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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방송가] 잠깐만 안녕 하는 MC 신동엽
권은주 2003-11-19

'길들여진 모반자'라도 되기를

신동엽이 <와우! 동물농장>만을 남기고 인기리에 방송되던 프로그램을 모두 접었다. ‘재충전’을 하겠다는 것이 이유다. 그가 진행하던 프로그램 중 <맨∥맨> <신동엽 김원희의 헤이헤이헤이>는 막을 내렸다. <해피투게더>는 김제동, 유재석을 기용하며 새로운 모습을 선보였다. <해피투게더>는 KBS2TV의, <신동엽 김원희의 헤이헤이헤이>는 SBSTV의 야간 오락프로그램 중 가장 인기있었던 프로그램이다. 이러하니 그를 향한 모시기 경쟁도 치열했다고 한다. 경쟁이 치열하니 출연료도 국내 최고 수준. 600만원+알파가 그의 회당 출연료라는데, 700만~800만원을 호가한다는 말도 들린다. 뭐, 어떻게 된 계산인지 모르겠지만, 그래서 한달 수입이 1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신동엽이 ‘재충전’을 위하여 일을 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리고 신동엽만의 일도 아니다. 자체적인 ‘충전’의 시간 혹은 타의에 의한 강제 휴식의 기간을 거치는 동안 그는 자체적인 내부 강화 프로그램을 발동시켰고, 휴식이 끝난 뒤 조금씩 다른 모습을 선보였다. 이런 변화로 그의 활동기를 나누어볼 수 있다. 이것은 오락프로그램의 탈장르화, 공익성의 오락화, 혼성화 등의 지난 10년 한국 방송에서의 오락프로그램의 역사도 또한 반영한다. 그것은 신동엽이 연예계 데뷔한 지 13년 동안 한번도 열광적이고 폭발적인 인기를 구가하지 않으면서 ‘조용하지만 강하게’ 활동해왔기 때문이다. 그는 인지도를 높인 이후에는 한발 물러나는 적 없이 항상 섭외 대상 1위에 올라 있었다.

1기는 그의 코미디언 시절이다. 1991년에 SBS에 특채되었고, 인기를 맛보기 위해 기다렸던 시간은 아주 짧았다. <코미디 전망대>에서 ‘안녕하시렵니까’라는 유행어로 단박에 인기를 얻었던 것이다. 2기, 그는 1994년부터 이영자와 시작된 <기쁜 우리 토요일> MC를 맡으면서 ‘신혼 행진곡’ 코너를 히트시킨다. 이 코너는 오락 프로그램 내에 극형식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던 때의 산물이다. 여기서 선보인 ‘연기력’을 바탕으로 그는 1996년 시트콤 <남자 셋 여자 셋>에 초대 멤버로 출연한다. 그는 이 프로그램으로 명실상부하게 대중에 자신을 각인시키게 된다. <남자 셋 여자 셋>은 오락과 드라마를 합친 시트콤이 처음으로 성공한 예이다. 여기에 ‘경계에 선’ 신동엽이 기여한 바는 크다. 그는 <남자 셋 여자 셋>을 중도에 그만두고 1997년 10월 미국으로 건너간다. 그는 1년 만에 <남자 셋 여자 셋>에 다시 복귀하고 우희진과 결혼하는 것으로 마지막회를 장식한다.

3기는 MBC의 대표적 공영성 오락프로그램에서 MC로 활약하던 때이다. 그는 ‘신장개업’과 ‘러브 하우스’ 등 ‘개조 프로그램’ MC로 활약했다. 가끔씩 눈물없이는 볼 수 없는 장면이 등장할 때는 특유의 익살맞음으로 ‘눈물’을 ‘오락방송용’으로 제조해냈다. 그리고 <!느낌표>에 합류하고 ‘하자하자’의 꼭지를 맡는다. 그런데 이때 그는 대마초 사범으로 구속된다. 11일 만에 풀려나기는 했지만 그는 1년간 방송 활동을 중단한다. 공영성 오락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얻은 이미지는 그가 풀려나는 데도 도움을 주었다. 그간의 꼭지를 통해 도움을 받은 시민의 선처 호소가 있었다고 한다. 활동하고 싶어도 활동할 수 없는 이 시기에 방송 생활에 많은 아이러니를 느꼈을 법하다. 그는 복귀하면서 저녁의 황금대가 아니라 밤 시간대로, 야외촬영이 아니라 스튜디오 촬영으로, 공영성 프로그램이 아니라 자신의 개인기를 발휘하는 프로그램으로 옮겨갔다. 이것이 4기다. 이 4기는 또한 주류 오락프로그램과는 조금 떨어져 개인적인 장기를 발휘하는, 그리고 자신의 영향력을 십분 발휘하는 시기였다.

신동엽은 ‘웃기는 이상한 MC군(群)’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웃기는 MC’라는 군은 기존의 방송적 분류나 관습을 흔들어놓는, 1990년대 말부터 개발된 신종군이다. 이 신종군은 막말로, 연기를 하는 것도 아니고, 노래를 부르는 것도 아니고,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열심히 아이디어를 개발을 하는 것도 아닌, 짜놓은 대본에 맞춰 게스트의 장단을 잘 맞춰주는 것이 소임의 다인데, 혹시나 그들이 프로그램을 그만두게 되면 프로그램이 폐지되는 등의 영향력은 막강한 부류다. 열심히 웃긴다는 이유로 칭찬이 자자했던 <개그콘서트>의 멤버들은 다른 방송사로 가는 것으로 열악한 현실에 대한 시위를 했는데, 방송사는 바짓가랑이도 붙들지 않은 것과는 대조된다.

이 ‘웃기는 MC’라는 신종군의 애매모호함은 신동엽이 2002년 KBS 코미디언 대상을 수상한 것에서도 볼 수 있다. ‘MC상’은 공채로 뽑힌 MC(원래 MC)가 받아야 할 것 같은데, 대활약이랄 수 있는 활동을 보였으니 상은 주어야겠고, ‘코미디언 MC 상’이라는 것이 있으면 좋을 텐데, 그런 건 주먹구구인 것 같고, 그래, 어쨌든 출신이 코미디언이라면 코미디언이지, 라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강호동에게 그 혁혁한 성과를 치하해 상을 안긴다면 ‘스포츠 선수상’일까? 이런 MC군에는 가수 출신도 있고, 탤런트 출신도 있다.

그는 휴식 뒤 복귀하는 내년 봄 시트콤에 출연할 계획이라고 한다. 자신의 꿈이 시트콤을 만드는 것이라고 어느 인터뷰에서 밝힌 대로라면 이 계획은 그의 머리에서 나온 건지도 모른다. 자신이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두려운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스템을 어차피 벗어날 수는 없을 터이니 ‘길들여진 모반자’라도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구둘래/ kudl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