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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알파치노 그 ‘쓸쓸한’ 힘
2003-10-31

쇼비즈 미스터리 <목격자>

굳이 대사를 뱉지 않더라도, 깊게 주름이 패인 알 파치노의 얼굴엔 지나간 세월에 대한 회환과 허무감이 담겨있다. <목격자>가 미스터리 스릴러라기보다 더러운 현실 속에서 무너져버린 사내의 쓸쓸한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것도 그 얼굴 때문이다. 뉴욕의 엔터테인먼트계를 주름잡던 홍보 로비스트 일라이 워먼은 지금은 한물간 인물이다. 그의 생활은 엄청난 양의 신경안정제로만 지탱되는, 끔찍한 것이다. 하버드 법대를 나와 한때 마틴 루터 킹과 함께 나란히 행진하며 ‘정의’를 외쳤던 그는 이제 지저분한 뒷일을 대신 처리해주거나, 외국인 이민자 석방을 촉구하는 자선행사에 참여해달라고 스타들에게 사정하며 전화를 돌려야 한다.

영화속 일라이의 하룻밤엔 그의 인생과, 뉴욕의 변화가 압축돼 있다. 대스타인 캐리 로너(라이언 오닐)는 자선행사에 참가하는 조건으로 수감된 애인인 모델 질리(테아 레오니)를 조용히 빼내달라고 부탁한다. 경찰서에서 나온 질리는 일라이를 쇼룸으로 가장된 마약 파티장으로 데려가서 PDA 하나를 들고 나온다. 거기엔 엄청난 스캔들을 불러일으킬 뉴욕 거물들의 마약 파티 모습들이 기록돼있다. 이후 호텔방에서 일라이는 질리가 누군가에게 살해되는 광경을 목격한다.

<목격자>는 질리의 살해범이 누구인지, 새벽이면 구원의 여인(킴 베이싱어)과 함께 고향으로 떠나려던 일라이를 끝내 떠나지 못하게 한 이가 누군지 명확하게 밝히지 않는다. 흑인이나 불법이민자, 유대인 문제 등 첨예한 정치적 쟁점들이 등장하지만 그도 관심사가 아니다. 그저 ‘정의가 강물처럼 넘쳤던’ 시절을 향한 한 사내의 탄식과 종말을 지켜볼 뿐이다. 그 이야기와 소재가 전혀 새롭지 않고 허탈감까지 안기지만, 힘이 넘치는 배우들의 연기에선 눈을 떼기 어렵다. 존 헨드릭스가 직접 출연해 불러주는 재즈곡 ‘바이바이 블랙버드’ 도 매력적이다. ‘아이 러브 뉴욕’ 캠페인을 벌였던 실존인물인 로비스트 바비 자렘을 모델로 한 영화로, <섹스&시티>의 연출자 대니얼 앨그란트가 감독을 맡았다. 31일 개봉.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