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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신세기 작가전 - 내가 보는 아시아의 풍경
박혜명 2003-10-14

아시아 신진 미디어아티스트 한자리, 5개국 15명 작품 51편 소개

아시아의 신진 미디어아티스트들을 소개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대안영상문화발전소 아이공이 주최하는 이 자리는 <아시아 신세기 작가전-내가 보는 아시아의 풍경>이라는 이름을 달고 관객을 찾을 예정이다. 자유로운 시각과 다양한 형식적 실험을 꾀하는 중·단편 미디어아트물과 다큐멘터리물들을 중심으로 아시아 5개국의 신진작가 15인의 작품 51편이 소개된다. 대부분 국내 관객에겐 생소한 작가와 작품들이지만, 서구 담론이 아닌 아시아인의 시각으로 우리가 사는 아시아를 바라볼 수 있다는 점에서 행사의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주최쪽은 이번 상영전이 관객에게 좀더 쉽게 이해될 수 있도록 세 가지 테마를 제시하고 있다.

첫 번째 테마인 ‘마음의 풍경’은 개인의 내면세계를 탐구한다는 주제로 다양한 실험작품들이 선보인다. 미술과 영화의 경계를 오가는 여성작가 김세진은 90년대 중반부터 활동해온 미디어아티스트. 공원 내에 컨테이너를 설치하고 그 안에 작품을 전시한 ‘컨테이너 갤러리’로 잘 알려져 있다. 이번 행사에서 소개될 김세진의 작품 8편 가운데 <기념사진>은 지난해 광주비엔날레에서도 소개된 바 있다. 홍콩의 미디어아티스트 젬슨 라우는 홍콩의 영상단체 ‘비디오타지’(videotage) 대표로 지난해 광주비엔날레를 직접 찾기도 했다. 이와 함께 하야시 유키, 아이미 오, 야마우치 요코 등 일본 작가 3인의 작품이 ‘마음의 풍경’ 테마 안에 들어가 있다. 지난해 인디비디오페스티벌 수상작 네편도 이 테마에 포함돼 있다.

두 번째 테마는 ‘나와 우리의 풍경’. 나와 타자 사이에 놓인 의사소통의 간극을 고민하고자 한다. 9분짜리 단편 <개와 신>은 주인 가족과의 행복했던 한때를 개의 시점으로 추억하는 독특한 작품으로 타이 작가 사란 유 지랄락이 만들었다. 중국계 캐나다인 웨인융은 대표적인 퀴어비디오아티스트. 실험비디오, 퀴어 뮤직비디오 등 자유분방한 형식적 실험이 가미된 퀴어담론을 만날 수 있다. 홍콩 작가 피터 응 승호의 작가전은 <민들레> <연어선생> <마스코트> 등 자연물을 대상으로 삼은 수채화풍의 따뜻한 애니메이션을 소개한다.

마지막 테마인 ‘삶의 풍경’은 앞의 두 테마를 통해 점차적으로 확장된 시선을 갖고 아시아인의 삶을 조망한다. 이 테마의 작품들은 세계의 변방 아시아 안에서도 사회적 약자로 살아가는 노동자와 여성에 집중하고 있다. 국내 다큐멘터리 제작집단 ‘빨간 눈사람’과 타이의 대안커뮤니케이션집단 ‘와양’의 작품들이 선보인다. 이번 상영전을 통해 ‘빨간 눈사람’의 다큐멘터리 네편을 한자리에서 접할 수 있다는 것은 또 다른 의의다. 1996년 서울다큐멘터리영상제 우수상을 수상한 <실연에 관한 짧은 필름>을 비롯, 1999년 부산국제영화제 최우수 한국다큐멘터리상 및 서울다큐멘터리영상제 대상 등을 수상한 <민들레>, 2001년 인디포럼 관객상을 수상한 <애국자게임>, 그리고 올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와이드앵글 부문 상영작으로 선정된 <높은 언덕> 등이 상영된다. ‘와양’은 사회운동단체의 성격을 띠면서 시작된 타이의 영상집단. 초기에는 타이 내에서 일어나는 사회문제만 다루다가 점차 영역을 확장, 현재는 아시아 내에서 일어나는 인권, 노동, 여성 관련 문제들을 다큐멘터리로 제작하고 있다. 총네편의 상영작 가운데 <인형과 먼지>는 스리랑카, 타이와 함께 한국의 여성노동자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하오룬 슈의 <투쟁>은 중국노동자들에 관한 다큐멘터리다.

이 상영전은 일주아트하우스 아트큐브에서 오는 10월16일부터 21일까지 6일 동안 계속될 예정이다. 성격은 대중적 영역에서 비껴나 있을지라도, <아시아 신세기 작가전-내가 보는 아시아의 풍경>은 나 자신과 타인, 세상을 향한 관심과 소통이 주제다. 다시 말해 이 의미를 완성하는 절반은 우리 관객과의 소통이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