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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장편의 꿈,젊은 애니를 껴안다 ⑩ - 안재훈, 한혜진 부부 감독

안재훈(왼쪽), 한혜진(오른쪽) 부부

나는 안재훈(34), 한혜진(33) 감독 부부에 대한 이미지가 있다. 2000년 일본히로시마애니메이션페스티벌로 기억한다. 히치콕 영화의 주요 장면을 절묘하게 연결시킨 <히치콕의 어떤 하루>(1998)를 공동 연출해 이미 꽤 주가를 올리고 있던 그들이었다. 덥수룩한 머리에 뿔테 안경을 쓴 안 감독과 하얀 모자에 흰색 면티, 하얀 면양말이 잘 어울리는 한 감독이 신혼 냄새를 폴폴 내며 같이 영화를 보고, 이야기를 나누고, 책을 사는 모습은 말 그대로 한폭의 정겨운 그림이었다. 하지만 그 누가 알까. 이들이 자신의 이름을 건 작품을 만들기 위해 수년간 하루 20시간 가까이 회삿일을 하고 남는 조각시간을 이용해야 했다는 것을.

“왜 그랬나 싶을 때도 있어요. 그래도 그렇게 하면서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배웠어요. 제 작품을 한다는 기쁨이 없었으면 힘들었겠죠. 저희 ‘연필로 명상하기’팀에서 함께 고생하던 친구들이 다른 곳에 가서도 제 몫을 잘하고 있다는 데 보람도 느껴요.”

그런 과정을 거쳐 나온 <리플레이>(1999)와 <순수한 기쁨>(2000) 역시 춘천국제만화페스티벌과 LG동아국제만화페스티벌에서 수상하면서 이들에게 하면 된다는 가능성을 확인시켜주었다.

플래시를 이용해 만든 <모험왕 장보고> TV시리즈를 비롯해 <누들누드> <천하무적 홍대리> <요랑아 요랑아>는 깔끔한 연출과 움직임으로 화제를 모았다. <아장닷컴> <뽀롱뽀롱 뽀로로> <수호요정 미셀> 등의 기획 및 콘티작업에도 참여하며 경험을 확장시켜나갔다. 이들 부부와 ‘연필로 명상하기’에 2003년은 각별한 해다. 우선 플래시로 만든 한-미 합작 극장용 장편 <위싱 스타> 작업을 최근 마무리했고, 미국 워너브러더스의 TV시리즈 <무차&루차 스쿨> 하청 작업 역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워너는 이 작품 제작을 위해 전세계 100개 제작사의 작품을 테스트한 끝에 한국, 중국, 캐나다의 세 제작사를 지정했다고 한다). 게다가 뮤직비디오용으로 제작 중인 <관운 이야기> 역시 컬러링 직전까지 완성된 상태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들이 소중하게 품고 있는 작품이 있으니, 바로 첫 장편 <소중한 날의 꿈>이다. 한 감독이 기획하고 안 감독이 캐릭터디자인을 맡은, 한혜진-안재훈 감독 작품이다(이 부부에게 누구 이름을 먼저 쓸 것인가란 몹시 민감한 문제다).

“2년 전부터 아무 곳에도 알리지 않고 우리끼리 만들어왔어요. 캐릭터 이미지와 시나리오까지 거의 완성됐고요. 그런데 정말 독립 장편애니메이션이 가능할까요?”

장편애니메이션은 실험대상이 아니라는 게 이들 얘기다. 여느 제작사라면 덜컥 데모 버전부터 만들어 투자 유치부터 생각할 테지만 이들은 다르다. 작품이 좋으면 투자는 저절로 붙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최선을 다해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은 그래서 이들에겐 절체절명의 과제다.

이 작품은 젊은 시절 누구나 품고 있는 <꿈>에 대한 얘기다. 음악을 하는 세 여고생을 중심으로 시간과 공간을 오가며 이야기를 풀어낼 예정이다. 2006년 여름 개봉을 생각하고 있다.

“첫 시나리오에서는 하고 싶은 얘기가 80%, 공감할 만한 얘기가 20%였는데, 지금은 하고 싶은 말은 20%로 줄이고 공감할 만한 내용을 80%로 채웠어요.”

첫 장편을 세상에 내놓을 준비를 하는 이들 부부 감독의 손놀림이 정갈했다. 오로지 좋은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마음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꿈은 아마도 이렇게 이루어지나보다. 정형모/ <중앙일보> 메트로부 기자 hy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