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런던 극장가의 화제는 할리우드의 블록버스터가 아니라 이방에서 날아온 작은 영화들이다. 지난 6월20일 개봉해서, 런던에서 영화를 좀 본다하는 사람들의 입에 쉬지 않고 오르내리는 영화는, 104분짜리 프랑스 다큐멘터리 <마지막 수업>(etre et avoir, 2002). 여기 영국에서의 영어제목은 <To Be and to Have>이지만, 이 영어제목에는 아무도 매력을 못 느끼는 것 같다. 매체광고며 신문, 잡지 리스팅, 그리고 극장에서도 모두 프랑스 제목을 고수하고 있다.

<etre et avoir>이 프랑스 제목을 한국말로 번역하면 ‘존재와 소유’쯤 될까? 그렇지만 동시에, 이 제목은 모든 학년을 한 교실에서 가르치는 이 프랑스 농촌 마을의 한 학급 학교의 가장 저학년들이 맨 처음 동사 변화를 익혀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불어 동사들이기도 하다. 이 영화는 처음 몇개의 지정관에서 개봉,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면서 일주일 뒤 여러 개봉관에 일반 상영을 시작했다. 다큐멘터리영화로는 파격적인 인기를 모았다는 본국 프랑스에서의 전적에는 못 미칠지 몰라도,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린 영화 톱10의 상위권을 계속 맴돌고 있다.

또 다른 영화는 <웨일 라이더>(Whale Rider, 2003). 로테르담영화제에서 관객 인기상을 받는 등 이미 관객의 사랑을 받는 능력이 입증된 바 있는 이 영화는, 뉴질랜드에서는 이미 클래식 아동소설로 자리잡은 위티 이히마에라(Witi Ihimaera)의 원작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작은 섬에 사는 마오리족 소녀 파이와 위기에 처한 부족의 운명을 책임지고 있는 부족장 코로- 파이의 할아버지이기도 한- 의 갈등이 이야기의 축이다. 파이가 태어나던 날, 파이의 쌍둥이 남매인 남동생은 사산되고, 파이의 엄마도 죽고, 그 충격으로 장남이었던 아버지도 떠나가자 파이의 할아버지 코로는 부족의 앞날을 걱정하며 난처해한다. 모든 면에서 파이는 부족을 이끌 지도자의 자질을 갖고 있지만 단 하나, 부족장은 반드시 남자여야 한다는 부족의 오래된 전통과 신념은 쉽사리 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뉴질랜드의 푸른 바다와 고래들을 실컷 볼 수 있는 것도 매력이지만, 11살짜리 소녀 케이샤 캐슬-휴그스(Keisha Castle-Hughes)와 다른 배우들의 전혀 꾸미지 않은 자연스러움이 다소 뻔할 수도 있는 이야기를 오히려 드물게 만날 만한 특이한 영화로 만든다. <프리 윌리>와 90분짜리 베네통 광고의 중간쯤이라는- 영화를 보다보면 어떤 면에서는 동의 가능한- 신랄한 시선도 있지만, 영화가 끝날 무렵에는, 영화 속에서 너무나 자연스럽게 잘 우는 등장인물들처럼, 관객도 참지 못하고 울게 만든다. 이 뉴질랜드산 고래영화는 지난 7월11일 런던에서 개봉, 내로라 하는 할리우드 영화들을 제치고 개봉 첫주 박스오피스 7위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