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스페셜 > 스페셜1
칸영화제 |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인터뷰
2001-05-23

“미래엔 삶 자체가 예술이 될 거다”

1979년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는 위기에 처해 있었다. 태풍으로 세트가 완전히 박살나는 재난을 맞으며 제작기간이 하염없이 길어지자 온갖 악소문이

나돌았고 <지옥의 묵시록>은 영영 완성되지 못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해 칸영화제는 완성되지 않은 이 영화를 경쟁작 목록에 넣음으로써

파산 직전이던 코폴라를 구했다. <지옥의 묵시록>은 그해 폴커 슐뢴도르프의 <양철북>과 황금종려상을 공동수상했고, 흥행에서도

제작비 3천만달러를 가뿐히 뛰어넘는 성공을 거뒀다. 그로부터 22년이 지나 53분을 추가해 재편집한 <리덕스>는 “1979년 개봉판에

비해 더 깊고 어두우며 강력한 걸작”이라는 평을 받았다. <리덕스>에 새로 들어간 대표적인 신은 커츠 대령(말론 브랜도)을 암살하러

간 윌러드 대위(마틴 신)가 프랑스인이 운영하는 고무농장에 머무는 장면. 베트남의 식민지 역사를 보여주는 이 신은 <지옥의 묵시록>을

낳은 역사적, 정치적 배경을 보여준다. 또한 위문공연을 온 플레이보이 모델들을 실은 헬기가 연료부족으로 불시착하자 윌러드 대위와 부하들이 연료와

섹스를 교환하는 장면이나 킬고어 대령(로버트 듀발)이 서핑보드에 집착하는 장면 등도 덧붙여져 전쟁의 광기를 좀더 명료하게 표현하고 있다.

1979년 <지옥의 묵시록>이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함으로써 구원을 받았던 것은 제임스 카메론의 <타이타닉>이

인터넷으로 구원받은 것과 비교되는 사건이다.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해달라.

당시 내 영화가 칸영화제 덕분에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에 대해 영화제에 감사한다. 당시 영화가 미완성인 채로 개봉됐다는 비난도 받았다.

칸영화제가 과감했기 때문에 출품할 수 있었다. 영화를 출품함으로써 영화를 완성할 수 있기만 바랐는데 폴커 슐뢴도르프와 함께 황금종려상을 공동수상하는

뜻밖의 영광을 안았다. 그결과 재정적인 문제도 해결할 수 있었고 작품 자체도 인정받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봤다. 20년 전에 비하면 요즘 관객의

수준이 높다. 당시엔 영화란 일단 2시간을 넘지않아야 한다는 게 지배적인 사고방식이었는데 요즘 관객은 각 영화가 가질 수 있는 특수성을 수용할

줄 안다. 그리고 당시엔 개인자본을 투자해야 했다.

다른 영화를 <리덕스>처럼 다시 작업할 생각은 없나.

못할 것도 없다. 요즘엔 DVD의 발달로 감독의 관점이나 추구하는 바를 관철시키는 게 훨씬 쉬워졌다. <리덕스>에선 편집작업이 중요했는데

편집자인 월터 머치와의 협력이 순조로웠다. 아주 바쁜 사람인데도 공동작업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져 기쁘다. 그결과 영화는 더 의미심장해졌다. 다시

말하면 새로 추가된 장면들이 영화의 문맥을 풍부하게 해서 결말 부분의 의미가 증폭됐다고 본다.

당신에게 칸영화제가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예술과 영화의 의미를 되새기는 장인가 아니면 재정적인 프로모션을 위한 장인가.

칸영화제에 처음 왔을 때 모든 것이 신기하고 매혹적이었다. 칸영화제에 올 기회가 여러 번 있었는데 매번 좋은 경험이어서 이젠 칸영화제에

오는 것이 내 집에 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칸은 내게 익숙한, 잘 아는 장소이자 친구들을 볼 수 있는 만남의 장이다. 반면 칸영화제의

일부인 마켓에는 참가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철학적인 문제와 연결시켜 묻고자 한다. 예술작품이라는 것이 수정이나 추가를 통해 완성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나.

<지옥의 묵시록>에는 고무농장장면이 없었다. 너무 긴 분량을 단지 영화에 끼워넣기 위해 줄이려는 건 오히려 장면의 의미를

삭감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당시엔 영화가 긴 게 큰 문제였고 개봉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개봉이 확실할 때와

개봉 못할 가능성이 있을 때 정신적으로 느끼는 바는 큰 차이가 있다. 이런 측면에서 DVD가 기여할 수 있는 바는 무시 못할 것이다. DVD

덕에 원판을 파괴하지 않으면서 그 영화가 품고 있는 잠재성, 새로운 단면을 드러낼 가능성이 높아졌다. 영화는 미술과 닮은 점이 있다. 저작권

문제도 마찬가지다. 예술작품을 작가의 의도와 어긋나게 사고 팔거나 파괴해서는 안 된다.

<리덕스>에는 비극적 요소가 추가됐고 말론 브랜도도 더 자주 등장하는데 촬영시 말론 브랜도가 너무 뚱뚱해져서 문제가 되지 않았나?

그리고 고무농장장면에 딸이 출연했다는 게 사실인가.

<리덕스>에는 여성에 대한 묘사가 더 많다. 추가된 고무농장장면은 위선과 허위를 고발함으로써 영화의 윤리적 측면을 부각시키는

데 기여했다. 말론 브랜도의 경우, 시나리오상에 더 마른 인물로 표현되어 있는데 체중감량에 성공하지 못했다. 그래서 고심 끝에 머리부터 가슴까지만

화면에 나타나도록 찍었다. 그럼으로써 체중문제를 해결했을 뿐 아니라 인물의 이미지 형성에도 일조했는데 거인 조각상의 이미지를 부여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내 딸이 나온 건, 맞다.

영화를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해 한마디 조언을 한다면.

미래에는 기술발전의 결과로 모든 사람이 예술인이 될 것이다. 삶 자체가 예술화되는 것이다. 영화를 할 수 있는 가능성도 그만큼 확대될 거라

생각한다. 서로를 존중하고 영화에 대해 고민하고 연구하고 가르치고 배워야 할 것이다. 예술가가 된다는 건 얼마나 좋은 일인가. 그리고 활동에

대한 보상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 제54회

칸영화제 리포트

▶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인터뷰

▶ 장

뤽 고다르 인터뷰

▶ 붉은

카펫의 주인공, 그대 이름은 스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