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News & Report > Report > 해외통신원
[베이징] 중국의 애수

각종 영화제 휩쓴,후오지엔치 감독의 문예영화<누안>

지난 11월5일 폐막된 중국 최고 권위의 영화제 금계백화영화제(金鷄百花電影節) 금계장(金鷄奬) 부문에서 최우수 작품상과 각본상 등을 수상하며 주목을 끌었던 후오지엔치(藿建起) 감독의 신작 <누안>(暖)이 9일 폐막된 도쿄국제영화제에서도 연이어 대상을 수상함으로써 언론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이미 4년 전, <그 산, 그 사람, 그 개>(那山那人那狗)로 금계장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한 바 있고, 지난해 <생활의 아름다움>(生活秀)으로 금계장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국내 평단의 꾸준한 지지를 모아왔던 후오 감독은 이번 도쿄국제영화제 수상으로 입학 동기였던 장이모, 첸카이거 등에 이어 국제감독의 대열에 올라서게 되었다.

베이징영화학교 미술과 졸업 뒤 베이징영화스튜디오에서 줄곧 일해오다 티엔주앙주앙의 <말도둑>(盜馬賊) 등의 미술감독을 거쳐, 1995년 <승리자>로 감독 데뷔를 한 후오지엔치는 이 작품으로 금계장 신인감독상을 수상하며 금계장과의 긴 인연을 시작한다. 같은 5세대 감독들의 작품과 비교해 ‘이념’적이지 않고, 젊은 6세대 감독들의 작품과 비교해 ‘전위’적이지 않은 후오지엔치의 ‘문예’적인 작품 성향은 이번 <누안>에서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그 산…> 이후 다시 한번 시골의 소박한 정서와 아름다운 영상을 화면에 담아낸 후오 감독은 이번 영화가 지난 일을 회상하는 심정을 가지고 애수에 관해 이야기하는 영화라고 말하고 있다. <붉은 수수밭>(紅高粱)의 작가로 유명한 모옌(莫言)의 초기 단편소설 <흰 밑싣개>(白狗추(그네 추)韆架)를 원작으로 하고 있는 <누안>은 6살 된 딸을 둔 여주인공 누안의 첫 연인이었던 린징허가 10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오면서 얘기를 시작한다.

누안은 동북의 어느 조그만 시골 마을에서 곱기로 소문난 처녀였다. 그러한 누안을 좋아하지 않는 마을 청년들은 없었다. 린징허 또한 그런 마을 청년 중 한명이었다. 어느 날 이 조그만 마을에 악극단이 들어오고, 극단의 샤오우셩은 순박한 시골 처녀의 가슴을 흔들어놓는다. 꼭 데리러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떠난 샤오우셩의 말을 믿는 이는 누안 이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런 누안에게 린징허는 같이 대학에 진학해 새 삶을 시작하자고 설득한다. 누안 또한 서서히 린징허의 마음을 받아들이기 시작하지만, 마을 어귀 그네 터에서의 뜻밖의 사건으로 두 사람의 꿈은 좌절되고 만다.

일본에서 1년여가 넘는 장기 상영을 기록하며 수많은 관객의 가슴에 파문을 던진 <그 산…>과 마찬가지로 이번 <누안> 또한 도쿄영화제 동안 많은 일본 관객의 눈시울을 적시며 큰 호응을 받았다고 한다. 이는 <그 산…>에 대한 중국 관객의 냉담한 반응과는 대조적인데, 일부 평론가들은 <그 산…> <누안> 같은 전원생활을 담은 후오 감독의 ‘문예영화’를 ‘국제적 중국영화’로 분류하기도 한다. <누안>은 내년 초 중국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