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News & Report > News > 국내뉴스
‘대장금 신드롬’ 이영애 인터뷰
2003-11-14

드라마 복귀 3년 만에 안방 시청률 평정, "인기 들뜨지 않게 가다듬고 가라앉혀야"

"레디...투 쓰리 포...큐!...또 비행기 소리야...스톱!" "오늘 비행기 소리 때문에 30여분간을 헤매고 있어요." 평균 시청률 45%대를 유지하며 5주째 인기순위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MBC 특별기획 드라마 <대장금>(大長今)의 촬영이 진행중인 경기도 의정부 MBC 문화동산 야외세트장에서 이병훈 PD가 어깨를 어쓱거리며 허탈해 한다.

그 앞에는 `대장금 신드롬'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장금' 이영애(32)씨가 연분홍 저고리와 쑥색 치마를 차려 입고 촬영 훼방꾼인 비행기 소리를 원망하는 듯 한상궁 양미경씨 옆에 다소곳이 서 가끔 먼 하늘로 눈길을 보낸다. 촬영이 진행중인 야외세트장 한옥 정원에는 따사로운 11월중순의 늦가을 햇살이 며칠째 짓궂은 비를 뿌리던 구름을 물리치고 화사하게 내려앉아 카메라 렌즈를 마주하고 있는 장금이의 치마 저고리에 윤기를 보탠다.

한때 브르주아 커리어우먼이 누리는 행복의 극치를 과시해 온 그 `CF 여왕'은 지금 거품이 가득한 최고급 욕조에 누워 홀짝이던 와인 잔을 내려놓고, 비린내 나는 해물과 마늘을 집어든 수라간 나인으로 신분을 낮췄다.

아침에 눈떠 웅진코웨이 정수기 물을 마시고 엘지카드로 쇼핑하고 헬스클럽에 들러 러닝머신에서 달리기 한 뒤 저녁파티에 참석하고 귀가후 인터넷망으로 영어공부하던 광고 속의 그는 <대장금>에서 천민으로 신분이 급전직하했음에도 폭발적인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3년여 휴식을 비웃기라도 하듯 브라운관에 컴백하자마자 안방인기를 독차지한 이영애씨와 인터뷰는 제작진이 세트장 상공에 비행기가 뜨면 아예 대사없는 장면을 먼저 찍는 아이디어까지 동원해 예정된 촬영분량을 다 채우고 난 뒤에야 어렵게 이뤄졌다.

한옥 세트장 마루에 걸터앉아 진행된 인터뷰는 예상대로 심층적인 문답을 주고 받기에 턱없이 시간이 모자라 아쉬움을 남겼다. 늦가을 찬기운 속에 연일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촬영이 이어지는 강행군이 계속되고 있어 `시간을 좀 더 내달라'고 부탁하기 어려웠다.

90년대 초 화장품 모델로 데뷔, `산소같은 여자'로 이미지를 굳힌 이래 웬만한 빅모델의 등장에도 좀체 흔들리지 않고 `CF 퀸'의 아성을 든든하게 구축했으나 드라마에서는 그리 성가를 떨치지 못했던 그다.

지난 2000년 충무로 흥행기록을 경신하며 승승장구한 박찬욱 감독의 <공동경비구역JSA >에서도 주연 송강호의 그늘에 가려 여우주연으로 빛을 발하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그래선지 2000년 SBS 드라마 `불꽃' 이후 3년만에 `산소같은' 단아한 외모의 천민으로 다시 안방에 모습을 드러낸 이영애씨가 시청률 경쟁을 평정하는 모습은 한상궁 양미경씨의 표현대로 `열매를 맺는' 것에 비유할 수 있을까?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는 <대장금>은 <허준> <상도>의 연출자인 이병훈 PD의 대하사극으로 조선 중종시대 궁중요리사로 입궐했다가 관비로 전락하는 우여곡절끝에 어의(御醫) 자리에 오른 천민 여성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그리고 있다.

<대장금>의 인기를 미리 예상했나요.

▲처음부터 시청자들의 반응이 이 정도로 좋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어요. 이제 겨우 3분의 1 정도 진행됐으니 시작단계에 불과하거든요. 지금 반응이 너무 좋아 당분간 좀 추스르고 나서 다시 시작해야 되겠다는 마음뿐이에요.

요즘 심경은 어때요.

▲풍선처럼 하늘 위로 올라갈까봐 이를 추스를 필요가 있다고 봐요. 출연하는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 물론 좋긴 하죠. 그러나 연기자 입장에서는 좀 가다듬고 들뜨지 않도록 가라 앉히는 것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드라마의 전개가 온통 `장금'이 중심으로 진행돼 부담스럽겠어요.

▲정말 큰 부담이에요. 그렇지만 한상궁 역의 양미경 선배님을 비롯해 주변 분들이 너무 열심히 해줘서 제가 많은 도움을 받고 있어요. 연기는 혼자하는 것이 아니잖아요. 앞으로 출연진 모두와 호흡을 맞춰가면서 연기를 해 나갈 겁니다.

인기 비결을 뭐라고 보세요.

▲대충 짐작하시겠지만 드라마의 소재가 워낙 다양해 기존 드라마의 격을 깬 것 아닐까요. 그리고 출연진 모두 조화가 잘 되는 것 같아요.

`장금'이 배역이 막힘이 없어 너무 작위적이라고 생각되지 않아요.

▲당초 장금의 인물설정은 `허준' 처럼 완벽한 성인이 아니라 좀 어설프고 모자라긴 하지만 자기 일에 매진하는 그런 사람으로 알고 있어요. 한발 한발 앞으로 나아가 목표를 성취하는 인물이죠. 그래서 저도 너무 완벽한 모습을 내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어린 장금이는 너무 똑똑하던데 성인이 된 장금이는 왜 푼수같으냐고 얘기들 하시는데 그런 점에서 긍정적으로 봐주었으면 좋겠어요.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겠다고 미리 설정해 놓은 것은 없고 대본에 나오는대로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드릴 작정입니다.

외국에서도 <대장금>을 취재하러 온다면서요.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에는 멜로나 트렌디 드라마가 주류를 이뤘는데 다행히 이번에 우리나라의 문화적 코드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생겼어요. 시너지 효과도 기대됩니다.

집에서 <대장금>을 시청해 보고 느낀 소감은.

▲연기하는 연기자 입장을 떠나서 시청자의 한사람으로 봐도 <대장금>이 너무 좋아요. 제 스스로 장금을 너무 좋아하는 `애장금'(愛長今)이라고나 할까요.

이 드라마를 통해 연기의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했다고 평가하세요.

▲다행스럽게도 새로운 캐릭터를 구축해 시청자들께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맞은 것 같아요. 연기자로서 휴식을 거친 뒤 다시 시작하는 처지에서 보면 아주 큰 행운이라고도 생각합니다. 이번 드라마는 남녀노소할 것 없이 모든 분들이 좋아 하시는 것 같아요. 평소 모두가 둘러앉아 화기애애하게 시청할 수 있는 그런 드라마에 출연해 보고 싶다고 생각해 왔는데 그런 바람을 이룬 것 같아요.

브라운관과 스크린 중에서 어느 쪽이 더 적성에 맞다고 보세요.

▲둘다 각각의 장.단점이 있는 것 같아요. 영화는 영화대로 좋고, 드라마는 많은 분들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좋다고 봐요.

그동안 연기생활하면서 성격이 바뀌었다고 느끼세요.

▲드라마나 영화에 출연하면 아무래도 맡은 캐릭터를 많이 따라가거든요. 이번에 드라마 `대장금'에 출연하면서 성격이 많이 밝아졌다는 생각이 들어요.

드라마 촬영 없을 때는 주로 뭐 하세요.

▲요즘은 쉴때가 거의 없어요. 쉴때는 촬영에 지쳐 피곤하니 잠을 많이 자요. 물론 드라마 대본 연습도 게을리 하지 않지만요. 체력관리도 해야 하니까 많이 먹기도 해요.

그동안 각종 CF에 소개된 `이영애의 하루'와 실제 이영애씨의 하루는 어느정도 간극이 있나요.

▲전혀 다르죠. CF에 나오는 삶과 똑같다면 말이나 되겠어요.

옆에 앉아 있던 양미경씨는 이영애씨를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영애는 보석이에요" "너무 이쁘고 맑고 투명하고 따뜻해요" "향기가 난다고 할까요"라고 추켜세웠다.

질문과 대답이 여기까지 이어지고 난 뒤 인터뷰는 다음 촬영일정 때문에 더이상 진행되지 못했다. 이 때문에 미리 준비해간 몇가지 질문에 대해서는 이영애씨의 답변을 듣지 못했다. 행여 다음에 기회가 되면 그가 입을 굳게 다물고 선한 눈망울만 굴리더라도 이런 질문을 꼭 던져볼 작정이다.

"얼굴에 손댄 적이 없다고 하셨는데 외모 중 가장 자신있는 곳과 제일 자신없는 곳은 어디예요?", "그 나이면 결혼적령기를 넘겼다고 주위의 성화가 대단할 법도 한데요. 결혼은 언제쯤 할 계획이에요? 어떤 배필을 만나고 싶으세요?", "`CF 여왕'으로 군림하면서 돈은 얼마나 벌었어요?"

관련영화

관련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