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News & Report > Report > 기획리포트
유럽영화 익스프레스를 타세요,제4회 서울유럽영화제

<인 디스 월드>등 거장들의 쟁쟁한 신작들 포진

‘도심 속의 유럽영화축제’, 제4회 서울유럽영화제-메가필름페스티벌(이하 유럽영화제)이 10월22일(수)부터 26일(일)까지 5일간 삼성동 메가박스에서 열린다. 13개국에서 날아온 총 28편의 다양한 유럽영화들을 선보이게 될 이번 유럽영화제는 클로드 샤브롤의 <악의 꽃>을 개막작으로 그 다채로운 ‘영화의 화원’을 연다.

거장들의 신작을 만날 수 있는 ‘마스터스 초이스’ 섹션에서는 개막작 <악의 꽃>을 비롯, 2002년 베니스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안드레이 콘찰로프스키의 <바보들의 집>, 빔 벤더스의 <블루스의 전설> 등 쟁쟁한 작품들이 포진되어 있다. 특히 베를린영화제 금곰상에 이어 올해 부산영화제에서 많은 인기를 끌었던 마이클 윈터보텀의 <인 디스 월드>, <피아니스트>로 알려진 미카엘 하네케의 신작 <늑대의 시간> 등은 예매를 서둘러야 하는 작품.

‘핫 브레이커스’ 섹션에서는 올해 유럽 박스오피스에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흥행작을 만날 수 있다. 이탈리아 영화계의 전설로 불리는 배우 마시모 기로티의 유작인 <창문을 마주보며>와 네덜란드판 <한나와 그 자매들>이라 할 수 있는 <난리법석 결혼소동>, 아이슬란드 남자와 중국 여성의 연애사를 담은 <나 같은 남자라도>를 비롯해 핀란드, 노르웨이 등 유럽 각지에서 날아온 대중적인 영화들이 관객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미스터스 초이스' 섹션에서는 개막작 클로드 샤브롤의 <악의 꽃> 등 거장들의 신작을 만날 수 있다.

세계영화제와 평단에서 주목받고 있는 신인감독들의 데뷔작이나 두 번째 작품을 소개하는 ‘라이징 디렉터스’ 섹션에서는 덴마크의 신예 니콜라스 웬딩 레픈의 <피어X>, 다구르 카리의 <내 이름은 노이> 외에도 <인 마이 스킨> <나는 소녀가 아냐> 등 여성 데뷔감독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심야상영인 ‘미드나잇 익스프레스’는 장 클로드 브뤼소의 파격적인 에로틱영화 <은밀한 것들>을 필두로 ‘뜨거운 유럽의 밤’을 선사할 예정이다.

좌석점유율 90%를 상회하는 높은 인기에 힘입어 올해로 4회를 맞는 유럽영화제는 각 국가별 독특한 정서를 선보이는 영화들과 함께 EU시대를 맞이해 합작을 추진하는 등 정체성 찾기에 한창인 유럽 영화계의 현주소도 엿볼 수 있다. 좀더 자세한 내용과 상영정보는 홈페이지(www.meff.co.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은밀한 것들 Secret Things 프랑스 | 2002년 | 95분 | 감독 장 클로드 브뤼소

바네사 파라디의 출세작인 <하얀 면사포>로 국내에 알려진 장 클로드 브뤼소의 논란 많은 문제작. 바에서 일하는 상드린은 전라쇼를 하는 쇼걸 나탈리에게 호감을 느낀다. 이후 두 사람은 바 주인의 폭력적인 행동 때문에 급격히 가까워진다. 매혹적인 나탈리를 통해 진정한 쾌락에 눈뜸과 동시에 상대방의 쾌락 역시 쥐락펴락할수 있는 유혹의 기술을 전수받는 상드린. “날 콜걸로 만들고 싶은 거예요?” “아니, 인생을 가르치려는 거야.” 결국 두 여자는 자신들의 성적매력을 이용해 힘과 권력을 가진 ‘화이트칼라’를 정복할 결심을 한다. 오프닝의 대담한 전라 누드쇼, 지하철 대합실에서 속옷을 조심스럽게 빼던지고 자위하는 모습, 직접적이고 자극적인 동성애와 양성애신, <아이즈 와이드 셧>의 후반부를 보는 듯한 난교파티 등 시각적인 충격을 안겨주는 장면들이 쉼없이 등장한다. 권력과 섹슈얼리티의 관계에 천착해왔던 장 클로드 브뤼소의 작품세계의 정점. 2002년 <카이에 뒤 시네마>의 베스트 영화 1위로 선정되었다.

블루스의 전설

The Soul of Man 독일, 미국 | 2003년 | 95분 | 감독 빔 벤더스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이 쿠바의 이름없는 뮤지션들을 후줄근한 골목에서 구출했다면, <블루스의 전설>은 가난하게 죽어간 블루스의 영웅들을 무덤에서 불러낸 다큐멘터리다. 블라인드 윌리 존슨, 스킵 제임스, J. B. 르누아르, 흑인블루스의 1세대이자 이후 재즈, 팝 뮤지션들에게 큰 영향을 끼친 이 세명의 뮤지션은 불행히도 살아생전엔 대중적인 지지를 받지 못했고 사후에도 거의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빔 벤더스는 이들의 삶과 음악에 대한 안타까움과 존경을 담아 기꺼이 ‘영혼’을 찾아가는 긴 순례를 시작한다. <매트릭스>의 로렌스 피시번의 내레이션을 따라 소량의 실제 자료화면과 극적 순간 등을 재현한 드라마, 그리고 로스 로보스, 루 리드, 보니 레이트 등의 현대 팝 음악가들이 그들의 음악을 연주하는 콘서트 실황들이 교차편집된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마틴 스코시즈, 그리고 마이크 피기스가 공동으로 연출하는 블루스(The Blues) 연작 시리즈 중 한편으로 올해 칸영화제 비경쟁 부문에서 상영되었다. 재현장면에서 우스꽝스런 모습의 카메오로 등장하는 빔 벤더스를 찾아볼 것. 아시안 프리미어.

인 마이 스킨

In My Skin 프랑스 | 2003년 | 93분 | 감독 마리나 드 반

프랑수아 오종의 팬이라면 이 영화의 주인공인 마리나 드 반의 얼굴이 낮익을 것이다. <바다를 보라>에서 평범한 집안을 헤집어놓고 아이까지 뺏아 달아났던 지저분한 배낭여행객이나, <시트콤>에서 반신불수가 된 채 변태적인 성행위를 서슴지 않았던 엽기적인 딸이 바로 <인 마이 스킨>에서 주연과 감독을 동시에 맡은 마리나 드 반이다. 프랑스 영화학교 FEMIS에서 함께 수학한 오종과 <바다를 보라>부터 <사랑의 추억> 까지 시나리오 작업을 함께했던 마리나 드 반은 자신의 감독 데뷔작인 <인 마이 스킨>에서 오종의 초기작과 같은 기괴한 기운을 불어넣는다. 그러나 드 반은 오종과 달리 유머를 배제한 채 한 여자의 이상심리와 행위를 건조하고 집요하게 좇아간다. 어느 날 우연히 다리피부가 찢겨나가는 사고를 당한 여자는 이후 자신의 피부를 칼로 벗기고 피를 마시고 결국 씹어삼키는 가학적 신체훼손의 쾌락에 빠져든다. 비위가 약한 이들은 관람을 피할 것. 혹 대단한 ‘강심장’이라고 할지라도 관람 전에 식사를 삼가하는 편이 좋을 정도다. 하지만 이 고통스러운 관람이 끝나면 피부 깊숙이 아릿한 슬픔이 고이는 영화.

바보들의 집

House of Fools 러시아, 프랑스 | 2002년 | 104분 | 감독 안드레이 콘찰로프스키

타르코프스키 영화 <안드레이 루블료프>의 각본가와 니키타 미할코프 감독의 친형으로, 그리고 <폭주기관차>와 <이너써클>의 감독으로 유명한 안드레이 콘찰로프스키의 최근작. 기찻길 옆 정신병원이 영화의 주요 공간이다. 러시아와 체첸의 경계지역에 자리한 이곳에 포탄이 떨어지고, 체첸군과 러시아군이 번갈아 들이닥쳐 쑥대밭을 만든다. 아코디언을 연주하며 약혼자에 대한 꿈을 꾸는 제나는 군인 아메드와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그는 떠나간다. 안드레이 콘찰로프스키는 바보들의 집에 찾아든 ‘진짜’ 바보들을 통해 세상의 어리석음을 통렬하게 풍자한다. 러시아와 체첸의 민족분쟁을 지켜보는 슬픈 심정이 담긴 이 영화는 아코디언을 메고 노래를 부르는 여주인공 제나와 총을 메고 들어와 총격을 일삼는 군인들을 상징적으로 대비하며 추악함의 전쟁과 아름다움의 음악을 상대적으로 보여준다. 주인공 제나 역을 콘찰로프스키의 부인이 연기하고, 그녀의 꿈속 연인으로는 영국의 록가수 브라이언 애덤스가 특별출연한다. <바보들의 집>은 2002년 베니스영화에 심사위원 대상작이다.

피어 X

Fear X 덴마크, 영국 | 2003년 | 91분 | 감독 니콜라스 윈딩 레픈

덴마크 영화가 모두 도그마의 교리를 따르는 것은 아니다. 주인공 해리케인은 유타주의 한 쇼핑몰에서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살해당한 아내에 대한 기억으로 해리 케인은 악몽과 환영으로 고통스러워 한다. 무용지물인 경찰 대신 직접 범인을 찾아내기로 작정한 해리. 조사 도중 그는 우연히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줄 케이트와 그녀의 남편 피터를 만난다. 부인의 살해사건이 국가 비밀경찰 단체의 행적과 관련이 있음을 눈치챈 해리는 점점 더 진실에 갈증을 느끼지만, 해답은 미궁 속으로 빠져들어간다. 덴마크 출생으로 <푸셔>(1996)와 <블리더>(1999)를 통해 도그마에 휩쓸리지 않는 뚝심을 보여준 니콜라스 윈딩 웨폰의 최근작. 존 터투로의 연기가 돋보이는 <피어 X>는 <브룩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와 <레퀴엠>의 작가 휴버트 셀비 주니어가 각본을, 브라이언 이노가 음악을, 스탠리 큐브릭의 촬영감독으로 유명한 래리 스미스가 촬영을 맡았다. 사건보다는 그뒤에 숨겨진 불안한 기운으로 소름을 돋게 하는 스릴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