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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쿼터 결국 축소하나?
이영진 2003-11-03

노대통령 발언 이후 정부의 축소 움직임에 영화인들 강력히 반발

스크린쿼터를 둘러싼 정부와 문화예술계 사이의 전면전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한-미투자협정 체결을 위해서는 한국영화 의무상영일수 축소가 불가피하다고 해석할 만한 정부쪽 발언이 이어지자 영화인들을 중심으로 한 문화예술계가 “스크린쿼터가 한-미 양국간 흥정의 대상이 되어선 곤란하다”며 발빠르게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단정할 수는 없으나 정부는 스크린쿼터 축소쪽으로 기운 듯 보인다. 10월30일, 이정우 청와대 정책실장은 “미국쪽 주장인 20%와 한국 영화계에서 고수하려는 현행 40%의 중간선에서 ‘윈-윈’할 수 있는 절충점을 찾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의무상영일수 146일을 73일로 낮추라는 미국쪽 요구를 고려해 정부가 스크린쿼터 축소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10월19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타이 방콕을 방문한 자리에서 미국 경제인들과의 면담 중 “(스크린쿼터) 문제가 외국인 투자에 장애가 안 되도록 설득, 노력을 계속해 가능한 이른 시일 내에 해결되도록 하겠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외교적 수사’라며 유보적 반응을 취해왔던 영화인들도 ‘이제는 올 것이 왔다’면서 스크린쿼터 축소 불가 원칙을 재확인하는 등 릴레이 대책회의를 열고 있다.

양기환 세계문화기구를 위한 연대회의 집행위원장은 “발언자인 이 실장이 한-미투자협정에 관한 실질적인 책임자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미국 또한 이번 기회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에서 국내 모든 친미 네트워크를 가동하는 등 전방위적 압력을 가하고 있는 위기 상황”이라고 평했다. ‘한-미투자협정 저지와 스크린쿼터 지키기 영화인 대책위’에 참여하고 있는 이은 감독은 “스크린쿼터 축소는 문화주권과 미래산업으로서의 영화산업을 염두에 둘 때 양보할 수 없는 것”이라면서 “11월6일께 영화단체들을 중심으로 기자회견을 갖고 앞으로의 대응방안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한편, 스크린쿼터 축소가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자 “한국 정부는 스크린쿼터를 줄여서는 안 된다”는 해외 영화인들의 따끔한 지적이 전해지고 있다. 할리우드 영화산업노동조합 등이 포함되어 있고 세계 최대 영화방송노동조합인 국제사무전문서비스노조연맹 미디어연예산업분과(UNI-MEI)는 10월29일 “문화분야가 국제통상협정의 협상대상이 될 수 없다”며 “미국 정부는 한국 정부에 대한 스크린쿼터제 축소 및 폐지 압력을 중단하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냈다. 제3차 아시아태평양지역 국제미디어노조연대 서울 총회에 참석한 이들은 또한 “2005년 체결될 것으로 예상되는 문화다양성협약 발효를 위해 세계 연대를 더욱 강화해나가야 한다”는 내용의 결의문도 채택했다.이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