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News & Report > News > 국내뉴스
[인터뷰] 최용배 청어람 대표

"영화의 진정성 찾는 관객층 기대"

흥행 영화 위주로 간판을 덮고 있는 요즘 극장가에 뜻밖의 영화들이 잇달아 걸린다. 사상전향을 거부하고 45년간 감옥생활을 한 장기수 김선명씨의 이야기 <선택>은 흥행을 기대하기 힘든 영화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박찬욱, 임순례, 박진표, 박광수, 정재은, 여균동 등 6명의 감독을 모아 인권을 주제로 만든 옴니버스 영화 <여섯개의 시선>도 관객들에게 익숙한 상업영화와는 거리가 있다. 보통 같으면 예술영화 전용관 한두곳에서 개봉하고 말 영화다.

세번 보고 세번 운 <선택>, 관객 1만명도 안돼 아쉬워

<여섯개의 시선> 은 영화적 미덕 있고 세계 인권 향상에 도움, 2·3편 계속 만들었으면

그런데 <선택>은 지난 24일 전국 20개 극장에서 개봉했고, <여섯개의…>는 오는 11월14일 적으면 30곳, 많으면 50곳에서 개봉할 예정이다. 둘다 배급사가 ‘청어람’이다. 2001년 11월 한국영화 전문배급사를 지향하고 출범한 이 회사가 아니었다면 두 영화를 전국 어디서나 가까운 극장에서 만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다고 청어람이 예술영화 전문 배급사도 아니다. 2002년 <결혼은 미친 짓이다> <묻지마 패밀리> <품행제로>, 2003년 <장화, 홍련> <싱글즈> <바람난 가족> 등의 흥행작을 배급했고 올 3분기까지 미국영화 직배사를 포함해 전체 배급사 중 관객동원수 3위를 기록한 준 메이저 회사다. 이 회사를 만들고 꾸려온 최용배(40) 대표이사를 29일 만났다. 최씨는 서울대 서양사학과, 서울예전 영화과를 거쳐 <남부군> 등의 연출부에 있다가 (주)대우 영화사업본부, 시네마서비스 배급담당 이사를 거쳤다.

-<선택>은 관객수가 무척 저조하다. 예상했던 일 아닌가?

=24일 개봉 뒤 지금까지 1만명이 안 들었다. 이번 주말에 상당수 극장이 간판을 내릴 것 같다. 3~4곳 유지하는 게 목표다. 서울은 씨네큐브 극장에서 계속 틀기로 했고. 지금 같으면 배급 수수료도 받기 힘들 것 같다. 사실 여러 면에서 배급이 힘든 영화였다. 극장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경우인데, 청어람의 배급력에서 몇 퍼센트를 사용하는 것이다.

-위험부담을 갖고 간 건데, 왜 그랬나?

=그래도 이런 영화를 찾는 관객층이 있을 거라고 봤다. 그들만 다 봤더라도 이렇진 않을 텐데. (배급을 결정한 데는) 물론 영화의 진정성이 대전제다. 나는 <선택>을 세번 보면서 세번 모두 울었다. 완성도도 높고 충분히 잘 만든 영화다. 아쉬운 건 <선택>이 잘 됐다면 이런 영화를 또 하나 배급할 수 있게 되는 건데, 그 기회가 힘들지 않을까 하는 거다.

-<여섯개의 시선>은 어떤가?

=‘인권과 차별’이라는 주제의식이 있지만 영화적으로 소화가 잘 돼있다. 영화적 미덕이 살아있다. 단체 관람 분위기를 활성화시켜서 가보려고 한다. 이번엔 마케팅 비용도 청어람이 댄다. 현금은 2억원 들어가지만 이런저런 부대지원을 합하면 4억원 정도 규모로 홍보한다. 안성기, 송강호 등이 이 영화를 보고서 홍보를 위해 뭐든지 도와주겠다고 했다.

-배급하게 된 계기는?

=작년에 <씨네21>에서 이 영화 기획자인 인권위 공보담당 남규선씨의 인터뷰를 봤다. 국제사면위원회가 보내온, 세계 유명 영화인들이 인권문제를 얘기하는 테이프를 보고서 이 영화를 기획했다는 내용을 읽고, 이 영화 만들면 우리도 인권을 원조받는 입장에서 원조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우리도 이 영화를 세계 각국의 인권단체에 보낼 수 있겠구나, 그 멋진 일에 동참하고 싶었다. 그래서 영화가 완성된 뒤 바로 배급하겠다고 나섰다. 돈 벌면 기금으로 적립해 2편, 3편 만들자고도 했다. 이런 영화가 잘 돼야 한다. 그래야 청어람의 신뢰가 쌓이고 정체성도 드러낼 수 있다.

-송강호, 문소리 주연의 <효자동 이발사>를 청어람이 직접 제작하는데?

=우리가 배급한 영화 중에 기획 단계에서부터 흥행을 예상했던 영화는 거의 없다. 그러니까 (CJ엔터테인먼트나 시네마서비스 같은) 메이저 배급사가 꺼렸던 탓에 우리한테 왔다가 터진 거다. 이런 일이 계속 되리란 보장이 없다. 그래서 스타들을 캐스팅해 직접 제작도 하는 거다. 1년에 세편 쯤 하는게 희망사항이다. 지금 봉준호 감독의 다음 영화를 우리가 제작하기로 했고, 민규동, 김태용, 박종원 감독 순으로 이어질 것이다.

관련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