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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 앞 노동자들의 삶과 투쟁, 서울국제노동영화제
박혜명 2003-11-10

노동자들 참여 편의 위해 주말에 한정 상영

제7회 서울국제노동영화제가 열린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열리는 이번 영화제는 11월14일(금)부터 16일(일)까지 3일간, 11월21일(금)부터 23일(일)까지, 2주에 걸쳐 주말에만 영화를 상영할 예정이다. 특이하게 영화제 기간을 주말에 한정한 이유는 노동자들의 참여를 더욱 높이기 위해서다. 상영작은 지난해보다 조금 늘어 29편이 준비되어 있다. 상영작은 ‘변혁 운동의 세계화’, ‘세계화 vs 노동자’, ‘비디오 액티비즘’, ‘혁명과 미디어’ 등 4개의 해외 섹션과 ‘비정규직 노동자의 투쟁’을 비롯한 6개의 국내 섹션으로 나뉜다. 영화제를 주최하는 노동자뉴스제작단(이하 노뉴단)은 총 6편의 작품을 소개한다.

개막작으로 선정된 <이중의 적>은 한국통신계약직노동조합이 517일 동안 전개했던 구조조정 반대투쟁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必勝 ver 1.0 주봉희>는 방송사 비정규 노동조합위원장인 주봉희에 관한 다큐멘터리. 이 작품은 노동운동의 주체가 되는 인물들을 조명하려는 노뉴단의 다큐멘터리 시리즈 1탄이기도 하다. 이외에 <철로 일기> <노동자의 단결로 미래를 노래하라> <노동자들은 알고 있었습니다-조폐공사노동조합사 2부> <노무현 vs 노동자> 등이 노뉴단의 신작이다. 국내 섹션을 채우고 있는 또 다른 작품으로는 노동자영상사업단 ‘희망’이 제작한 <소금>, 옴니버스 다큐멘터리 <여정> 등이 있다. <소금>은 철도여성노동자의 모성보호 문제를, <여정>은 이주노동자를 소재로 하고 있다. 또한 노동자 제작교육 프로그램인 ‘카메라를 든 노동자’ 수강생의 작품들이 <카든노 리포트>로 묶여 소개된다. 해외 섹션 가운데 눈길을 끄는 부분은 ‘비디오 액티비즘’과 ‘혁명과 미디어’. ‘비디오 액티비즘’에서는 전세계에서 활동 중인 비디오 액티비스트들의 실험적인 비디오아트물을, ‘혁명과 미디어’에서는 미디어에 관한 비판적 시각을 가진 작품들을 선보인다.

올해 노동영화제가 미디어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이 영화제의 오랜 화두인 ‘세계화’에 주류 미디어가 기능한 점을 비판하고 대안적 미디어들의 활동을 뒤쫓기 위함이다. 폐막작 <레이문도>가 그중 하나다. 이 작품은 1976년 군부독재에 의해 납치·살해된 아르헨티나 영화감독 레이문도 글레이저의 삶을 다루고 있는 2시간가량의 다큐멘터리다. ‘변혁 운동의 세계화’ 섹션에서는 미국의 미디어 활동가 집단인 빅노이즈 전술적 미디어(BNF)의 작품 과 <킬로미터 0 - WTO//칸쿤> 등을 눈여겨볼 만하다. ‘세계화 vs 노동자’ 섹션은 지난해에도 등장했던 맥도널드 노동자를 담은 <맥심, 맥더프 그리고 맥도널드>를 비롯해서 캐나다의 홈리스들, 아르헨티나의 한 공장에서 일어난 5천명 해고사건, 이주노동자들과 미국의 이민노동자 정책 등을 다룬 다양한 작품들이 소개된다. 1999년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로제타>와 2001년 LA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저당잡힌 미래>도 상영될 예정이다.

올해 노동영화제의 주제는 변함없이 자본의 세계화, 그리고 신자유주의 앞에 놓인 노동자들의 삶과 투쟁이다. 이것은 노동자들의 현실이 여전히 동일한 문제에 묶여 있고 그 현실이 쉽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방증일 것이다. 이러한 현실을 함께 공유하는 프로그램도 준비돼 있다. ‘우리 삶 속의 노동영화’라는 주제로 마련된 토론 프로그램은 주제에 맞는 현실의 사례들을 제시하고 이에 대해 관객이 함께 토론하는 자리다. 서울국제노동영화제의 전 상영작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문의는 노동자뉴스제작단(02-888-5123, www.LNP89.org/festival)으로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