

각종 취재 스케줄이 끝난 늦은 오후에, 이종격투기 세계 챔피언인 ‘탱크’와 신인 아빵의 결승전 경기 입장신이 공개됐다. 높은 철구조물 꼭대기에서 등장하는 장면을 두 사람이 반복해 촬영하는 동안, 스턴트맨 몇몇은 링 위에서 몸을 풀고 있었고 감독과 배우 김현주는 링 밖에서 촬영장면을 모니터 중이었다. 아직 엑스트라가 동원되지 않아 텅 빈 경기장 관람석에는 취재진들이 띄엄띄엄 자리를 메우고 앉았다. 예의 분주하면서도 쉽게 소란스러워지지 않는 자리였다.

“여타 홍콩 액션영화들과 달리 액션과 멜로를 잘 조화하는 것이 연출목표”라고 밝힌 이 영화의 감독 이인항은 “홍콩 배우들은 워낙 다작이라 좋은 연기를 봐도 신선한 감이 없다. 아시아의 다른 좋은 배우들을 캐스팅하면 외국으로 진출할 수 있는 계기도 쉽게 마련된다”면서 전작 <성월동화>에 이어 또다시 외국배우를 캐스팅한 이유를 설명했다.

한국과 대만 배우가 주연하고 홍콩에서 제작되는 <스타러너>는 이 3개국 투자로 이뤄진 합작 프로젝트다. 이익배분은 전세계 순이익을 기준으로 1/3씩 균등배분되며, <지존무상2> <색정남녀> 등을 만든 필름코엔터테인먼트와 김현주의 소속사인 폴스타스매니지먼트의 자회사 폴스타엔터테인먼트가 홍콩과 한국의 공동제작사로 각각 이름을 내걸었다. 올 10월 중국과 홍콩에서 가장 먼저 개봉할 <스타러너>는 대만을 거쳐 11월경 쇼이스트의 배급망을 타고 한국에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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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폴스타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