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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마리 트랭티냥의 죽음

남자친구의 폭행이 원인, 프랑스 내 여성에 대한 폭력 사회적 이슈로

40도를 넘는 폭염이 10일 이상 계속되면서 파리 근교에서 5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지열 과잉으로 정전사태가 벌어지는 등 이상 고온으로 피해가 속출하는 가운데 엽기적이고 비극적인 사건이 영화계에 발생해 이곳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을 모았다.

<남과 여> <순응주의자> <모드집에서의 하루> 등의 작품으로 60∼70년대 프랑스영화의 스타 중 하나인 장 루이 트랭티냥과 페미니즘 영화감독으로 명성이 높은 나딘 트랭티냥의 딸이자 재능있는 배우이며 가수인 마리 트랭티냥이 동거 중인 남자친구에게 맞아 의식불명에 빠졌다가 지난 8월1일 사망해 충격을 불러일으켰다. 더군다나 문제의 가해자가 인기 그룹 ‘검은 욕망’의 리드싱어이자 사회적인 주요 이슈에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의식있는 인물로 알려진 베르트랑 칸타여서 충격은 더 클 수밖에 없었다.

사건은 마리 트랭티냥이 <콜레트>(Colette)라는 TV영화를 촬영하기 위해 머물렀던 리투아니아에서 발생했다. 사체 부검이 있기 전까지는 두 사람간의 말다툼 중 우연히 마리 트랭티냥이 뒤로 넘어져 머리를 다친 것으로 알려졌으나, 사체 부검 뒤 남자친구가 머리에 가한 수차례의 주먹질로 머리가 깨진 것이 정확한 사인으로 밝혀졌다.

지난 8월6일 행해진 장례식에 참석한 문화부 장관 장 자크 아야공은 이번 사건이 불러일으킨 사회적 파장을 반영한 애도사를 준비했다. 즉 모든 여성과 남성이 완전히 평등할 수 있는 날을 염원한다는 것. 고인의 삶의 충만함을 드러내듯 다양한 예술인과 영화인들이 표한 개인적인 애정이 담뿍 담겨진 존경의 말들과 차원을 달리하는 이 애도사는 부부간 폭력이라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터부의 하나가 이번 사건으로 전면에 부각된 것을 의식한 것으로 짐작된다. 프랑스에서 매달 6명의 여성들이 남편의 폭력으로 사망하는 현실에서 유명 여배우의 죽음이 이 문제를 사회적인 이슈로 몰아갈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