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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Choice 2] [무지개를 기다리며:아프가니스탄과 영화]<맨발로 헤라트까지(Barefoot to Herat)>
2003-10-08

특별전/ 이란/ 2002년/70분/ 감독 마지드 마지디

오후 2시 메가박스 2관

<천국의 아이들>을 만들었던 마지드 마지디의 장편 다큐멘터리. 극단의 시대, 굶주린 희망에 관한 보고서라 할만하다. 2000년 겨울, 아프가니스탄 국경은 아수라(阿修羅)에 다름 아니다. 20년 동안 전쟁이 끊이지 않은 이곳은 난민들로 넘쳐난다. 심지어 수용소에서마저 밀려나 황량한 사막으로 내쫒긴 이들도 있다. 카메라는 사막으로 생존 유랑을 떠난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의 기나긴 행렬을 따라간다. 한조각 빵을 구하기 위해 아침부터 포화를 뚫고 인근 도시 헤라트로 향하고, 싸늘한 사막에서 먼지투성이 모포 한장에 몸을 묻어야 하는 이들의 낮과 밤은 그야말로 ‘생지옥’이다. 소련의 침탈과 미국의 폭격과 탈레반 정권의 폭정이 불러온 참화는 눈뜨고 보기 힘들다.

아무것도 모르는 갓난아이가 냉정하게 열기를 거둬버린 사막에 호소라도 하듯 본능적으로, 필사적으로 두발을 비벼대는 장면을 떠올려보라. 굶주림과 추위를 견디지 못한 아이의 육신이 돌무덤으로 향할때 하늘에선 먹이를 찾아 독수리가 맴돌고, 현실에 둔감해진 아비와 어미는 숨을 거둬버린 자식의 몸뚱이를 대하고서야 고통의 나날들을 환기한다. 아비규환의 아우성 속에서도, 그러나 카메라는 조심스레 희망의 기운을 감지하고 타진한다. 부모를 잃었지만 하늘 높이 연을 만들어 날리는 아이들의 거침없는 뜀박질에서, 몽땅 연필을 쥐고서 글을 배우며 사막의 밤을 밝히는 아이들의 부르튼 손에서, 주운 탄피를 불어가며 어디론가 신호를 보내는 아이들의 때묻은 입에서, 카메라는 보고 듣는다. 마지막 남은 희망의 불씨를.이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